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파이퍼 _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_ 김정희 옮김 _ 글쓰기 _ 독서 _ 인문]
이 책은 공감과 연대의 글쓰기 수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글쓰기에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세상을 바꾼다고 해서 뭔가 큰 일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1밀리미터, 그러니까 작은 목표를 가지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는 것. 방법적인 부분에서 작가는 아래와 같은 과정을 추천한다. 우선 나를 알고, 나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하고, 그 뒤에 천천히 고쳐나가며, 편지, 연설문, 에세이, 시 등을 써나가라고 말한다. 이렇게 이 책을 매력없이 평범하게 소개하는 것은 모두 내 책임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몰랐던, 또는 그냥 무시하거나 생각없이 지나쳤던 글쓰기에 관한 보석같은 조언들이 담겨있다.
전에도 우리는 이런 방법들에 대해 여러 책과 작가로부터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 작가로부터, 엘리자베스 길버트로부터, 유시민작가님과 그 외 수많은 작가들로부터. 한결같이 주장하는 것은 모두 우리가 우리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이런 내면의 목소리를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내면의 방문자, 뮤즈, 예의바른 소녀(마조리 세이저), 내 안의 신, 내 안의 작은 아티스트 등, 이름은 다 다르지만 모두 같은 대상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이 다양한 이름을 가진 존재들은 나 스스로를 살펴보고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내 안의 불안과 감시자, 비평가들과 맞서는 것이다. 우리 안의 감시자들은 항상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걸 글이라고 쓴거야?” , “이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게 부끄럽지 않아?” 창작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런 상황에 맞섰다. 이 책의 저자 메리 파이퍼도 자신의 방법을 몇가지 소개한다. 불안을 막기 위해 매일 몇 시간이나 글을 썼는지 꾸준히 기록한다던가, 괜찮은 문장이나 단락을 써서 기분이 들떴을 때 글쓰기를 멈추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 자리를 떠날 때도 행복한 기분이 들고, 다음 날 책상 앞에 앉을 때도 두려움이 덜했다고 한다. 막힌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곧장 물살에 몸을 맡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는 내면에서 들리는 비판 때문에 너무 불안해서 글이 안 써지는 날에는 내 안의 비평가를 꼭 안아주면서 펜을 쥐어주고, 진정하라고, 삶을 즐기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 오히려 내안의 비평가는 실컷 떠들고 난 뒤에 잠잠해지곤 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다. 역설적이게도 글쓰기는 불안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긴장을 풀어주기도 한다. 일단 쓰는데 몰입하면 불안이 사라지고, 명료함과 아름다움에 집중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뭔가를 만들려고 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고 시도하는 한 우리는 이런 문제들과 만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천재적 영감을 순수하게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사람이 작가라는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관점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긴 하지만, 불안함과 내 안의 비평가들은 끊임없이 멈추지 않고 우리들을 감시하고 검열한다. 봉준호 감독님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그냥 짊어지고 갈 수 밖에 없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이 책에는 우리가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적들에 대한 대처법 뿐만 아니라 글을 잘 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도 담겨있다. 글을 쓰기 위해 작가가 취해야 할 태도, 글을 쓸 때 짚고 넘어가야 할 요소들, 글을 쓰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글을 쓰면서 유의해야 할 것들과 어조, 관점의 선택, 자료조사, 대명사의 선택 등 평소에는 글을 쓸 때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들도 꼼꼼히 챙겨준다. 물론 이런 구체적인 방법들 속을 끊임없이 흐르는 큰 줄기는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이야기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글을 쓰자는 이야기다.
글쓰기는 우리의 시간을 온전하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지금 우리의 시간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타의에 의해 침잠함으로써 우리 자신에게 더 깊게 몰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쨌든 이렇게 된 바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좀 더 온전하게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아마도 작가가 책을 쓰기 시작한 시발점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문장으로 글을 마친다.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알지만, 문학이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기에, 당신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글을 쓴다. 세상은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변한다. 그러므로 단 1밀리미터라도 사람들이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면, 당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제임스 볼드윈-
[문장수집]
오늘날 우리 감각은 기술을 통해 증폭된다. - 하지만 우리 몸은 그런 문제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그들을 돕기 위해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우리 대 다수는 넘쳐나는 자극과 무력감이 한데 얽혀 내뿜는 독성으로 인해 불안과 절망에 빠진다.
우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꼬리표를 달면 그들의 인간성을 무시할 수 있다. 그럴 수 없도록 우리와 그들을 연결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것이 작가로서 우리가 져야 할 책임 가운데 하나다.
모든 독재정권은 사람들을 겁주고 고립시킴으로써 중요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논의할 기회를 차단해 자신의 목적을 이룬다. 사회적.경제적 정의를 증진하려면 이와 정반대로 하면 된다. 진실을 말하고 시민들의 공적인 토론을 장려하면 된다.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의 차이가 있다면, 행복한 사람은 훌륭한 연장처럼 자신의 쓸모를 발견했다. -바바라 킹솔버-
오늘날 미국에는 얄팍하고 저속한 이야기가 넘쳐나 지저분한 눈처럼 우리를 덮고 있다. 선생님보다 창녀에 관한 영화가 더 많고,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연쇄살인범을 다루는 텔레비젼쇼가 더 많다. 노인, 평범한 사람, 소수민족은 영화나 텔레비젼쇼의 소재로는 흥미요소가 부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뭔가를 팔려는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인내하고, 함께 나누고, 시야를 넓히라고 가르쳐주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진정 예술적인 것은 없다. -빈센트 반 고흐-
모든 글은 세상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탠다. 비록 세상의 아주 작은 일부 혹은 글을 읽는 사람의 기분이나 특정한 종류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를 바꾸는 정도의 미미한 역할을 할지라도 말이다.
국제 환경운동가이자 세계 최고의 녹색저널리스트인 빌 맥키번의 ‘실종된 정보의 시대’가 좋은 예다. 이 책에서 그는 산에서 지낸 일주일과 집에서 케이블 텔레비전을 보면서 지낸 일주일의 가치를 비교했다. 산 정상에 오른 그는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뭔가와 연결돼 있는 듯한 경험을 한 뒤, 머리는 맑고 마음은 평온한 상태로 산을 내려왔다. 반면, 케이블 방송을 보며 지낸 일주일 동안에는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며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또 들었지만, 끝없는 욕구불만과 극도의 무기력함만 경험했다. 한 주가 끝날 무렵 그는 멍하고 불안하고 외로웠다.
프로파간다는 독자들에게 이미 정해진 답을 받아들이라고 닦달하지만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작가는 질문을 던지라고 격려한다. 프로파간다는 수동적인 동의를 요구하지만 변화를 꿈꾸는 작가는 독창적인 사고와 솔직함, 참여를 권한다.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알지만, 문학이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기에, 당신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글을 쓴다. 세상은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변한다. 그러므로 단 1밀리미터라도 사람들이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면, 당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제임스 볼드윈-
어떤 유형의 글이든, 글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당신은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목적을 위해, 가진 재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글의 유형을 찾아야 한다. 당신만이 말할 수 있는 주제와 그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소설가 윌라 캐더는 이렇게 썼다. 예술가의 한계는 강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것은 채워야 할 결핍이 아니라 탄탄한 자산이며, 그 사람의 취향과 개성을 형성한다.
왜 이 가족이 섬기는 신은 그토록 관대하고 너그러운데, 저 가족이 섬기는 신은 세례를 받지 않은 아이들을 지옥에서 불태운다는 걸까?
덧붙이자면, 우리가 글쓰기나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을 꼭 좋아할 필요는 없다. 많은 작가가 인류는 사랑하지만 사람은 못 견뎌한다.
민주주의가 완성돼갈수록 대통령 집무실은 국민의 내적 영혼을 더 많이 대변한다. 언젠가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날이 오면,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은 마침내 마음 깊은 곳의 욕망을 이루고 백악관은 뼛속까지 멍청한 인간이 장식하게 될 것이다. -사회비평가 헨리 루이스 멩컨-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이야기, 지금의 당신을 있게 한 당신의 역사를 쓰기 바란다. 스스로를 더 깊이 탐구할수록 위대하고 보편적인 인류 공통의 이야기와 당신의 이야기가 만나는 길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성공의 비결은 시작하는 것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타박타박 걸어가는 사람이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버티는 법을 배우는 사람이다. 다른 모든 복잡한 기술이 그렇듯 글을 쓰는 기술도 경지에 이르러면 몇 년씩 걸린다. 연습 기간에는 수많은 좌절과 실패, 거절을 경험할 것이다. 그런 패배를 견디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능력이야말로 성공한 작가의 공통점이다.
관찰을 멈춘 작가는 그걸로 끝이다. 경험은 상세히 관찰한 소소한 것들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우리 대부분은 지금까지 배워온 형편없는 글쓰기 방법을 싹 다 잊어야 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썼던 글은 대개 페이지 수를 기준으로 평가됐다. 대학에서는 내 생각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생각을 언급하면서 조심스럽게 쓴 글이 잘 쓴 글이었다. 글은 객관적이어야지 주관적인 건 멀리해야 한다는 경고를 들었다. 언제나 훌륭한 선생님의 지도를 받을 수 있었던 행운아가 아닌 이상, 우리 대부분은 우리에게 도움이 안되는 조언을 교훈이라고 배웠다.
부족하다는 느낌은 글쓰기의 진폐증이다. -찰스 벡스터-
인류는 겁쟁이 종족이다. 나는 그 대열에 끼어 있을 뿐만 아니라 깃발까지 들고 행진한다. -마크 트웨인-
또 한가지 방법은 꽤 괜찮은 문장이나 단락을 써서 기분이 들떴을 때 글쓰기를 멈추는 것이다. 그러면 자리를 떠날 때도 약간 행복한 기분이 들고 다음 날 책상 앞에 앉을 때도 두려움이 덜하다. 막힌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곧장 물살에 몸을 맡길 수 있다.
글쓰기는 불안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긴장을 푸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일단 쓰는데 몰입하면 불안이 사라진다. 명료함과 아름다움에 집중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글쓰기가 시간을 온전하게 만든다.
지혜로운 활동가는 주기적으로 세상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지는 것이 세상을 바꿔나가는 과정의 일부라는 걸 안다. 찰스 디킨스는 한 시간 글을 쓰면 한 시간을 걸었다. 달라이라마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기 전 몇 시간씩 명상을 했다. - 글쓰기와 명상은 둘 다 시간을 확장하고 풍성하게 가꾸는 방법이다. - 명상을 통해 좀 더 깨어있는 삶을 살고 기쁨을 얻듯이,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좀 더 심도 있고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다. 명상과 글쓰기는 시간을 신성하게 만들어준다.
진정한 발견의 항해는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삶의 목적은 내가 행복하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안톤 체호프-
프레임과 세부사항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문제, 그리고 명료성에 대해 생각할 때 나는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를 떠올린다. 그의 그림은 반짝이는 빛의 관점으로 더없이 명료한 세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전쟁과 전염병으로 피폐해진 혼돈의 시대에 살았다. 그림 속에 있는 평온함과 질서는 그가 살던 시대, 그가 살던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것을 그림이라는 프레임에 담았다.
어조는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글쓰기의 밑거름이다. 하지만 많은 작가가 내용이나 단어 선택에 집중할 뿐 어조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어조는 개별적이다. -어조를 의식하면 할 수록 당신의 글은 더 효과적으로 변모해나갈 것이다.
나는 끔찍한 행동이 무지에서 비롯된 미숙함의 표현이라는 불교의 개념에 공감한다.
사람들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기 보다 행동하는 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작가는 깨달음이나 뮤즈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우리에게 글을 쓸 에너지를 주고 글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걸 안다. 심지어 다소 따분한 글도 마법의 손길이 닿으면 완전히 새로운 빛으로 반짝인다. 작가는 그런 은총의 순간을 통해 변화하고, 그 순간을 독자와 나누면 독자 역시 변화를 경험하곤 한다.
이런 순간을 가리키는 표현은 종교마다 다르다. 불교에서는 깨달음, 기독교에서는 신의 은총, 이슬람교에서는 자비라고 부른다. 하지만 신실한 신자들에게 온전하게 존재하고, 우주와 소통하며, 경외감을 느끼는 순간을 환기하고자 하는 뜻은 모두 같다.
글쓰기와 심리치료는 둘 다 사람들을 산 정상까지 데리고 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정상에 올라 호흡이 바뀌고 눈이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면, 이제 그들은 기적을 행할 준비를 마치고 그 산에서 내려올 것이다.
문장이 연결되고 문단이 늘어날 때마나 주장의 요지는 앞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페이지를 가로질러 끝까지 이어져야 한다. 이런 식으로 주장을 전개하면 독자에게 중요하고도 지적으로 흥미진진한 글을 제시할 수 있다.
글을 쓰려면 대담해져야 한다. 작가로 성공하길 원한다면 좀 더 나은, 좀 더 다른, 아니면 최초의 무엇을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글이 자연스럽게 펼쳐지기를 원한다. 지금 이 순간을 스승처럼 신뢰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정말 흥미진진하고 강렬한 모든 일은 경계에서 일어난다. 경계에는 생명과 색과 복잡성이 흘러넘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태계가 뒤섞인 자연, ‘가장자리 서식지 edge habitars’에서 최고의 다양성을 발견한다.
정확한 디테일이란 강렬하고 인상적인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미지를 선택하고 활용하는 것과 관련 있다. 묘사하고 싶은 장면을 세부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서는 다수의 선택지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 자기 글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골라내야 정확한 디테일을 살릴 수 있다.
생경한 병치로는 글에 눈을 확 잡아끄는 매력을 더할 수 있다. 언젠가 빈민가를 지나다가 고가의 기기, BMW, 호화별장 등이 인쇄된 신문지를 더덕더덕 붙여놓은 음산한 판잣집에 시선이 닿았다. 집이 마치 이웃 주민들을 놀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병치를 포착했다면 적어라. 이런 것들은 대개 강렬하고 가슴 아프며, 당신의 글에 깊이를 더한다.
예술에서 경제성은 언제나 아름다움과 상통한다. -헨리 제임스-
진실은 넌지시 비출 때 가장 잘 전달된다. -윌라 케더-
독자에게 우리 생각을 직접적으로 전달할 필요 없다. 독자는 터득이 빠르다. 미묘한 세부사항은 독자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고, 빈칸을 채우는 방식으로 우리 글에 관여할 여지를 만들어준다. 특히 감정적인 소재를 다룰 때는 감정 표현이 적을수록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체호프는 이렇게 썼다. “독자가 연민을 느끼게 하고 싶다면 더 냉정해져라.”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자료정리는 글쓰기의 기본이다. 컴퓨터 파일, 추천도서, 학술논문, 정보를 얻기 위해 연락할 사람들 이름, 예전에 써 놓은 글, 꿈의 기록, 이 모든 것을 잘 정리해서 보관해야 한다. 도서관에서 엉뚱한 서가에 꽂힌 책은 잃어버린 책이나 다름없다. 작가에게 있어 잘못 정리된 아이디어는 잃어버린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사 방법을 나는 ‘침윤/몰두법’이라고 부른다. 나는 책을 쓰기 시작하면 주제와 관련된 영역으로 옮겨가 끝날 때가지 거기에 머문다.
학술지에는 통계조사와 통제집단 연구가 자주 발표되지만 당대에 한 획을 그은 획기적인 연구를 살펴보면 작은 표본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일 때가 많다. 프로이트, 융, 피아제, 앨리스 밀러 같은 학자는 개별 환자를 주의 깊게 관찰했고, 그 결과를 인간 일반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으로 확장했다. 과학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구를 통해 발전한다. 하지만 관찰과 유레카를 외치는 순간의 기여도 무시할 수 없다.
나는 관련된 비평가 입장에서 글을 쓸 때 제일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오곤 한다. 이 관점은 거리와 객관성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다루기가 복잡하다. 한순간도 ‘이 순간, 이 장면에서 내 위치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멈출 수 없다. 물론, 대답은 ‘발코니에 서서 지켜보는 관찰자인 동시에 마당에서 춤을 추는 관찰 대상’이다. (책 내용 중 내부인, 외부인, 관련된 비평가 중에서)
대명사는 누구를 포함시키고 누구를 제외할지, 누가 우리 관심의 원 안에 있고 누가 ‘다른 쪽’인지를 선택하는 문제다. 대명사의 선택은 가장 치열한 수준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히 정의하는 문제다. 우리가 누구 편에 서 있는지, 누구에게 맞서고 있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누구를 우리라고 부르기로 선택했는지의 문제다.
시간과 공간, 이 둘은 우리에게 균형감을 찾아주고 우리 글에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볼 여유를 준다. 어딘가로 휴가를 떠나거나 일주일 동안 다른 일에 몰두하고 난 뒤에 글을 다시 보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심지어 마감일이 지났다 해도 우리는 잠시 멈추고 점심을 먹거나 거리를 산책하러 나가야 한다. 그래야 맑아진 머리로 다시 돌아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글을 읽을 수 있다. 마침내 우리는 ‘그냥 빨리 끝내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저항하는 법을 배운다.
그 선교사들은 아무도 바꾸지 못했다. 다만 자신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스스로 더욱 선명하게 깨닫고 더 깊이 헌신했다. 청자의 존재는 스스로를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단어를 정성껏 골라 쓴다 해도 글로 온전한 모습을 담기에 삶은 너무나 많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열과 성을 다해 실패에 도전하도록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우리는 누구나 타고난 조건, 방해요인, 삶의 교훈을 깨닫게 해주는 일 같은 제약 속에서 글을 쓴다.
결국 우리는 사랑하는 것만 보존할 것이며, 이해한 것만 사랑할 것이고, 배운 것만 이해할 것이다. -바바 디오둠-
글쓰기는 우리의 깊은 내면에서 떠오르는 질문과 씨름하고 그 치열한 고민을 종이 위에 펼쳐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무대다. 자기가 했던 경험이 어떤 의미인지 성찰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에세이를 쓰면서 커다란 만족감을 느낀다.
글로 풀어내는 동안 그 순간의 의미가 분명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이해하려고 무던히 노력한 후에야 비로소 깨달음이 찾아오기도 한다. 훌륭한 에세이는 언제나 깨달음은 준다. 에세이는 단순한 패턴을 따른다. 내가 얻은 깨달음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그러면, 놀랍게도, 세상이 바뀐다.
지적인 사람은 언제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지적인 이유를 생각해낸다. -스콧 사이먼-
음악과 시는 우리를 서로에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연결해주는 변화의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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