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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더 디자인] 책 추천

by ianw 2024.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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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디자인 책

 

[김재훈 _ 더 디자인 _ 21세기북스 _ 디자인 _ 예술 _ 대중문화]

 

더 디자인 책

 

저자 김재훈 작가는 텍스트를 직관적이고 흥미로운 만화로 재가공하는데 정평이 나 있는 분이라고 한다. 이 책 속에는만화로 읽은 현대 디자인의 지도라는 부제답게 현대 디자인을 책임졌던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그 명단은 아래와 같다.

 

더 디자인 책

 

좋은 파트너였던 스티브잡스와 조너던 아이브, 애플의 로고를 디자인했던 로널드 웨인, 롭 제노프, 1982년 애플의 시스템에 눈부신 백색의 옷을 입혔던 하르무르트 에슬링거(후에 디자인 컨설팅 회사 프로그 디자인 창업) / 스페인의 국보급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디자인한 츄파춥스 로고, IBM로고를 디자인한 로고디자인계의 아버지 폴 랜드, 코카콜라의 로고와 병, 산타클로스와의 관계, 구습에서 여성들을 해방시킨 샤넬과 No.5, 리바이스 청바지와 못 / 새로운 시대정신이 시작 바우하우스, 자유로운 직관으로 만든 파격적 디자인을 선보였던 데이비드 카슨, 서양의 모더니즘과 동양정서를 결합시켰던 안도 다다오, 예술성과 장식성을 부활시키고자 했던 알렉산드로 멘디니, 권위적 디자인에 반기를 들었던 에토레 소트사스, 예술적 실험을 산업화한 미켈레 데 루키, S의자의 톰 딕슨, 세련미와 소박함을 동시에 잡은 빌헬름 바겐펠트 /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디자인한 덴마크의 건축가 예른 웃손, 오늘날 시스템 주방이 원조가 된 프랑크푸르트 주방의 마가레티 쉬테-리호츠키, 폭포위에 20세기 최고의 건축물을 지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합리적 이성을 건축한 르 꼬르뷔지에, 실험적인 건축디자인의 대가 프랭크 게리, 이탈리아 디자인의 저력인 잡지 도무스 /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북유럽의 정서를 보편화한 이케아, 세계최초로 대량생산 설비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 미하엘 토네트의 조립형 의자 토네트 No.14, 바우하우스 가구공방 책임자였던 헝가리 태생의 건축가 마르셀 브로이어가 디자인한 최초의 금속 튜브의자 바실리체어, 독일 출신의 건축가 미스 반 데어로에의 바르셀로나 의자, 덴마크 출신의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이 디자인한 가구역사의 획을 그은 팬톤 체어, 의자 디자이너 부부 찰스와 레이 임스, 최고의 조명 디자이너 포울 헤닝센, 조명을 예술로 승화시킨 잉고 마우러, 자동차 엔지니어였던 조지 카워딘의 앵글포이즈 램프, 리하르트 자퍼의 티치오 램프 / 질주하는 조각작품 페라리, 아우토반 위의 명품 포르셰911, 007시리즈의 주인공 애스턴 마틴, 날개를 단 스포츠카 메르세데스 벤츠, 모든 자동차광의 드림카 람보르기니, 재규어부터 BMW까지 디자이너의 계보,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가 시보레 콜벳, 달리는 이탈리아 베스파, 자동차 디자인의 전설 조르제토 주지아로 / 에펠탑에 버금가는 프랑스의 상징 콩코드, R.J 미첼의 전시에 태어난 아름다운 전쟁무기 스핏파이어, 독일을 대표하는 전투기계 메서슈미트.

 

더 디자인 책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작품들이 250페이지에 걸쳐서 등장한다. 꽤 많은 양이지만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인물들은 모두 디자인계에 획을 그은 사람들이고, 작품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물건들인 경우가 많다. 특히 만화로 되어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꼼꼼히 잘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나 작품을 골라놓으면 꽤 박식한 사람으로 보여질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우리가 디자인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이기도 하다.

 

더 디자인 책
더 디자인 책

 

그리고 이 책 마지막 부분에는 ‘P.S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작가의 디자인에 대한 여러 글들이 실려 있는데, 현대디자인의 지도를 그린 사람답게 날카로운 시선으로 쓰여진 글들이다. 앞에 그려진 만화들을 보며 방심하다가 마지막에 한 대 맞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글들 중에서 발췌한 문장 하나를 옮기며 글을 마친다.

 

더 디자인 책

 

‘균등한 즐거움을 폭넓게 나누려는 의지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디자이너들이 선택 사항이 아니다. 그것은 매우 원초적인 윤리에 해당된다. 왜냐하면 디자이너라는 직종을 택해 그 행위를 통해 경제활동을 하는 자는 그 행위를 하기 위한 토대를 대중과 사회에서 빌려 쓰기 때문이다.’ -김재훈-

 

 

 

 

 

[문장수집]

 

채 십년이 안 되어 디자인에 쏠렸던 시선이 분산되고 관심도가 하락한 건 왜일까? 경기가 악화되어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술에 들이던 비용이 줄어들어서? - 아니다. 우리 사회의 놀라운 학습능력은 짧은 기간에 디자인을 보고 읽는 방법을 체화했고 세세하고 전문적인 영역애서 다루어지던 것들까지 대중의 눈높이로 끌어내렸다. - 디자인 전문가를 양성하는 아카데미의 전술이 닿지 않은 곳곳에서 예기치 못한 창의성이 빈번하게 발휘되고 의장등록이나 저작권이 무색할 정도로 기술 복제가 성행하며 사리분별이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팝아트나 아방가르드 시장으로 발길을 옮길 만큼 디자인 시장은 빛나는 아마추어들로 넘쳐나게 되었다. 예전이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시절이었다면 지금은 소비하던 대중이 생산과 설계까지 즐겁게 주무르는 전혀 다른 양상의 좋은 시절이다. / 5p

 

훌륭한 디자인을 원한다면 때로는 꼭 필요한 것들마저 빼버려야 합니다. / 28p

 

굿디자인이 굿 비지니스다. -토마스 왓슨 주니어 전 IBM회장- / 30p

 

그런데 토마스 회장의 말이 디자인을 자본으로 구속하려는 불순한 의도만 지녔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디자인은 창의성과 미학이 요구되는 직종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자본을 외면할 수는 없는 분야. 자율성을 얼마나 지킬지는 개별 디자이너들 스스로 시기와 정도를 선택할 문제가 아닐까요? / 32p

 

뉴욕이 사랑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중 한 명인 밀턴 글레이저가 1975년 시 당국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이 도안은 하나의 이미지가 얼마나 시민들의 생각과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아이러브뉴욕. / 34p

 

현대 로고디자인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폴 랜드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로고 디자인계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IBM, 웨스팅하우스, ABC방송국, UPS등 지금까지 우리의 눈에도 익숙한 기업로고로 기념비적인 디자인을 남겼습니다. -폴 랜드의 로고디자인에는 아주 중요한 특징이 있는데, 바로 흘러가는 유행을 쫓지 않고 합리적인 모더니즘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 42p

 

헤이든 선드블룸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는 그야말로 코카콜라 광고만을 위해 쾌활하게 웃는 산타클로스를 수도 없이 그렸고, 덕분에 오늘날 산타 외모의 표준을 만든 사람이 되었습니다. / 55p

 

샤넬에 관해 말할 때 혹자들은 구습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킨 혁명가라고 하기도 합니다. 여성들의 옷차림과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그녀는 확실히 혁명가라고 불릴 만합니다. / 60p

 

은은하면서 매혹적인 향에 어울리지 않게도 마치 기계 부품을 연상시키는 No.5 라는 이름에서 샤넬이 추구했던 혁신과 근대성을 읽을 수 있죠. 그런 모던한 정신이 느껴지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향수를 담은 용기의 각지고 단순한 형태입니다. / 68p

 

광부들의 작업복이었던 청바지가 골드러시가 끝난 이후에도 수명을 다하지 않고 다음 세대까지 사랑받은 것은 시대정신과 문화 때문입니다. 1950년대에 청바지는 광산이나 농촌을 넘어 도시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낭만과 자유의 상징이 되었고, 1960년대에는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운동과 같은 저항의 현장을 누비는 사람들의 유니폼이 되었습니다. 청바지에 담긴 그런 자유와 저항의 시대정신은 현대로 오면서 성공한 여피들의 자기표현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바지와 함께 떠올리는 문화와 감성의 가장 중요한 이미지는 바로 섹시함. / 76p

 

새로운 시대정신의 시작 / 바우하우스 / 지금도 회자되는 기념비적인 디자인 학교, 바우하우스는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 세워졌습니다. 바우하우스의 재미있는 점은 독일의 첫 시민 민주주의 국가 형태로 1919년에 첫발을 디뎠던 바이마르공화국과 그 역사가 매우 닮은 꼴이라는 점입니다. / 81p

 

1차 세계대전의 패배와 11월 혁명으로 제정이 붕괴되면서 독일은 처음으로 왕가나 귀족이 아닌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시점에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새로운 시대정신을 삶의 공간에 나타내야 한다는 목표로 바우하우스를 설립한 것입니다. - 건축을 중심으로 제반 미술과 공예를 통합한다는 개교 이념을 내건 그로피우스와 초기 교수들이 공감한 시대정신은 누가 뭐래도 모더니즘이었습니다. / 82p

 

건축과 공예 미술 분야에서 실현하는 모더니즘이란 과거 지배층이 누렸던 호사스런 장식을 배제하고 기능에 충실한 미학을 설계한다는 의미였죠. / 83p

 

파울 클레, 바실리 칸딘스키, 피에트 몬드리안 등 당대이 거물급 예술가들이 교수진으로 동참한 바우하우스는 그야말로 꿈의 학교였습니다. 그곳에서 교수와 학생들은 위아래를 따지지 않고 어울리며 예술과 산업의 융합을 연구하고 실천해 나갔죠. / 85p

 

탄압을 피해 이전한 데사우에서 보다 실용적인 성향의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교장직을 맡아 자립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죠. 1933년 바우하우스는 결국 문을 닫습니다. 흩어진 스타급 교수들을 불러 모은 곳은 미국이었죠. 그로피우스는 하버드로,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일리노이 공대로. / 88p

 

데이비드 카슨 / 자유로운 직관으로 만든 파격 / 중학교 사회 과목 교사였으며, 파도타기 세계 랭킹 8위였던 한 남자가 뒤늦게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제도권 교육과정을 밟지 않고 혼자 디자인을 익힌 그는 10년만에 정상금 디자이너가 되었죠. / 89p

 

1900년대 후반부터 디자인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그는 활자는 명확하고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편집디자인의 대전제를 깡그리 무시하면서 독보적이고 참신한 스타일을 유행시켰죠. / 90p

 

알렉산드로 멘디니 / 장식성을 회복시키다 / 1970년대 후반 이탈리아 밀라노에 모인 몇몇 디자이너들이 현대의 디자인 문화 시장의 판을 갈아 엎어버리기 위해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구성했습니다. 모임의 이름을 스튜디오 알키미아라 ㅈ어하고 종래의 모더니즘 디자인이 기능주의라는 이름 아래 함몰시킨 예술성과 장식성을 부활시키고자 하였죠. / 97p

 

모더니즘 디자인은 20세기를 풍미하였지만 점점 본래의 이상과 취지를 잃어버리고 거대한 문화권력의 화석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에 염증을 느낀 사람 중 한 명이 알렉산드로 멘디니 입니다. 그는 모더니즘 디자인의 획일적인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 화법을 제시합니다. 바로 수공예의 미와 장식성의 회복입니다. / 98p

 

에토레 소트사스 / 권위적 디자인에 반기를 들다 / 20세기 주류 디자인의 모습은 반듯한 모범생의 이미지였습니다. 합리성, 규칙, 인간공학, 균형, 비례 등의 개념으로 무장한 모더니즘 디자인은 갈수록 원칙만을 강조하는 엘리트주의로 변질되고 있었죠. 그런 디자인의 권위에 반기를 든, 반항적인 디자이너가 한 명 있었습니다. / 101p

 

미켈레 데 루키 / 예술적 실험을 산업화하다 / 대중보다 앞선 감각으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선구적인 작업을 한 디자이너는 많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예술적 실험의 범위에서 벗어나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산업화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 105p

 

미켈레 데 루키는 이탈리아 출신의 건축가이자, 산업디자이너로 알키미아 스튜디오, 멤피스 그룹 등 1980년대 디자인 운동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기존 디자인의 해묵은 관습을 타파하고 개혁하는 새 이념이라도 그것이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산업과 발맞추는 디자인이라는 원칙을 지킨 덕분에 오랫동안 장수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죠. / 106p

 

미켈레 데 루키의 작품이 전통적인 디지인 규범을 지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대중과 함께 호흡하려 했던 디자인 철학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제 웬만한 예술 정도는 단숨에 따라잡을 정도로 발달한 대중의 감각 때문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 108p

 

톰 딕슨 / 겉치레를 버리고 유쾌함을 입히다 / 딕슨은 낡은 부품과 폐자재를 활용해서 오토바이를 수리하던 현장 경험을 통해, 기성 디자이너가 흔히 추구하는 겉치레보다 사물의 에너지를 회복시키고 단순한 기계 원리를 유쾌하게 응용하는 진솔한 디자인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 112p

 

빌헬름 바겐펠트 / 세련미와 소박함을 동시에 잡다 / 기능적이고 합리적인 디자인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그 이념에만 충실히 디자인한 제품은 차갑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20세기 합리적 디자인의 기치를 올렸던 바우하우스의 교수 중에도 그런 과도한 기능주의를 못마땅해 했던 디자이너가 있었습니다. / 113p

 

기능이란 건 디자인의 전제조건이긴 하지만 그것이 목표가 되면 안되는 것입니다. 디자인은 생활에 보탬이 되어야 하는 것이죠. -빌헬름 바겐펠트- / 115p

 

단순한 것이 늘 최고는 아니지만 최고는 늘 단순하다. - 쉬테-리호츠키 - / 126p

 

르 꼬르뷔지에 / 합리적 이성을 건축한 디자이너 / 현대 건축의 아버리로 추앙받는 건축디자이너 르 꼬르뷔지에는 기념비적 인물입니다. 그는 집을 일컬어주거를 위한 기계하고 천명하기도 했습니다. 건축을 합리적인 공간으로 해석하려 했던 그의 의지는 미래지향적인 건축 이념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은 건축의 비인간화를 초래했다는 혹독한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 131p

 

일찍이 근대사상의 문을 열었던 철학자 데카르트는 해석기하학을 창안해 세계를 균질적이고 수학적인 공간으로 보았습니다. 르 꼬르뷔지에는 그런 합리적 이성주의를 건축에 적용시킵니다. / 132p

 

그는 인간에게 편리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균적인 인간의 신체와 활동범위를 황금비율에 따라 모듈화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름지기 생활을 위한 공간은 특별한 계층의 허식을 만족시키기보다 보편적인 삶의 편의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합리적 기능주의를 고집하였습니다. (그 바람에 역사와 문화가 다른 지역적 건축의 특성이 무시되고 획일적인 건물들이 난립하게 된 것은 아닐까-작가-) / 133p

 

프랭크 게리 / 실험적인 건축디자인의 대가 / 철학자 니체는 서양 문명의 원류인 그리스문화를 이성과 균형의 상징인 아폴론적인 요소와 도취와 격정의 상징인 디오니소스적인 요소로 나누어 분석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 건축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프랭크 게리는 건축에 디오니소스적 요소를 가장 잘 드러낸 인물입니다. 그는 디오니소스적 열정으로 파괴적인 실험을 거듭하며 세계 각지에 춤추는 듯한 건물들을 세우고 있습니다. / 135p

 

게리는 틀을 준수하는 기존의 건축에 식상함을 느끼던 대중의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스페인의 낙후되어가던 도시 빌바오는 그가 디자인한 구겐하임 미술관이 생기면서 몰려드는 구경꾼들로 인해 관광 명소가 되기도 했죠. / 137p

 

게리의 건축을 해체주의로 해석하고 그를 기성 건축 개념의 파괴자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그는 엄격한 규칙과 권위보다는 대중들의 감성과 유희를 소중히 여기는 친절한 건축가이기도 합니다. / 138p

 

이탈리아 디자인의 저력, 도무스 / 1928년에 이탈리아에서 창간되어 세계적인 디자인 저널로 성장한 잡지 [도무스]는 라틴어로 집을 뜻합니다. 독일 근대 디자인운동의 아이콘인 바우하우스의 의미도으로 같지만 멋에 대한 관점과 디자인을 규정하는 방식은 판이하게 달랐죠. / 139p

 

20세기 초 모더니즘이 디자인계를 휩쓸었습니다. 바우하우스의 교장을 지냈던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Less is More’라는 말이 근대 디자인의 강령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죠. 그렇지만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은 ‘멋 부리기’를 포기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도무스를 창간한 건축디자이너 지오 폰티는 장식은 근절해야 할 불필요한 요소가 아니라 도래하는 시대의 대중도 누릴 수 있는 유희라고 생각했습니다. / 140p


기능주의에 천착하는 과도한 모더니즘에 반대해 아방가르드 디자인운동을 주도한 에토레 소트사스나 알렉산드로 멘디니 같은 디자이너들도 폰티의 철학에 공감하고 도무스 편집에 참여했습니다. / 141p


찬란했던 로마 문명으로부터 르네상스를 거쳐 미래파로 대표되는 특유의 장식문화를 계승하는 이탈리아의 DNA를 담은 듯, 도무스는 일상의 미학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혁신을 거듭해 멀티미디어 시대에도 유효한 문화 저널로 살아남았습니다. / 142p


서유럽의 나라들에 비해 산업화가 더디게 진행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사람들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소탈한 인간미를 보존할 수 있었는데, 그런 정서가 디자인에도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핀란드 출신의 건축가이자 디자인너 알바르 알토는 자연재료의 멋을 살려서 생활 문화 분야의 현대적인 디자인을 탄생시켰습니다. / 146p


Less is more 덜어낼수록 풍부해진다 - 미스 반 데어 로에 - / 161p


원래는 기능주의 디자인의 본고장인 독일과 스위스에서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한 잉고 마우러는 디자인과 예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길 원했습니다. 자신이 만드는 제품을 환상적인 예술의 세계로 날려보내고 싶었던 그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전구에 날개를 다는 것입니다. 루첼리노라고 이름 붙인 그 조명으로 성공의 단맛을 본 미우러는 이후로 그런 식의 잡다한 실험들을 계속하였습니다. / 188p


페라리사의 대표 시리즈는 이탈리아의 디자인 회사인 피닌파리나 카로체리아에서 거의 도맡아 디자인합니다. 이는 그 회사의 설립자이며 탁월한 자동차디자이너였던 바티스타 피닌파리나가 페라리의 설립자인 엔초 페라리와 1950년대에 맺은 각별한 우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 신념과 예술의 결합은 대를 이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 195p


동그란 헤드 램프, 작지만 믿음직하고 군더더기 없이 세련된 모습, 독일을 대표하는 고성능 자동차 포르셰의 모든 시리즈가 오늘날까지 유지하는 고유의 스타일은 창업자 포르셰 박사의 손자인 페르디난드 알렉산더 포르셰가 1960년경에 디자인한 911시리즈의 유산입니다. / 198p


그런데, 포르셰의 역사에는 오점이 하나 있습니다. 창업 원조인 페르디난트 포르셰 박사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차량과 전차를 설계하는 등 히틀러의 제3제국에 부역한 전범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이 개인의 재능을 이용하려 할 때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훌륭한 디자이너의 자세일까요? / 200p


이언 칼럼은 귀족적인 풍모로 전통을 이어온 영국의 자존심, 재규어의 외형을 과감하고 새롭게 단장하면서 가장 주목받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디자인 수장이었던 페너 슈라이어는 현재, 기아 자동차의 디자인을 총괄하면서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실현 중입니다. / 214p


이노베이션이라는 말에 진정 어울릴 정도로 드라마틱한 활약상을 보여준 디자이너는 뭐니 뭐니 해도 크리스 뱅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뱅글은 미국인이지만 독일 자동차의 역사와 자존심을 고스란히 담은 BMW의 수석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그는 7시리즈 세단의 뒷모습을 파격적으로 디자인해 당시 사람들, 특히 독일인을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나친 변화로 BMW의 전통을 해쳤다는 비난이 쏟아졌죠. 그렇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의 디자인 철학과 신념을 지켜나갑니다. / 215p


조르제토 주지아로, 그는 1999년 라스베이거스에 모인 120명의 저널리스트가 선정한 ‘세기의 디자이너’로, 자동차디자인계의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한국최초의 고유모델 자동차였던 포니를 디자인한 사람이 바로 주지아로입니다. / 228p


미술, 음악, 대중예술, 영화, 문학 등 모든 문화 분야 종사자들 중 작업의 사회적 영향력과 업적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지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마도 디자이너일 것이다.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라고 불리는 자본과 회사들이 소유한 브랜드으 이름을 띄우기 위해 존재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업의 품질이 뛰어날수록, 업적이 탁월할수록 브랜드의 위상은 드높아지고 디자이너 개인의 이름은 더 사그라자게 마련이다. / 230p


아방가르트, 프랑스어로 Avantgarde는 기성의 체계와 예술문법을 혁파해야 할 구태로 간주하고 오낼 검증을 거친 안전한 유행을 내부의 적으로 여기는 문화 예쑬 분야의 혁신 운동을 일컫는 용어인데, 원래는 군대에서 적진을 향해 앞서 돌격하는 전위부대를 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즉, 아방가르드는 동시대의 주류 문화와 권위자들이 예상치 못하고 방심하는 틈을 노려 새로 개발한 예술 무기를 실험하는 전략인 것이다. / 271p


중요한 것은 디자인 분야의 의미 있는 진보나 혁신에는 새로운 즐거움과 활력소는 있으되 눈살을 찌푸리는 충격은 없다는 점이다. 보편적인 취미판단을 훌쩍 앞서거나 아예 다른 세계의 감성 소재를 발굴해 대중을 섬뜩하게 놀래거나 불쾌를 야기해 더 주목받고 대접받은 순수미술의 아방가르드 전장과 달리 디자이너들이 대중과 비슷한 마음과 태도로 편리와 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곳은 여전히 일상과 가까운 곳이며 함께 느끼고 누린다는 원칙이 폐기 처분되지 않았기에 그곳은 아직 예측을 불허하고 서민들의 삶을 아랑곳하지 않고 튀는 경쟁만을 일삼는 전쟁터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273p


균등한 즐거움을 폭넓게 나누려는 의지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디자이너들이 선택 사항이 아니다. 그것은 매우 원초적인 윤리에 해당된다. 왜냐하면 디자이너라는 직종을 택해 그 행위를 통해 경제활동을 하는 자는 그 행위를 하기 위한 토대를 대중과 사회에서 빌려 쓰기 때문이다. / 2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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