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주 [윌리엄 모리스 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다] 책 리뷰
[이광주 _ 윌리엄 모리스 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다 _ 한길아트 _ 디자인 _ 예술 _ 대중문화 예술가]
학교에 다닐 때, 지긋지긋하게 공부를 하지 않았던 나도 윌리엄 모리스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자연스럽게 미술공예운동이라는 단어로 연결된다. 벨 에포크와 아르누보의 모태가 되었던 미술공예운동, 그 중심에 윌리엄 모리스가 있었다.
전공 책에서는 몇 줄의 간단한 설명으로밖에 접하지 못했던 윌리엄 모리스의 다양한 면들이 이 책이 담겨 있다. 윌리엄 모리스는 시인이었고, 디자이너였으며, 공예가이고, 책 제작의 명장이었으며, 사회개혁가로 모든 면에서 특출했다. 근대 디자인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의 진면모는 그 중에서도 뛰어난 공예 디자이너였다는 데 있었으며 가구, 스테인드글라스, 벽지, 타일, 벽화, 테피스트리, 자수 그리고 칼리그라피(책 본문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캘리그라피를 의미하는 것 같다) 인쇄 등 모든 분야에서 제 1급의 예술가이며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예술에 생애를 바치도록 결심하게 한 환경이 있었고, 열정적으로 작업했으며, 주위에 좋은 동료들이 있었고, 존 러스킨과 같은 사람들과, 예술적인 영감의 원천이 된 시대의 작품들이 있었고, 제인 버든이라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으며, 그 사이에서 낳은 자녀가 있었다. 그는 가족의 보금자리이자 미술공예운동의 요람이었던 그의 집, 레드하우스에서 살았다. 그리고 1896년, 그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62년간의 생을 마감했다. 주치의는 그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윌리엄 모리스였던 덫이 주요한 원인 이었습니다’라고. 일인분의 인생에 몇 사람치의 일을 한 까닭이었다는 말이다.
책은 영국 런던 모리스 기념관과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박물관에서 저자가 윌리엄 모리스가 남긴 작품을 만나 그 앞에서 느낀 설레임과 감동으로 끝을 맺는다. 뭔가에 집중한 삶, 열심히 산 삶, 사람들에게 기여한 삶, 이루어내려고 노력한 삶과 같은 치열한 것들은 사람이 떠난 뒤에도 작품과 흔적들로 남아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사람의 전기를 읽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나는 운명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를 이러 저리 움직이게 하고, 알 수도 없고 거스르기도 힘든 상황을 만들어내는 어떤 힘에 대한 것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의지나 노력이 모여 길을 만들어낸다는 것 또한 믿기 때문에 조금 더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함께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한 이 책을 만난 것도 아마 그런 운명의 힘 중 하나 일거라 생각해본다.
윌리엄 모리스는 아름다움과 실용의 융합을 지향했으며, 일상적인 생활공간으로 아름다움과 예술을 끌어들였다. 아마도 윌리엄 모리스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조금 다른 모습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윌리엄 모리스의 다양한 작품들도 컬러로 함께 실려 있어 눈이 즐겁다. 그리고 내용이 많은 편이 아니라 들고 다니며 짬을 내어 읽기에도 좋다. 다음에는 윌리엄 모리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쓰여진 책을 읽어볼 작정이다.
[문장수집]
15세기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은 만인에게 독서와 지식의 시대를 열어주었다. 그 인쇄물을 최초의 근대적인 복제 공예품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 23p
오늘날 예술을 지칭하는 art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모방의 기술이라고 지칭했듯 원래 기예, 기술을 뜻했다. 그리고 16세기 말까지만 해도 artist 예술가와 artisan 장인은 동의어였다. 예술과 기술의 구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18세기 말, 분업과 전문직의 시대에 이르러 그 양자는 애매하게 ‘창조적 숙련가’와 ‘숙련된 장인’으로 구별지어졌다. 그러나 기술과 예술의 친화 그리고 공생관계를 내세운 모리스의 미술공예운동 속에서 화가, 조각가, 건축가들은 산업 디자이너로서 공예품 제작에 참가하였다. 19세기 중엽 범유럽적으로 전개된 미술공예운동과 때를 같이하여 이제까지 소수 상류계층에게만 열렸던 아틀리에나 갤러리가 널리 개방되고- / 24p
모리스는 미술공예운동의 모토로 ‘생활 속의 예술’을 내세웠다. 그는 중세의 예술, 특히 고딕 건축에서 진정한 예술을 보았다. 19세기는 역사 시대로 일컬어진다. 역사적 감흥은 고도로 세련된 미의식을 촉발하게 마련이다. 러스킨을 시작으로 모리스로 이어진 근대 물질문명에 반기를 들어 소박하면서도 조화로운 그리스도교적인 중세 사회와 문화를 본받고자 한 고딕복고양식은 특히 고딕 성당을 건축, 조각, 회화, 공예가 하나 되어 완성한 종합예술이라고 찬양하였다. / 29p
장식 디자인패턴에는 세 가지의 특징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움과 상상력 그리고 질서이다. 그 중 질서는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양식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자연뿐만 아니라 그 저편에 있는 많은 것들을 상기시킨다. / 41p
아르누보 최대의 특징은 도자기, 램프, 유리그릇 등을 포함한 갖가지 가구와 옷감과 장신구 그리고 특히 책 삽화와 장정, 포스터 같은 그래픽 디자인에서 잘 나타난다. 모든 것이 ‘나도 예술이다’하며 오늘날의 산업디자인 시대를 화려하게 열었다. 그 시작은 1925년 파리에서 개최된 ‘국제 장식미술 및 현대산업 박람회’였다. 그 무렵부터 ‘예술은 하나다’라는 모토 아래 산업미술 작품이 루브르 박물관에 당당히 입성하기 시작했다. 미술공예운동과 아르누보 사이에 명확한 경계는 없다. / 68p
모리스는 회사 경영도 디자인이라는 큰 사이클의 한 부분으로 여겼다. / 69p
그는 제작과 경영 전반에 책임을 지는 한편, 산업사회가 낳은 매력 있는 새로운 직종인 예술감독(Art Director)으로서 프랑스 아르누보 공예 작가 에밀 갈레, 독일 바우하우스 운동의 지도자 발터 그로피우스와 더불어 가장 성공한 모범으로 오늘날까지 기록된다. 모리스는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문예작품의 창작과 번역에도 열중했다. / 69p
궁극적으로는 좋은 삶 well-being을 지향하고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나는 예술이라는 말을 그림이나 조각 또는 건축물만 의미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러한 것들은 단지 예술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나에게 예술이란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포함한다. 그것은 인간의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에 의해 생겨나는 아름다움이며 인간이 대지 위에서 그 환경 전체와 더불어 보내는 생활속에서 얻는 감흥의 표현이다. 바꾸어 말하면 삶의 기쁨이 내가 말하는 예술이다. / 70p
그는 바로 일이 놀이인 참된 모습을 ‘눈동자가 빛나는 상냥한 중세의 장인’에게서 보았다. 모리스는 중세를, 수공예의 신비로움이 높이 평가받고 손에서 상상과 꿈이 구현되는, 장인이 예술가이던 시대라고 보았다. / 71p
그 옛날 문자는 성스러웠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눈으로 음미하는 시’라고 일컬어지는 이집트의 상형문자, 아라베스크 무늬의 기본이 된 아라비아 문자, 그리고 그림문자인 한자. 그렇듯 성스러운 문자를 담은 책은 아름답게 의장되었다. / 114p
근대 테크놀로지가 단절시킨, 인간 중심의 예술가를 낳은 이탈리아 르네상스까지 연결되는 중세 장인정신과 참된 유럽 예술의 부활을 위해서는 중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모리스의 신념이었다. 고딕양식에 대한 그의 편애도 이로부터 유래되었다. / 115p
그의 나이 60세에 이르러서야 디자인에 착수하여 1896년 6월 그가 작고하기 4개월 전에 완성되었다. 그것을 번 존스는 ‘작은 대성당’이라고 불렀다. 고딕 성당과도 같은 책, 명장 모리스는 그 염원을 이룬 것이다. 어디 ‘초서 작품집’뿐일까. / 1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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