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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잠깐 저기까지만] 책 리뷰

by ianw 2024.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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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_ 잠깐 저기까지만 _ 권남희 옮김 _ 이봄 _ 에세이 _ 일본에세이]

 

잠깐 저기까지만 책


수짱 시리즈로 일본 뿐 아니라 국내 여성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는 작가, 마스다 미리의 여행에세이 이다.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항상 참 편안하게 읽힌다. 보고 있는 동안 뭔가 차분하게 만들어준다고나 할까? 차분하고 정적이고 싶지만 결국 산만해지고 마는 나에게 특히 좋은 책인 것 같다. 주제가 여행인데도 차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정말 신기하다.

 

잠깐 저기까지만 책


이 책은 작가의 에세이로 다양한 여행의 여정과 감정들을 기록한 책이다. 작가는 원래 여행을 좋아하진 않았었는데, 마지못해 시작한 여행이 인생의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혼자일 때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잠깐 저기까지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간다고 한다.

 

잠깐 저기까지만 책
잠깐 저기까지만 책


작가의 글은 여러가지 이유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답답한 마음들을 어루만져준다. 다만 여행중에 만나는 맛있는 먹을거리들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부분에선 좀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먹을거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주 많이, 정말 많이 나온다.) 

 

잠깐 저기까지만 책


그리고 책의 제목처럼 ‘잠깐 저기까지만’이라는 생각은 앞으로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우리들 각자의 긴 싸움에서 오히려 우리에게 힘을 주는 태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기다림의 끝에선 모두 자신이 원하는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을 맞이하길 바란다..

 

잠깐 저기까지만 책
잠깐 저기까지만 책

 

 

 

 

 


[문장수집]


언제든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니, 한 번의 여행에 많을 돈을 쓰기보다 싼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 즐거워졌다.

“그거 무슨 맛이에요?” 여고생들에게 물어보았다. 묻지 않아도 어묵 같은 맛이지 않을까 상상은 됐지만, 그래도 나는 여고생들에게 묻고 싶었다. 그녀들이 기뻐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자신의 취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그림일지라도 그 그림이 가진 나름의 훌륭함을 인정할 줄 아는,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 이것은 어떤 일에서나 마찬가지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친구란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더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나란히 작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청춘’이란 지난 뒤에도 어딘가 가까이 있다가 이따금 얼굴을 내미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바로 언제나의 일상이다. 어제는 미야기현에 있었지,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고 있으면 신기한 기분이 든다. 

인간의 몸을 만드는 물질은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피부도, 심장도, 뼈도 모든 세포는 날마다 바뀌고 있으므로, 실은 줄곧 변하지 않는 ‘나’라는 존재는 없다는 말이 된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도 실은 새로운 물질로 만들어진 ‘새로운 나’다. 그런데 나는 옛날의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뇌세포도 계속 바뀌고 있는데, 무엇이 옛날의 나를 기억하는 것일까? 후쿠오카 신이치는 ‘나를 포함하여 모든 생명은 물질의 흐름 속에 일시적으로 고여 있는 존재에 지나지 않습니다’라고 얘기했다. 

나시키 시장의 두부 가게 앞에는 갓 튀긴 두부 도넛, 맛있겠다~ 하고 말한 순간에는 이미 사고 있다.

“백야, 어땠어?” 돌아온 뒤 여러 사람들이 질문했지만, 신기했어, 라는 것이 가장 정확한 대답이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등에는 깃털이 있었다!’ 최근 그런 설이 부상한 것 같지만,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연구자는 그 사실을 모른다. 평생을 바쳐 연구한 것이 고스란히 뒤집어지는 일도 있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쓸모없는 건 아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열차에 흔들리며 돌아왔다.

일을 못해서 제일 많이 야단맞는 남자 아르바이트생만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어서 느낌이 좋았다. 만약 내가 어느 가게의 경영자가 된다면 저 남자아이를 스카우트해서 이곳보다 높은 급료를 주어야지, 하고 멋대로 망상을 한다. 그렇다, 요전에 그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즈의 아가씨도 스카우트하자! 도쿄의 집 근처에서 전단을 나눠주던 데니즈의 아르바이트 아가씨. 추운 하늘 아래에서 볼이 터질 것처럼 웃는 얼굴이었다. 

한없이 넓은 모래사장에 서 있으니 지구도 행성의 하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주’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지구상에 사람뿐이니, 가끔은 이런 걸 느껴보는 것도 좋다. 

즐거웠던 날이 끝나고, 언제나의 생활로 돌아와 청소와 빨래로 정신없이 바쁘네! 고맙다. 즐거운 추억이 생겼구나. 엄마도 나와 같을 것이다. 서로의 인생을 살고 있다.

“도쿄에 돌아가면 오즈 영화 전작 다 챙겨봐야지!” “나도!” 오기 전에 보지 못한 두 사람이 과연 돌아간 뒤에 볼까?

“이대로 영원히 계속 먹고 싶어!” “사탕으로 만들어서 내내 입에 물고 있고 싶어!” “내 인생 마지막 식사는 이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르겠어.” 리포터라면 이내 일자리가 떨어질 것 같은 알맹이 없는 칭찬밖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정말로 맛있었다.

이것저것 퍽퍽 주워담고 있는 내 옆에서 동네 사는 여고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신중하게 열 개 정도를 골라 봉투에 담아 카운터로 가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영화와 책과 연극과 음악. 어느 것과도 접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인생은 몹시 단조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사발 같은 접시에 치즈수프가 찰랑찰랑 나왔다. 우유에 치즈를 녹인 것 같은 느낌. 담백하고 잘 넘어간다. 음, 맛있어. 단숨에 해치우고 돈을 내고 가게를 나오니 옆에도 수프가게. 가게 이름을 보니 여행책자에서 추천한 쪽은 이쪽이었다......

가게를 나오니 비가 그치고 하늘이 푸르렀다. 무지개가 뜨지 않을까 하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무사히 역까지 돌아왔다. 

‘이대로 할머니가 되어서 일도 돈도 없고, 누워서 거동도 못하는데 의지할 사람이 없다면 그렇다면, 나의 인생, 내가 걸어온 인생 전부가 쓸데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 몸이 떨린다.’ 내 만화 주인공 수짱이 중얼거렸던 대사. 이걸 그릴 때, 아직 30대였다. 마흔을 넘어 뭔가가 해결된 게 아니다. 막연한 불안을 떨쳐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순간의 행복을 인정할 수 있는 힘을 갖추었다. 헬싱키 거리를 마음대로 걷고 있을 때 나의 ‘행복’은 완벽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를 현혹시키는 것은 무엇 하나 없었다.

몹시 쓸쓸한 마음이었다. 그것은 그에 대해서가 아니라 뭔가 더 큰 것을 향한 쓸쓸함이었다. 인생이라든가, 시간이라든가, 생사라든가, 그런 것. 센티멘털한 마음을 안고 호텔로 돌아와 큰 햄버거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멈춰서서 그 집단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러다 발견했다. 혼자 있는 아이. 어느 그룹과도 섞이지 못했다. 사슴도, 나라공원도, 예쁜 노을도, 토산품 가게도, 그 아이에게는 상관없는 것들이 아닐까. 이 일정을 무난히 넘기는 것만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빨리 ‘어른’이라는 장소로 도망쳐 오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그에게, 그녀에게 빔을 보냈다. 어른이 되면 좀 자유롭단다. 혼자 여행을 떠나도 괜찮아.

‘어제까지 몰랐던 세계를 오늘의 나는 알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날 밤은 이불 속에 누우면 언제나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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