[제이 반 바벨_도미닉 패커 _ 아이덴티티 _ 허선영 옮김 _ 상상스퀘어 _ 인문 _ 심리학 _ 교양심리]
저자 제이 반 바벨은 뉴욕대학교에서 심리학 및 신경과학 교수로, 도미닉 패커는 리하이대학교에서 심리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최근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두 저자 모두 수많은 연구를 발표했으며 다양한 언론에 소개되었다. 두 사람은 박사학위를 받은 토론토 대학교에서 지하연구실을 함께 쓰면서 유대감을 쌓았다고 한다. / 저자 소개 참고 / 둘 사이의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 위험하면서도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책의 도입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 심리학자는 사회적 정체성을 연구한다. 사람들이 속한 집단이 어떻게 그들의 자아 인식에 영향을 주는지,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지,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를 연구한다. (27p) 이 책의 핵심 전제는 사회적 정체성의 작동 원리를 알아야 정체성의 영향력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60p)
저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회적 정체성을 이해함으로써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로 바꿀 수 있다. 이 능동적인 변화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문제들은 항상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으로 구분된다.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좀 더 세상과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형성해나갈 수 있다. 저자들은 사회적 정체성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이해시키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언급하고 의미에 대해 알려준다.
정체성은 우리가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드는 렌즈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떄론 우리의 관심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고 편견을 갖게 하기도 한다. 정체성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당 부분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다. 또한 우리는 같은 사건을 경험하더라도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정보가 전달되는 속도는 너무 빠르기 때문에 믿을만한 검증을 거치기도 전에 사람들에게 도달된다. 이런 현상은 편중된 정보를 소비하는 집단이나 개인에게 더욱 입맛에 맞는 정보만 소비하게 하거나, 유사한 거짓 정보의 생산을 부추기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세상을 해석하는 눈이 되어주는 사회적 정체성의 영향이 집단간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반대의 경우가 될 가능성도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왜곡된 정체성은 종교나 정치, 또는 사회적 광신도집단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들은 그들의 집단 안에서 그들의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과 일치하는 음모론적 믿음에 끌리고, 동료 지지자들과 그 믿음을 공유하면서 소속감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집단의, 또는 대치되는 집단의 의견을 배척하면서 자신이 속한 집단의 수를 늘리고 그것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서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싶어한다. 이런 현상은 굳이 연구결과를 가져오지 않아도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관찰이 가능한 부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광신도 집단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반 시민들도 집단의 구성원, 특히 집단의 리더들을 보면서 자신의 신념을 다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집단, 조직,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정체성은 이동하고 변화한다. 그에 따라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는지도 달라진다. 정체성은 사람뿐만 아니라 제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적 정체성은 삶을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다. 우리에게는 어느 정도 그것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는 꽤 희망적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때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책이다. 물론 우리 자신도 포함해서다. 작가는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불평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진지하고 지속적인 변화를 주장한다. 먼저 불균등한 기회와 결과를 낳는 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해가 되고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실재로 가능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미래를 선택할지는 결국 우리의 몫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 명확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어려움이 처했을 때 인간들은 서로 정체성을 공유하고 연대해서 불의에 대항하고 사회변화를 추진해왔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권리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어쩌면 현재의 대한민국에 필요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문장수집]
어떻게 정체성이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면 특별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지혜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힘을 보고 이해하고 (가끔은)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다. / 17p
인간은 오래 지속되고 강하며 깊은 의미를 가진 장기적인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심리는 순간적인 연대 속에서 서로 연결될 준비도 갖추고 있다. / 이처럼 상황이 우리에게 다른 사람과 같은 경험이나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할 때, 자연스럽게 우리가 한 집단의 일부라 느끼는 일련의 정신적 과정이 시작된다. / 30p
한 집단의 일부로 분류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자신을 집단의 구성원으로 인식했다. / 36p
한 사람의 정체성을 몇 시간에 걸쳐 살펴보면, 자아 인식(특정한 순간에 활성화되는 자아 감각)이 바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차로 가득 찬 출근길에 옆 차량 운전자와 싸우는 개인의 자아에서 화상 통화로 한 회사를 대표하는 직원의 자아로 바뀔 수 있다. / 한 사람이 이 모든 정체성을 지닐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보다 더 많은 정체성을 가질 수도 있다. / 39p
이 연구에 따르면, 개인주의를 표명하는 미국인들은 사실 매우 강한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는 것이다. / 47p
사회적 정체성에 삶을 좌우하는 강력한 힘이 있을지라도 우리에게는 어느 정도 그것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 / 58p
우리의 감정, 신념, 행동의 상당 부분이 사회적 정체성에 내포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떤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정체성이 선택에 영향을 미치며, 어떤 정체성이 세상과의 관계를 정의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삶에서 내리는 가장 중요한 결정이다. / 59p
이 책의 핵심 전제는 정체성의 작동 원리를 알아야 정체성의 영향력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60p
정체성은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렌즈가 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관심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고 편견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 62p
이 과정의 상당 부분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다. 그리고 정체성에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 70p
우리가 하나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세계관을 거르는 안경을 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체성은 감각에 끊임없이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정보를 처리하도록 돕는다. 정체성은 무엇이 중요한지, 어디를 보아야 할지, 언제 들어야 할지, 심지어 무엇을 먹어야 할지까지 알려준다. / 73p
지난 몇 년간 일부 연구에서는 집단 간 갈등과 거리감, 특히 집단 간 물리적 거리에 대한 인식과 갈등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조사했다. 그리고 제니 샤오 Jenny Xiao 가 있는 연구에서는 외집단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보다 물리적으로 외집단이 더 가까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 87p
대부분의 전문가가 장벽은 나쁜 정책이고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트럼프는 장벽에 집착했다. 그는 우리가 연구하는 심리를 이용해, 이민과 이민자들에 대한 지지자들의 우려를 부추기려고 상징적 위협감을 끌어올렸다. / 진짜 장벽이든 비유적 장벽이든 간에, 외부인에게 벽을 쌓는 행위는 정치권력을 얻고자 할 때 역사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전략이다. / 89p
정체성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정체성은 많은 것을 드러내지만 다른 것을 가리기도 한다.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들을 놓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자신의 편경을 인식하기 어렵다. / 100p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서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집단 규범에 순응하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정체성을 세상에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 방식은 보통 효과가 좋지만, 집단과 조직이 집단사고로 인해 광신도 집단으로 변한다면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109p
모두가 공유한 착각은 현실이 된다. – 에리히 프롬 Erich Fromm, 그리스도의 교리 The Dogma of Christ - / 109p
어떤 지성인도 세상을 수월하게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모든 지식을 섭렵해서 머릿속에 품고 있을 수 없다. 지식은 머릿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이에 공유된 것이다. 아이작 뉴턴 Isaac Newtone은 “내가 남들보다 멀리 본다면, 그건 내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라고 기술하며 지식의 집단적 속성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 116p
시커스를 관찰한 후 페스팅거와 그의 동료들은 자기 정체성과 믿음이 심각하게 의심받을 때 사람들이 인지 부조화라고 알려진 엄청난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 128p
하지만 우리는 상단수의 음모론자가 정체성이라는 목표 때문에 이러한 유형의 음모론에 끌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일치하는 음모론적 믿음에 끌리고, 동료 지지자들과 그 믿음을 공유하면서 소속감을 얻는다. / 130p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인의 지성으로는 집단의 어리석은 행동을 고칠 수 없다. 연구에 따르면, 이미 믿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인간의 경향은 인지능력과 관련이 없다. 게다가 집단역학까지 더해지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다. / 132p
연구원인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접근법 중 하나인 ‘독립적 검토 절차 Independent review process 라는 유형이다. / 133p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소박한 실재론 Naïve realism 이라 부르는데, 이는 사람들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순진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박한 실재론으로 인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 (특히 다른 집단 구성원)의 의견이 자신의 의견과 다를 때 그들을 무지하거나 비이성적이나 편견을 가진 사람으로 간주하곤 한다. / 144p
정치적 의견 불일치와 논쟁은 항상 존재해왔으며, 이는 건강한 사회와 튼튼한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사회적 정체성의 심리를 내집단을 향한 사랑(자신이 속한 집단을 향한 정상적인 신호)에서 외집단을 향한 증오로 바꾸는 것이 양극화의 특징이다. / 158p
인류의 진짜 문제는 우리에게 구석기의 감정, 중세의 제도, 신과 같은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윌슨 Edward Wilson- / 159p
일부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인간을 이해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대신, 당파적 정체성을 이용해 최악의 충동을 부추기는 플랫폼과 보상 시스템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 165p
최근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필터버블 Filter Bubble’을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필터버블 안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뉴스와 의견과 밈을 본다. / 170p
분열을 초래하는 언어가 소셜미디어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플랫폼의 설계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는 사용자가 높게 평가하는 댓글에 클릭 한 번으로 ‘좋아요’를 표시할 수 있지만, 경멸을 표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도발적인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면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에게서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지만, 친구나 가족이 품을지도 모르는 의구심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 179p
광신도 집단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반 시민들도 집단의 구성원, 특히 집단의 리더들을 보면서 자신의 신념을 다진다. / 181p
소셜미디어가 많은 비난을 받지만, 가짜 뉴스에 관한 책임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또한 이는 수년 동안 점점 더 편향된 뉴스를 꾸준히 접해온 노년층이 소셜미디어와 함께 자란 밀레니얼 세대보다 훨씬 더 양극화되어 있는 현상을 설명해줄 수 있다. / 185p
최적의 차별화 optimal distinctiveness 라는 개념은 우리의 맨토인 매릴린 브루어 Marilynn Brewer 가 발전시켰다. 브루어는 가장 강렬한 집단이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상반되는 두 욕구(소속되려는 욕구와 눈에 띄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는 집단임을 이해했다. 사람들은 소속되길 원하지만, 사회적 정체성의 힘은 부분적으로는 배제하는 데서 나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고, 누구와 다른지를 분명히 한다. / 223p
빙산은 인간의 정신을 비유할 때 종종 사용된다. 의식적 경험은 정신을 지배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대부분 표면 아래 숨겨진 훨씬 큰 조직의 일부에 불과하다. 정신의 다양한 기능은 자동으로 또는 무의식에서 작동하므로, 우리가 무엇인가를 의식적으로 인식할 때쯤이면 상당히 많은 정보가 이미 처리되어 있다. / 246p
반세기에 걸친 재난, 시위, 군중 행동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끔찍한 상황은 서로 정체성을 공유하도록 고무하고, 그 정체성 덕분에 집단이 큰 어려움에 효과적으로 반응하며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공유된 정체성이 소외되고 불이익을 받는 집단이 그들의 동맹과 함께 불의에 대항하고 사회변화를 추진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 287p
지금은 기본적 인권으로 여겨지는 권리(언론의 자유, 억압에서 벗어날 권리, 투표권 등)는 몇몇 지배계급 앨리트들이 소유한 특권에서 시작해 시간이 흐르면서 더 큰 집단으로 확장되었다. / 295p
제가 대표할 아일랜드는 개방적이고 관대하며 포용력 있는, 새로운 아일랜드입니다. 저를 지지해주신 많은 분이 제 모든 의견에 찬성하지 않음에도 제게 표를 주셨습니다. 저는 이것이 변화의 중요한 신호이며, 비록 미미하지만 우리가 새로운 다원주의 아일랜드의 문턱을 이미 넘어섰다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 메리 로빈슨 Mary Robinson - / 387p
미래는 좋든 나쁘든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결국 불평등, 기후변화, 민주주의 및 기타 사회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결정하는 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사회적 정체성의 역학을 이해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들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이나, 해결책을 찾는데도 필수다. 사회적 정체성은 우리가 역정보를 받아들이게 하고, 차별에 관여하게 하며, 자신의 집단만을 위해 자원을 비축하게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가 자신을 희생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다른 사람과 연대를 맺게 하며, 집단행동을 위한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내게도 한다. / 4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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