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쿠니히로 _ 재미난 일을 하면 어떻게든 굴러간다 _ 박동섭 옮김 _ 경영 _ 출판]
지은이 미시마 쿠니히로는 출판사 ‘미시마샤’의 대표로 일본 출판계에서는 유례가 없는 독특한 운영방식을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우치다 다쓰루, 마스다 미리 등 스타작가와 활발히 협업하며 단단한 독자층을 구축한 저자는 무엇보다 만드는 사람이 명랑하게 일해야 한다고 믿으며 미시마샤와 독자 사이에 흥미롭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가교를 놓으려 노력하고 있다. (저자 소개 중 내용 재구성)
출판사의 사장이기도 하면서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미시마 사장은 기존의 출판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그는 기존의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았고, 기존의 출판사들이 책을 시장에 내보내는 것과 다른 방식을 선택하고 실행했다.
책을 시장에 내보내는 방식 뿐만 아니라 출판할 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그는 다른 길을 택했다. 그는 책의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재미’를 구현하고자 했다. 이런 건 특별한 신념이나 용기가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괘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먹고사는 문제에서 취약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시마 사장이 미시마샤 출판사의 서포터들에게 보내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서문에서 한 회사의 시련과 극복, 성장에 대한 내용 같은 건 담겨있지 않다고 말하지만 그의 글 속에는 그의 고민과 당장 닥쳐있는 현실의 문제, 회사와 구성원들의 극복과 성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한 그가 신념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환경, 현대의 사회에 대한 고민까지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 자기가 하는 일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우선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부터가 어렵다. 어쩌면 ‘좋아한다’ 거나 또는 ‘재미’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우리에게 주어진 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위해 작가는 새로우면서도 다양한 힌트들을 제공한다
물론 그런 힌트 역시 막상 해보려면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결국 우리의 ‘마음’을 담으려고 하는 것이 재미있어지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앞날을 알 수 없다는 사실까지도 즐기면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잘 들여다보면 매일의 즐거움이나 재미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뇌는 우리가 스스로 거는 말에 의해 변화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삶속에서 어떤 방향, 어떤 마음, 어떤 형식, 어떤 시간을 선택할지는 결국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출판사를 하려는 사람 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형식으로 뭔가를 즐겁게 해 나가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또는 지금처럼 이익과 효율만 추구하는 세상에서 정말로 쫓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문장수집]
‘썩 잘 된다고 할 수 없지만 나름 잘 굴러간다.’ 이런 상태를 제가 사는 간사이 지방에서는 보치보치라고 합니다. 보치보치란 성공과 실패, 하늘과 땅이 급속도로 상승과 하강을 되풀이하는 제트코스터와 같은 상태와는 반대로, 큰 성공도 없지만 큰 실패도 없는 안정된 상태입니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즐거움’과 ‘재미’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상태죠. / 14p
그렇다고는 하나 이런 회사 이야기가 결코 극적이지는 않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기도 곤란하죠. 하지만 애당초 ‘일상’은 극적이지 않습니다. / 14p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재미’를 살리면서 담담하고 극적이지 않은 일상을 사는 것. 그것은 시장의 낌새를 살펴 다른 사람의 재미를 쫓는 행위와는 다릅니다. / 15p
습관이 우리의 행동 양식을 만든다. / 31p
“멋 부리려고 할 때는 자신감이 없을 때”라는 요리후지 씨의 말에 등줄기가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66p
“외계 생물은 틀림없이 있습니다.” “틀림없이 있죠.” / 66p
5월 12일 이와테 모리오카의 사와야 서점에서 열린 마스다 미리 작가 낭독회에서 눈물을 흘린 다음 날 도쿄 아오야마 북 센터 본점에서 한 ‘수학 북토크’에서 모리타 마사오 씨의 이야기에서 ‘맨손으로 시작하는 다음 시대’에 대한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21일부터 23일 아키타에 있는 고조메, 요코테, 우야시나이를 차례차례 방문하고 인구감소, 고령화 사회는 ‘황금시대’로 가는 절호의 기회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68p
앞날을 알 수 없다는 사실까지도 즐기면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일의 즐거움이나 재미는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 기쁨을 잘 음미하면서…… / 70p
미쓰무라 씨가 [나는 왠지 떳떳하지 못합니다]에서 말한 것처럼 ‘경직화된 세계에 틈을 만드는 시도’가 지금 출판 사업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요구되고 있습니다. / 80p
마음을 담는 것은 지금까지도 쭉 계속해 왔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 88p
미시마샤의 일상을 가져와서 말해 보자면 매일, 일년 내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출판 일은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내용)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발효시켜서 하나의 형태(책)로 만듭니다. / 110p
이러한 위기의 시기야말로 아오야마 유미코 작가가 말하는 “아주 조금이라도 당사자가 된 마음”이 필요합니다. / 112p
새다, 넘치다, 삐져나오다, 흘러내리다. 지금 세상에는 더, 더, 더, 더 이런 움직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없으면 곤란합니다. / 128p
“무엇이 된다는 게 무슨 말이야? 아무 것도 되지 않아. 나는 나니까.” / 뭔가 ‘하는’것은 있어도, ‘되는’것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앞의 질문도 불필요하게 느껴집니다. 변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하는 거죠. / 167p
법률은 사태가 그 이상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일시적인 장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근본적인 해결에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감각이 바뀌어 가는 것 / 184p
작은 것, 약한 것을 향해 일반론이라고 하는 달콤한 사탕을 뿌리면, 그것들은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 209p
왜냐하면 미시마샤처럼 ‘재미’를 만들어 전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는 회사의 경우 일반론과 대다수의 잣대에 맞추기만 해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맞추면 평범함과 무난함이 기다릴 뿐입니다. 어쩌다가 ‘잘 팔리는’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다수가 지금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기댄다면요. 그런데 그 ‘재미’는 뒤처진 재미입니다. 말을 바꾸면 검색이 가능한 ‘재미’이자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낼 수 있는 재미입니다. 그런 재미는 미시마샤가 매일 목표로 하는 ‘재미’와 다릅니다. / 217p
한참 커지고 있을 때 ‘작은 것’을 목표로 삼기. 일반적인 관념의 다른 편에서야말로 봐야 할 것, 찾아야 할 것이 있다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 233p
성장은 ‘놀라는 힘’과 ‘재미있어 하는 힘’에서부터 싹튼다. 어린아이를 보면 언제나 사소한 것에 놀라고 별 볼일 없는 것을 재미있어 한다. / 철학자 구키 슈조는 ‘놀라는 힘’과 ‘재미있어 하는 힘’은 우연성에 동반되는 정서라고 말했다. 구키에 의하면 ‘우연성’의 핵심에는 ‘없을/아닐 가능성’이 있다. ‘당연히 그러함’이 필연이고, ‘당연히 그러하지 않음’이 불가능이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이 우연이다. / 243p
성장하고 변화하려면 ‘굳이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는 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 2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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