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훈 _ 더 디자인 2 _ 21세기북스 _ 디자인 _ 예술 _ 대중문화]
[더 디자인] 1권에 이어서 [더 디자인] 2권에 있는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1권과 마찬가지로 현대 디자인에 굵직한 흔적을 남긴 사람들이 등장한다. 서문에서는 현대디자인을 보는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데, 일반시민들도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시대, 디자이너와 일반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사회현상에 대해 작가는 이야기한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타이틀 시퀀스를 만든 영상디자인의 선구자 솔 배스, 현대 그래픽 디자인의 이정표를 세운 폴 랜드, 럭키 스트라이크 담배디자인을 한 산업디자인의 원조 레이먼드 로위,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한 아르네 야콥센,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디자인한 조지 루카스, 모나미153과 BIC크리스털 볼펜, 필립 스탁, 스위스의 자부심인 빅토리녹스 맥가이버칼, 최초의 W48전화기를 디자인한 지멘스, 알프스의 풍미가 담긴 토블레로네 초콜렛, 아디다스의 텔스타 축구공, 전자제품디자인에 한 획을 그은 디터 람스, 튼튼한 쌤소나이트 가방, 버버리 트렌치 코트와 험프리 보가트, 패션 시계 문화의 상징 스와치, 전통의 롤렉스, 권력화된 모더니즘 디자인에 저항하는 버네큘러 디자인, 우리나라의 숫가락과 젓가락, 철가방, 부채표 로고, 이태리타월, 지하철 노선표의 표준을 만든 영국의 해리 벡, 예술이 아니라 과학인 정보디자인인 픽토그램의 창시자인 1972년 뮌헨올림픽 디자인위원 오를 하이허, 픽토그램, 그래프, 다이어그램 등 시각정보디자인 분야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그림기호 문법체계인 라이소타이프의 기초를 세운 디자이너가 아닌 철학자 오토 노이라트, 인포그래픽 최강의 실력자이자 언더스탠딩USA와 TED를 만든 리처드 솔 워먼, 포스터로 벌어진 이미지 전쟁, 혁신적 디자인을 했던 독일 포스터 스타일의 선두주자 루치안 베른하르트, 새로운 광고이미지의 시작인 자흐플라카트 스타일, 포스터의 아버지 카상드르, 현대 그래픽 디자인의 아버지 엘 리시츠키, 셰리프체, 현대적 타이포그라피의 등장, 고급 양장본 서적만이 양서로 인식되던 출판계에 파란을 일으킨 영국의 펭귄북스(당시 그래픽 디자인의 대세를 이끌던 독일 출신의 디자인 명장 얀 치홀트가 아트 디렉션),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쥐 미키마우스, 무례해도 사랑스러운 도날드 덕, 소심한 아이의 대범한 강아지 스누피,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 프랑스가 사랑하는 만화 영웅 아스테릭스, 1963년 미국의 한 생명보험회사에서 탄생한 노란색 스마일리 페이스, 같은 토끼인데 다른 이미지인 미피와 플레이보이, 블록으로 세계를 창조한 레고, 만능 플라스틱 장난감 인형 플레이 모빌, 놀이를 넘어 교육이 된 프뢰벨, 명품장난감 네프슈필, 디자인 윤리 각성운동, 디자인 윤리와 이상을 실험했던 울름 조형대학 등의 내용이 이어진다. 그리고 1편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생각이 담긴 ‘P.S디자인’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1편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아주 쉽게 디자인에 대한 지식들을 떠먹여주는 책이다. 그리고 1편과 마찬가지로 책 마지막에 수록된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에 대한 글들은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준다. 디자인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있는 글을 읽다보면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문장수집]
폴 랜드는 스물네 살 때 디자이너에게 자유로운 창작 표현을 보장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색다른 경험을 하였습니다. -디자인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취향에 따라 혹은 자기에게 유익하도록 내놓는 다양한 의견들이 난무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는데, 바로 그렇게 분분한 의견 때문에 자신의 디자인이 항로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랜드는 작업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최종 결정권자이자 최고 책임자인 회사의 CEO와만 나눈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 19p
중요한 건 상상력이죠. 첨단 우주전쟁에서 칼부림을 해댄다는 황당한 상상 같은 거 말이예요 -조지루카스- / 35p
대중이 지속적으로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높은 품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련된 스토리를 탄생시킬 수 있는 인문학적 토대와 상상을 디자인하는 감성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 36p
제품의 기능과 사용자의 편리한 교감을 위해 디자인은 봉사해야 합니다. -디터 람스- / 66p
한 세기를 풍미한 모더니즘 디자인 유행이 소비문화와 맞물려 차츰 권력화가 되어 가자 이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디자인계 내부에서 일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버네큘러 디자인입니다. 91p 버네큘러란 ‘지배언어인 표준어와 대립하는 지역적이고 토착적인 방언’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이 개념을 디자인에 적용하면 유명한 디자이너가 만든 규칙이나 유행을 따르지 않는 소박한 디자인을 의미하게 되죠 (버네큘러는 무엇보다 탈권력적이며, 귀납적 방법론과 경험에 입각하여 자발성과 지역성을 부각시키는, 말하자면 미학적이지 않지만 민중적인 문화운동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공중목욕탕 문화를 위해 디자인된 때수건과 욕실의자, 투박하지만 정감 넘치는 한글 서체, 배달문화의 필수품인 빛나는 철가방등이 있다) / 93p
아이소타이프는 International System Of Typographic Picture Education의 약칭입니다. 노이라트는 연령이나 지식수준에 상관없이 전 세계인들이 공평하게 이해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호 문법 체계의 필요성을 실감했습니다. 1920년에 만들기 시작해 제창한, 시각 기호 사용에 관한 규범을 아이소타이프라고 합니다. / 123p
인쇄용 서체를 가장 앞서 발전시킨 나라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였습니다. 르네상스 정신을 인쇄 출판을 통해 전파하려 했던 알두스 마누티우스는 뛰어난 활자 조각가였던 프란체스코 그리포를 고용해서 자신의 뜻을 펼쳤습니다. 피에트로 벤보 주교의 논문 출판을 위해 만든 벰보체가 대표적입니다. / 152p
16세기 프랑스의 클로드 가라몬드가 만든 가독성이 우수한 가라몬드체는 루브르 박물관의 아이덴티티 디자인, 애플 컴퓨터의 이미지 구축 등 여러 분야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 152p
자존심 강한 영국인들은 윌리엄 캐슬론이 만든 캐슬론체를 대영제국의 깃발과 함께 전 세계로 전파시켰습니다. 미국 독립선언문에도 사용되었습니다. / 153p
산셰리프(그로테스크) 서체의 대표는 역시 헬베티카, 유니버스체는 크기, 굵기, 기울기가 다양한 패밀리 군단, 미래지향적인 서체 푸투라, 고전적인 서체와 산세리프를 조화시킨 길산스, 아방가르드 잡지의 표지 제목을 위해 만든 서체 아방가르드. / 156p
1957년 스위스의 활자 주조소 디자이어였던 막스 미딩거가 만든 이 서체는 이름조차도 스위스의 옛 라틴어 국명인 헬베티카입니다. / 160p
타이포그래피디자인은 거의 모든 디자인 분야의 학문적 토대이자 디자인 작업에 늘 동반되는 필수적인 소재입니다. 그래서 디자인 발전에 공헌한 뛰어난 선배들은 한결같이 개성넘치면서도 쓰임새가 좋은 다양한 형태의 글꼴을 만들어서 오늘날 우리가 문화적 풍요를 누릴 수 있게 해주었죠. / 164p
이탈리아의 잠 바티스타 보도니가 만든 매혹적인 서체 보도니, 타이포그래피의 아버지인 얀 치홀트가 만든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함께 갖춘 서체 사봉, 프랑스의 가장 유명한 포스터 아티스트 카상드르가 만든 대문자와 소문자를 결합한 특이하고 예술적인 모양의 서체 페뇨, IBM회사의 로고가 된 게오르그 트럼프가 만든 굵은 세리프의 강직한 서체 시티. / 164p
책이나 포스터 등의 인쇄물에서 활자를 포함한 여러 요소들을 다양하게 배열하는 현대적 타이포그래피 등장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가지런히 줄 맞춰서 쓰이던 글자 배열의 관습을 깨기 시작한 시인들과 실험적 예술가들에 의해서였습니다. / 167p
말라르메, 아폴리네르 등의 시인들이 글자 배열의 틀을 깨면서 시작한 실험을 재빨리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문자의 이미지화에 나선 것은 이탈리아의 미래파 운동 예술가들이었습니다. 1909년 잡지 [르 피가로]에 ‘미래주의 선언’을 게재하면서 미래파 운동의 포문을 열었던 필리포 마리네티는 자신의 책에서 읽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 168p
1950년에 탄생한 슐츠 만화의 캐릭터들이 지금까지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비결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닌 듯합니다. 그건 어쩌면 자기의 삶을 가식적으로 꾸미지 않고 마음속의 바람을 진솔하게 풀어냈기 때문이겠죠. 각박한 세상에서 소박한 꿈이 성공을 거둔 사례라서 더욱 뜻깊습니다. / 192p
점 두 개와 선 하나 그은 것이 뭐 그리 대단한 도안일까 싶기도 하겠지만 모두가 마음속에 담고 있는 친근한 이미지가 세상에 드러나는 일은 결코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다. / 204p
캐릭터나 심벌의 단순한 형태와 무표정은 일종의 여백입니다. 그것을 보며 공감하는 사람들이 상상력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느낌을 채워 넣는 것이죠. / 208p
비활성기체라는게 있다. 주기율표에서 단주기로 8족에 해당하는 헬륨, 네온, 아르곤 등의 원소, 이 녀석들을 빗대어서 유유자적 원소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한마디로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이다. 최외각전자 수가 모자람도 더함도 없이 딱 차지할 수 있는 만큼만 채워져 있다. 그러다 보니 산소와 수소가 결합해 물로 존재하거나, 산소 둘이서 결합해 공기 중 산소 기체로 존재하는 것처럼 다른 족 원소들이, 모자란 전자를 채우려고 하거나 잉여전자를 다른 것에 출자해 시너지를 발휘해 현실공간에서 모습을 가지는 것과 달리 이 비활성기체는 이름처럼 그야말로 다른 원소들과 공유결합이나 이온결합을 한느 등 어떠한 작당도 하지 않고 그 자체로 느긋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디자인은 이런 모습니다. / 253p
“이탈리아 부르주아 상인들에게 있어서 화가들은, 우주 안에 있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나 원하는 것을 소유하기 위한 도구였다.” 문화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말을 인용한 존 버거의 저서 [이미지]에서 발췌한 문구다. 원본 가치와 희소성이라는 면이 가장 극대화된 고전적인 순수예술 작품은 아마 유화 작품일 것이다. 이에 대해 소장자가 품는 욕망에는, 작품 자체에 대한 소유욕뿐만 아니라 그림에 표현된 사물이나 특이한 광경에 대한 소유욕, 그리고 그려진 인물들로 상징되는 자신의 계급 상황에 대한 과시욕도 포함된다. / 258p
그럼 팝아트의 가치는 무엇인가? 팝 시장에서 미술 작품의 가치는 미학적이고 질적인 면보다는 양적으로 더 확장된 가치에 역점을 둔다. 새로운 가치기준을 설명하기 위해 팝 아트를 한 줄로 정의할 수 있다. ‘팝아트 시대에 미술 소비자들은 작가의 기획력에 투자하는 것이다.’바로 여기가 예술과 디자인이 조우하는 장면이다. / 2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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