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토리 하루히코 [니체의 말 2] 책 추천
[시라토리 하루히코 _ 니체의 말 2 _ 박미정 옮김 _ 삼호미디어 _ 철학 _ 인문 _ 니체]
전에 소개했던 시라토리 하루히코 작가님의 ‘니체의 말’ 1편에 이어지는 책이다. 1편 만큼이나 좋은 말들이 많아서 2권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책에 대한 설명은 전 글에서 충분히 했으므로 이번에는 책에서 수집한 문장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그래도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이 책을 꼭 전부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물론 다 읽으면 좋다. 하지만 한 단락 정도만 읽고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감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아마 평소와는 다른 하루를 맞이하거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2편의 내용중에서 독서의 효용에 관한 문장을 옮기며 이번 글을 마친다.
방대하고 폭넓은 독서를 하고 그만큼 넓고 깊은 사고를 지속해온 사람이 새로운 생각, 새로운 사상, 새로운 견해와 마주했을 때 과연 놀라거나 위화감을 느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사상과 견해는 기존의 질서와 어우러져 하나의 사슬처럼 이어진다. 마치 제각각 뿌려진 듯한 별들의 위치에 별자리라는 규칙성을 입힘으로써 더욱 명료하고 새로운 의미가 생겨나듯이. -니체-
[문장수집]
세상의 상식, 도덕, 양심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욕망을 억누르라며 쉴 새 없이 떠들어 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이건 괜찮을까, 이건 참아야 할까 갈등하다 결국 위축되고 만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실제 행위를 하는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점이다. 규범이나 도덕, 상식 따위의 잔소리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굳건히 관철해나가라. 그러는 동안 방해가 되는 것, 쓸모없는 것, 불필요한 것은 자연히 떠러져나갈 것이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다. 그저 굳게 결심하고 열정적으로 행동하라. / 19p
그렇게까지 해서 공포심을 주려는 이유는 그들이 겁쟁이이기 때문이다. 혹은 그 위엄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 23p
그러므로 고작 국가를 위해 자신의 이상을 버리거나, 가치관을 바꿀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신의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를 희생시키는 것이 더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다. / 27p
세상사람들이 눈에는 그 차이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탁하고 얕은 물에서 물고기를 건지는 사람과 맑고 깊은 물에서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사람의 차이가. / 29p
세상으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 여기 간곡한 부탁이 있다. 현재의 세상과 자기 자신을 혐오한다는 이유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망상하며 현실을 도피해놓고, 결국은 현세를 초월했다고 믿는 행동은 하지 마라. 모든 것은 이 세상에서 비롯되었음을 잊지 마라. 종교든 예술이든 이 세상에서 싹을 틔웠다. 당신 또한 다르지 않다. / 33p
뛰어난 글은 작가 개인만의 정신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벗의 마음과 영혼, 나아가 무수히 많은 타인의 마음과 영혼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통합의 정신이며,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이 함께 숨쉬고 있다. / 35p
세상의 파도 속에서 사교적으로 살면서도 표류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언가를 버리는 단호함과 용기,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런 자만이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고독 속에 자신을 온전히 내던지는 즐거움을 맞볼 수 있다. / 43p
발이 묶인 이들을 대중이라 부른다. / 그러나 이는 한편으로 구속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저 많은 사람들과 함께 발이 묶인 채, 대중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져 있기에 자각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 51p
고도의 능력자는 대중의 이해를 받지 못한다. / 탁월한 두각을 드러내는 자, 걸출한 재능을 가진 자, 시대를 앞서 가는 자가 있다. 이러한 자들은 대중으로부터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 행위, 행동을 전혀 이해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일에 대해서 이해는커녕 상상조차 할 수 없으므로. 그 때문에 고도의 능력을 가진 자는 때때로 괴짜 혹은 별난 사람으로 보인다. 심지어 대중의 눈에 아예 띄지 않는 경우도 있다. / 68p
독창적인 사람이란 신기하거나 괴이한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다. 모두가 질려버린 것, 낡았다는 이유로 진작 버려진 것, 너무 평범해서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은 것을 마치 미래에서 찾아온,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을 탐구하듯 바라보는 눈과 뇌와 감성을 가진 사람이다. / 71p
책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다. 독자보다 우위에 있음을 과시하기 위함도 아니다. 책을 쓴다는 것은 무언가를 통해 자기를 극복했다는 일종의 증거다. 낡은 자기를 뛰어넘어 새로운 인간으로 탈피했다는 증거다. 나아가 같은 인간으로서 자기 극복을 이룬 본보기를 제시함으로써 누군가를 격려하고자 함이요, 겸허히 독자의 인생에 보탬이 되려는 봉사이기도 하다. / 118p
의기소침해 있는가? 지쳤는가? 그렇다면 잠시 멈춰보자. 머릿속을 비우려고 애써보자. 그런 후에 몸을 움직여보자. 본능에 충실한 동물처럼 마음껏 움직인다. 살갗으로 만지고, 바람과 물을 몸으로 느끼고, 근육이 달아오를 때까지 걷고, 마음껏 소리치고, 햇볕을 쬐고, 밤의 냉기를 맛보고, 풀꽃의 향기를 맡고, 먹고 마시고 기분 좋게 눈꺼풀을 닫아보자. 지금 당신은 이제껏 가둬두었던 당신 안의 야생을 들판에 풀어놓았다. 이제 그것은 분명 당신을 회복시키고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이다. / 117p
우리는 그것을 단순화하거나, 논리를 부여하거나, 규칙을 만들어 구조화한 것만을 겨우 이해한다. 그렇지 않고는 그 무엇을 이해도, 납득도, 인식도 할 수 없다. 말하자면 사람은 현상 그 자체에 손을 대어 논리적이고 예술적인 것으로 만들어야만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본능 그 자체다. / 130p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힘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이 세상에서 재료를 골라내는 힘이다. 또 하나는 그 재료에서 형태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 134p
우리는 왜 음악을 사랑하고, 밤하늘의 달을 사랑하는 것일까. 아마도 음악과 달빛 모두 우리으 밤을 아름답게 비춰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마음에 찾아오는 수많은 어둠의 밤을. / 135p
침묵에 나를 맡길 뿐이다. 그럼으로써 영혼은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오직 자신만을 위한 속삭임, 노래라 믿으며 영혼은 위로받는다. / 136p
지금껏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러한 방식으로 사랑받아 왔다. / 138p
방대하고 폭넓은 독서를 하고 그만큼 넓고 싶은 사고를 지속해온 사람이 새로운 생각, 새로운 사상, 새로운 견해와 마주했을 때 과연 놀라거나 위화감을 느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사상과 견해는 기존의 질서와 어우러져 하나의 사슬처럼 이어진다. 마치 제각각 뿌려진 듯한 별들의 위치에 별자리라는 규칙성을 입힘으로써 더욱 명료하고 새로운 의미가 생겨나듯이. / 147p
지혜롭지도 현명하지도 않은 자의 특징은 이러하다. 곧잘 화를 낸다. 가감 없이 울분을 드러낸다. 불평불만이 많다. 초조해한다.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그러나 지혜가 깊어질수록 분노와 울분은 사그라진다. / 148p
그대가 싸우는 상대는 누구인가. 벅찰 정도로 강한 괴물인가. 그렇다면 사력을 다해 싸워야 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조심하라. 괴물과 싸우는 동안 어느새 그대도 괴물로 변할지 모른다. 그대가 심연을 계속 바라본다면 심연 또한 그대를 뚫어지게 바라볼테니. / 196p
매순간을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살기 위해 애쓰지 마라.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 어깨의 뻐근함이 가중될 뿐이다. 이성적 사고, 계산적이고 합리적인 행동만을 고집한다면 만사가 힘겹고 점점 버티기조차 버거워질 것이다.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조금쯤은 부드러워져도 좋다. 억눌렸던 기분과 감정을 해방시키고 비이성적 비합리적으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지내며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좋다. 그것만으로 우리는 본래의 인간성에 영양을 공급받고, 삶의 활기를 북돋는 윤활유를 얻는다. / 199p
사람들이 동물을 좋아하고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물과 어린아이는 아무런 근심 없이 행복해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황에 따라 자신을 숨기거나 가리려 하지 않는다. 언제나 평소처럼 행동한다. 무엇도 감추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완전한 정직함 속에서 살아간다. 과거를 돌아보는 일도 없으며, 기금 외에는 바로 다음 순간도 생각지 않는다.-즉 순간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기에 근심도 권태도 없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역사의 방대한 기억과 막연한 불안으로 가득한 미래를 늘 놓지 못하고 있기에, 그들이 누리는 찰나의 행복을 선망한다. / 203p
사람들은 언뜻 인생이란 것을 일종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은 그림으로 그릴 수도, 시로 쓸 수도 없다. 수많은 예술가가 인생을 표현하려 애쓰지만 결국 완성된 작품은 자신이라는 개인의 인생을 소재로 한 단편적 자취일 뿐이다. - 인생, 즉 살아가는 것을 특정한 이미지나 소리, 형태로 표현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쉴 새 없이 유동과 변화를 반복하는 ‘생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생성이야말로 우리의 삶이며, 우리의 현실이다. / 225p
서둘러서는 안된다. 수많은 이가 우러러보는 큰 인물이 되고 싶을지라도, 진리를 탐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을지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을지라도, 혹은 당장에도 그리 될 듯할 지라도 지금은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이내 손에 닿을 듯한 그 것이 아무리 훌륭하고 위대해보여도, 자신의 목적 그 자체로 보일지라도 손쉽게 얻는 것은 온전한 의미를 지닐 수 없다. / 그대는 우선 그대 자신을 살라. 오직 그대만의 삶을 살아야 진짜가 될 수 있다. 그것에는 고통, 고뇌, 궁핍, 실의, 노력, 극복이 반드시 필요하다. 괴로움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안다. 그러나 그대가 진정 바라는 것은 그 고난 끝에 반짝이고 있을 것이다. / 229p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놓은 길을 걷지 마라. 앞서 간 누군가의 방식이나 지도자가 제시하는 길에 당신을 맞추지 마라. 오로지 당신만의 길을 가라. 막연할지라도 당신만의 길을 넓혀 가라. 그렇게 스스로를 이끌고 당당하게 나아가라. / 236p
죽어가는 아이가 있다.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모든 것을 주려 한다. 심지어 아이의 건강을 위해 이제껏 금해왔던 것조차도. 왜냐하면 아이는 곧 죽음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른다. / 240p
인생은 방랑과 같다. 살아가는 것은 방랑하는 것이다. 평원을 지나 험준한 산줄기를 수없이 넘어야 한다. 칠흑 같은 어둠을 거치고, 계곡물에 발을 적시고, 차가운 별빛 아래를 걸어야 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사건을 마주할 것이며 많은 것을 체험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언제나 자기 자신을 체험하는 것뿐이다. 자신이라는 인간을 체험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 2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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