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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유지원 [뉴턴의 아틀리에] 책 추천

by ianw 2024.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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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유지원 [뉴턴의 아틀리에] 책 추천

 

 

 

[김상욱 유지원 _ 뉴턴의 아틀리에 _ 민음사 _ 인문교양 _ 인문 _ 과학 _ 예술]

 

뉴턴의 아틀리에 책

 

김상욱 작가는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방송에도 자주 출연해서 익숙하신 분이다. 유지원 작가님은 진심으로 글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던 전작글자풍경을 통해 만난 적이 있다. 나는 운 좋게도 강연에서 직접 뵌 적이 있는지라 뭔가 친근한 마음이 든다. 어떻게 보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분야의 두 작가가 만났다. 서로 다른 분야의 두 사람이지만 이 분들은 사람들이 대하기 어려워하는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이야기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뉴턴의 아틀리에 책

 

이 책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나에게는 신선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거기에다 재미있고 유익하다. 특히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생각지도 못한 두 분야의 융합이라고나 할까? 같은 주제를 서로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주제에 대한 통찰을 선보인다. 그리고 두 작가 모두 서로의 분야에 대해 따듯한 시선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것이 요즘 화두로 떠오르는 진정한 융합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뉴턴의 아틀리에 책

 

이 책의 글들은 한 신문에서 연재된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이야기라는 하나의 주제가 주어지면 그 주제에 대해 두 분의 작가님이 각각의 생각을 글로 풀어놓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옴니버스 형식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 주제들은 관계와 이야기와 소통과 연결, 관찰과 사색은 물론 문명과 언어, 사고, 물질, 창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넓은 범위를 자유롭게 드나든다.

 

뉴턴의 아틀리에 책

 

예를 들어 한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당대의 정신을 포도처럼 수확하고 숙성시킨 책들이 인쇄기로 빚은 포도주처럼 흘러넘쳤다. 독일어를 몰랐다면 나는포도을 이렇게 한 문장에 넣기 어려웠을 것이다. 구텐베르크가 활동한 마인츠는 독일의 유명한 백포도주 산지여서, 그는 포도 압착기를 이용해서 인쇄기를 발명했다. ‘숙성이라는 오묘한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도, 목마름에 갈망하는 육신과 영혼을 적셔 준다는 점에서도, 포도주와 책은 서로 닮았다. 독일어에서는책을 읽는 일포도를 수확하는 일레젠lesen’이라는 같은 단어를 쓴다.’ 발췌한 내용은 여기까지다. 이 글은낯선 언어는 지식을 확장시킨다는 제목으로 유지원 작가님이 쓴 글이다. 이렇게 역사적인 사실과, 작가님의 경험과 시선과 통찰이 어우러져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 참 신기하다. 나는 이런 내용과 형식의 글을 좋아한다.

 

뉴턴의 아틀리에 책

 

책의 내용 중에는 또 이런 글도 나온다. “일단 알게 된다는 것은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어서 알기 전과는 나의 의식이 비가역적으로 달라진다. 그러면 이야기도 달라진다. ‘아는 만큼 안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알게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는 그 전에는 저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글을 하나 더 소개한다. “역사는 깊고 다채로우며, 어느 시대에서든 인간 활동의 모든 측면들은 서로 연결되어 왔다. 그래서 나는예술과 과학의 만남이니융합이니 하는 구호들이 새삼스럽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것이 즐거웠다.

 

뉴턴의 아틀리에 책

 

책을 읽을 때에는 꼭 메모할 것들을 옆에 두어야 했다. 두 작가가 전해주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서 놓치지 않고 기록해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또 금세 잊어버릴 것이므로.

 

뉴턴의 아틀리에 책

 

모든 것이 불확실해지고 한 치 앞도 바라보기 힘들어지는 세상을 한 발 물러서서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새로운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 새로운 지식들이 교차하면서 거의 무한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한 지식의 향연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문장수집]

 

시각은 그 속성상 분석적이고, 인간이 가진 감각 가운데 가장 정확하다.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물리학자가 연구하듯이 시각정보를 처리한다. 눈에 들어온 정보를 그대로 인지하는게것이 아니라, 거르고 가공한 후 의미에 대한 수많은 가설을 세우고 분석하여 최종적인 이미지를 구축해간다. 하나의 미술작품을 볼 때에도 관람자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는 것은 개개인이 구축한 최종이미지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 4p

 

미술은 공간의 예술이기도 하다. 미술작품은 반드시 공간을 차지해야 한다. 하지만 작품이 차지하지 않은 빈 공간도 작품의 일부다. 미술작품은 물질이 채운 공간과 빈 공간의 경계애 존재하기 때문이다. / 5p

 

유럽에서 초현실주의의 비현실적 꿈이 그려지던 시기, 물리에서는 양자역학이 탄생했다. 양자역학은 원자의 세계가 상식과 직관을 넘어 비현실적인 꿈 같다고 말해준다. 양자역학과 초현실주의가 1920년대 중반에 유럽이라는 동일한 시공간에서 태어난 것은 우연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 5p

 

당위에 저항하고, 편견에 질문하고, 다양성을 각별하게 존중한다.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열어둔다. / 11p

 

창작의 과정이란 불가해하고도 오묘한 것이어서, 입력한 의도들만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어떤 종착지로 그 결과물을 사뿐 데려다 놓기도 했다. / 18p

 

어떤 답을 하든, 당신은 옳다. 각자의 답은 각자의 일반적이거나 특수한 개인 경험에 따라 차이가 난다. / 29p

 

일단 알게 된다는 것은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어서 알기 전과는 나의 의식이 비가역적으로 달라진다. 그러면 이야기도 달라진다. ‘아는 만큼 안 보이기도 한다. / 30p

 

우리의 시각은 보이는 대로 보지 않는다. 지금 독자의 눈에는 하나의 화면이 보일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눈에 들어와 망막에 화면처럼 펼쳐지고 이것을 뇌에서 받아 그 안에서 담긴 의미를 분석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상은 간단하지 않다. 시각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이미 분석을 시작한다. 풍경을 점들의 집합으로 뇌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향의 선, 색깔, 움직임의 정보를 분리하여 따로 처리한다. / 일차적으로 시각과 관련한 뇌의 피질에서는 특정한 방향을 갖는 선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윤곽을 만들어간다. 우리가 대상을 인식할 때, 어디까지가 대상이고 어디부터가 배경인지를 나누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현실세계에서 사물을 감싸는 윤곽선 따위는 없다. 대상이 끝나는 곳에서 배경이 시작될 뿐이다. 대상이 무엇인지 알아야 끝나는 곳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상의 윤곽을 알아야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으로부터 알아낼 수 있다. 닭과 달걀의 문제와 비슷하다. / 38p

 

우리는 모양보다 색깔을 먼저 지각하며, 누구든지 판단하기 전에 표정부터 처리한다. / 39p

 

인간의 뇌가 세상을 이야기로 인식하다 보니, 세상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특성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은 언어를 창조하고, 언어는 추상적인 의미마저 만들어내고, 결국 우리는 존재하지도 않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종이 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삶과 예술의 의미에 대한 의문의 답은 우리 뇌 속에 있을 것이다. / 40p

 

유머란 어떤 일이 몰두하다가도 여유를 갖고 주위를 넓게 둘러보며 균형을 잡는 힘이다. 한 발 물러서면 시야가 넓어진다. / 62p

 

1920년대 유럽이라는 시공간은 양자역학과 초현실주의를 동시에 탄생시켰습니다. / 79p

 

이 이미지에서 우리는 뒷면을 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의 뒷면일까? 인쇄술로 표상되는근대적 기계 문명의 병리적인 이면일 것이다. 정상적으로 찍힌 인쇄물은, 비정상적인이면을 거쳐서 나온다. 육필로 쓰는 원고와 달리, 역전을 거듭한 인쇄공정은 현기증을 유발하고 인간의 자연스러운 인지 및 행동을 거스른다. 반전된 숫자들은 특정한 시각적 형상을 목표하기보다는, 매체에 개입함으로써 메시지를 전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 91p

 

물리는 시다. 사물의 이치는 때로 단 한 줄의 수식이나 한마디 문장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우주의 시라 부른다. / 93p

 

우주는 엔트로피의 증가, 즉 죽음을 선호한다. 이런 우주에서 생명은 돌연변이이자 이단이다. / 97p

 

건강한 생명들은 결이 고르다. 살결도 머릿결도 숨결도, 건강한 정신도 결이 고르다. 마음결도 말결도 글결도, 순우리말에서 온 것 같다. 우리 선조들은 우주의 생명 현상 속에서 구성 성분들이 반복하는 패턴을 형성해서을 이룬다고 직관으로 통찰한 모양이다. 그 생명의 자국으로 남은 무늬가이다. / 103p

 

우주에서 에너지의 양은 보존되지만 무질서해지는 방향으로 흐르며 그 질을 떨어지는데 말이다. 전자를에너지 보존법칙’, 후자를열역학 제2법칙이라고 한다. 그리고 질서의 반대편에 있는 무질서의 정도를엔트로피라고 한다. 그러니까, 생명이란 우주만물의 이치인열역학 제2법칙을 거슬러 질서를 생성하는 것이다. / 104p

 

그러니까, ‘자연스러움이란자연 그대로의 상태라기보다는 인간이 받아들이는 관념이다. 따라서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인간의 보편성과 다양한 문화별, 개인별 특수성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 118p

 

그럼저 상태가 식물에게는 자연스러울까? 생물들은 단독개체로서만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계 안에서 살아간다. 식물과 관계를 맺는 곤충이나 다른 생물이 녹색광에 반응한다면, 녹색광은 식물에게도 의미 없지만은 않을 것이다. / 119p

 

우리는 별에서 온 원자들이 우리 몸으로 모였다가 다시 흩어진다는 과학의 진실을 안다. 인간은 필멸이라도 인간을 구성하는 원자는 불멸임을 안다. 이 사실은 위안을 준다. - 그렇기에 우리는 우주 속 유구한 생명의 흐름은 지속될 것을 알고도 개체의 소멸을 애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 134p

 

생명이 흔치 않은 것이라면 죽음은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죽어 있는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생명이라는 특수한 상태로 잠시 가서 머무는 것뿐이다. / 139p

 

미스 반 데어 로에는적을 수록 낫다 Less is more’는 경구로도 유명하다.-레스는 덜어 내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고도로 집약되어 최후까지 남은 것이었다. / 148p

 

이후 로버트 벤투리는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답게적을수록 지루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아닌게 아니라 미니멀리즘은 농축된 것이 아닌 손쉬운 것으로 곡해되고, 부족함 많은 아류들을 낳았다. / 148p

 

이것이 감각을 통해 지각을 해서보는과정이다. 이 과정은 보는 사람의감정을 끌어낸다. 그러니까 이때의 감정은 외부에서 받은 것이면서, 내면과 섞여 내부로부터 나오는 것 이기도 하다. / 148p

 

스마트폰 안에서는 우리가 감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전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문명은 감각할 수 없는 것들을 기반으로 한다. / 139p

 

인간의 감각을 믿지 마라. 감각에 의존하여 구축된 의식은 더욱 믿지 말지어다. - 보이는 대로 그린 그림은 아리러니컬하게도 더욱 추상적이 되었다.-인간이 과학의 힘으로 감각을 벗어났을 때 우주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면, 터너가 의식에 의한 변형 없이 감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을 때 새로운 미술이 탄생했다. / 160p

 

저 멀리 떨어진 소실점의 물체가 다가오는 듯한 서구 원근법의순차적 시간과는 달리, 이 지도에서는 움직이는 관찰자가 보는 모든 시점을 한꺼번에 보여주는동시적 시간관념이 드러난다. 과학과 기술이 망원경과 현미경 등 보이는 스케일을 확대하는 도구를 통해 인간 시력의 한계를 넘어 가시 범위를 확장해 준다면, 그림은 실제 현상을 재배열함으로써 물리적 공간 속 인간 신체의 한계를 넘어 재편된 시공간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인간에게 부여해 준다. / 167p

 

현대물리학은 인간의 감각을 뛰어넘어 보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면 길이가 짧아지고 시간이 느리게 간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다. 물론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속도에 도달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극미의 세상을 다루는 양자역학에서는, 하나의 물체가 동시에 두 장소에 존재할 수 있고 보는 행위가 대상의 상태에 영향을 준다. 이런 세상에서는 우리의 경험이나 언어가 무용지물이 된다. 이제 우리는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 175p

 

역사는 깊고 다채로우며, 어느 시대에든 인간 활동의 모든 측면들은 서로 연결되어 왔다. 그래서 나는예술과 과학의 만남이니융합이니 하는 구호들이 새삼스럽다. / 182p

 

예술가의 머릿속에서 플라톤적이고 수학적인 발상의 세계는 물리적 현실 속에서 감각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조형으로 창작되어야 예술로 귀결된다. 물화의 과정은 불가피하게 물성, , 운동의 원리와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물리화그 자체다. / 182p

 

인식의 구속과 오류로부터 자유를 탐색하고, 왜곡되었을지 모를 구태의연한 시선에 대해 보다 나은 방식을 제안하려는 질문을 던진다. / 184p

 

과학의 눈으로 볼 때, 물질로 이루어진 우주에 인간이 말하는 의미나 가치는 없다. 중력에 의한 물체의 낙하 자체는 아름다운 일도 불행한 일도 아니다. 낙하하는 것이 낙엽일 때 아름답고, 유리잔일 때 불행하다. 가치는 인간이 임의로 붕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과학을 잘 알았던 뒤샹이 예술을 전복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 191p

 

그리스문명의 가장 위대한 유산은 사실 파르테논이 아니라개인으로서의 인간을 발견한 것이다. / 202p

 

한자는 그리스 언어와 달리, 글자의 뜻을 정확히 인식하는 문자학이 문법보다 발달했다. 유럽 언어들에서 알파벳 철자들이 단어로 응집되어 의미를 형성했다면, 동아시아 언어들에서는 하나의 소리 덩어리가 하나의 의미 단위를 이루며 인식되었다. 이런 언어학적 이유와 더불어 공간의 측면에서는 이 소리 덩어리 즉 음절이 정사각형 한 칸을 차지했다. 초성,중성,종성의 음소로 쪼개는 데까지 나아간 한글이 다시 모아쓰리글 하며 정사각형의 음절 공간으로 돌아간 이유도 이런 문화 전반에 걸친 인지 단위와 관련이 있다. - 동아시아인은 공간뿐 아니라 시간 인식에 있어서도 직선상의 길이보다는 면적상의 구간을 단위로 삼았다. / 207p

 

수학은 보편을 추구한다. 그러나 동서양의 수학에서 보편에 도달하는 방식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그로 인해, 같은 대상인 세계를 각기 다르게 묘사하고 해석해 온 것이다. 질서란 우주와 세계를 유형화해서 보는 해석이다. / 208p

 

‘당대의 정신을 포도처럼 수확하고 숙성시킨 책들이 인쇄기로 빚은 포도주처럼 흘러넘쳤다.’ 독일어를 몰랐다면 나는포도을 이렇게 한 문장에 넣기 어려웠을 것이다. 구텐베르크가 활동한 마인츠는 독일의 유명한 백포도주 산지여서, 그는 포도 압착기를 이용해서 인쇄기를 발명했다. ‘숙성이라는 오묘한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도, 목마름에 갈망하는 육신과 영혼을 적셔 준다는 점에서도, 포도주와 책은 서로 닮았다. 독일어에서는책을 읽는 일포도를 수확하는 일레젠lesen’이라는 같은 단어를 쓴다. / 212p

 

한국어은 그 글자의 모양이 빛 같다. ‘음성 상징이라는 것이 있다. 소리에도 이미지가 있다는 뜻이다. 한글은 소리의 느낌과 글자의 모양이 체계적으로 일치하는, 세계에 유례가 드문 문자다. 15세기의 한 뛰어난 언어학자가 언어의 소리와 글자의 형상을 의도적으로 일치시킨 덕분이다. / 213p

 

인간이 사용하는 단어는 명확히 정의하기 힘들다. 맥락에 따라 단어의 의미가 바뀌며 모든 단어는 그것이 사용되는 시공간과 분리될 수 없다. , 역사성을 가진다. 그래서 다른 언어로 번역을 하면 원문의 맛을살리기 힘들다. / 220p

언어로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은 왜 수학과 예술이 존재하는지 설명해 준다. 우주는 인간의 언어와 이해 방식이 아니라 수학과 물리학의 방식으로 기술된다. 인간은 수학과 언어로 기술할 수 없는 것을 예술로 표현한다. 그래서 예술은 언어로 분명하게 정의할 수 없고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분석할 수도 없다. / 222p

 

1920년대 유행하기 시작한 초현실주의는 바로 꿈을 그리는 미술이었다. 이런 사조가 생긴 데에는 시대적 배경이 있다. -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치러진 1차 세계대전에서 7000만명 가까운 군인들이 참전하여 사망자 1000만명을 포함, 3000만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 이런 비극이 이성과 합리를 부르짖던 서구문명의 몰락이라고 본 일부 사람들은 이성의 통제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들에게 해답은 프로이트의 철학에 있었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무의식이며, 꿈은 무의식의 내부를 보여주는 창이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무의식으로부터 자동으로 연상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이들이 배격하고자 한 현실은 물질주의에 매몰된 자본주의 사회였다. 1917년 러시아에서는 공산혁명이 성공했으며, 초현실주의자들은 마르크스주의에 경도되었다. / 234p

 

1925년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에 대한 한 편의 논문으로 물리학의 아버지 뉴턴이 만든 역학을 뿌리째 뒤흔든다. -하이젠베르크는 원자의 궤도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니,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까지 했다. 원자는 이곳과 저곳에 동시에 있을 수 있고, 입자이면서 파동일 수도 있다. 중첩과 이중성이라는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다. / 235p

 

초현실주의와 양자역학이 같은 시기에 탄생한 것이 우연일까?-양자물리학자와 초현실주의 작가들 모두 1930년대 유럽이라는 동일한 시공간을 살며 직간접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것이다. / 236p

 

무언가를있는 그대로묘사한다는 관념 자체가 사실 환상에 불과하다, 우주와 자연은 인간 신체의 감각과 지각 세계 속에 재편되어 받아들여진다. / 239p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에 따르면 이름은 그 이름이 지칭하는 대상과 아무 관계가 없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언어 기호의 의미는 그 기호에 내재된 것이 아니라 그 바깥에 있다. 이를 언어의 자의성이라 한다. 더구나 각각의기호를 자기완전하게 정의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다. 사전에서이름의 정의는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서 사물, 단체, 현상 등에 붙여서 부르는 말이고,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쓰는 음성 기호이고, ‘기호어떠한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쓰이는 부호, 문자, 표지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다시로 돌아왔다. 결국 언어기호는 다른 기호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정의될 수 있다. / 249p

 

특정한 기준으로부터 평균이 산출되면, 그 평균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오류처럼 취급된다. 이때 수치적인 기준이란 과연 중립적이고 객관적일까? (폴리네시아의 한 부족이 유능한 사람을 뽑는 기준은 혀가 길고 노래와 달리기를 잘하는 것이라고 한다.) / 257p

 

워싱턴 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의 카렌 쳉 교수에 따르면, 물음표는 라틴으로묻다는 뜻은 questio에서 와서 Q와 점을 위아래로, 느낌표는 라틴어로기쁨의 탄성이라는 뜻인 io에서 와서 I와 점을 위아래로 배열한 형태이다. 한 벌의 글자들은 이런 원리에 따라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진다. / 276p

 

유클리드의 [원론]에 따르면, 면의 끝은 선이고 선의 끝은 점이다. 결국 모든 도형은 점으로 구성된다. 점은 부분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부분이 없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더 나누어질 수 없다는 의미라면, 고대 그리스의 원자와 같은 것일까? 부분이 없는 것의 크기는 얼마일까? 0은 아닐 거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거니까. 엄청나게 작은 어떤 크기를 가질 수도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작더라도 크기를 갖는 순간, 그 크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부분이 존재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점의 크기는 0보다는 크지만 크기를 갖지 않는 어떤이어야 한다. 에우클레이데스는 부분이 없다는 말로 이 모든 어려움을 피해 갔다. / 282p

 

구는 수학적으로 완벽한 도형이다. 구는 어느 방향에서 봐도 모양이 같다. 구의 세상에 방향은 없다. 구가 가진 것은 중심과 크기뿐이다. / 295p

 

우리 눈의 기능은 경이롭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인간이 볼 수 있는 빛인 가시광선만 해도 전자기파 스펙트럼의 극히 일부분이다. - 우리가 매몰된 한계 많은 신체와 지각마이 유일한 척도라는 독단을 벗어나는 것은, 지구와 우주의 한 생명 구성원으로서 우리 인간 종의 도리다. / 307p

 

같은 색도 사람마다 미묘하게 다르게 받아들이고 판단한다. 심지어 색들은 빛의 파장만으로 설명하라 수 없는 인간 감정과도 반응한다. / 324p

 

엄밀히 말해서 검정은 색이 아니다. 색은 빛이 가지는 진동수가 결정한다. 빛은 전자기파, 즉 전자기장의파동이다. 전자기파가 1초에 450조번 진동하면 붉은 색이 된다. 색을 가지려면 적어도 빛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검정은 빛 자체, 즉 진동할 것조차 없는 것이다. 결국 검정은 색이 아니라 색을 정의할 빛이 없는 상태, 즉 빛의 부재에 붙여진 이름이다. / 330p

인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듯, 검정도 검지만은 않다. / 334p

 

우주에 완전한 침묵이란 없다. 모든 것은 노래한다. 전자도, 원자도, 세포도, 생명도, 뇌도, 동물도, 건물도 노래한다. 우주 전체가 노래한다. / 341p

 

미술이 공간의 예술이라면,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다. 미술 작품은 공간을 점유한 물질로 존재하고, 음악 작품은 시간을 흐르는 소리로 존재한다. 소리도 분명 공간을 차지하지만, 인간은 단지 고막의 시간 변화만을 감지하여 듣게 된다.-이렇듯 시간의 음악과 공간의 미술은 함께 시공간을 구성한다. / 345p

 

안료의 색을 내기 위해 무수한 물질이 사용되었다. 붉은색은 연지벌레, 노란색은 치자나무, 보라색은 조개, 이런 식으로 말이다. 특히 고대 로마 시대티리언 퍼플이라 불린 보라색은무렉스 브란다리스푸르푸라 하이마스토마라는 조개의 체액에서 얻을 수 있었다. 체액은 조개 수천 개에서 겨우 1그램을 얻을 수 있었기에 엄청나게 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당시 보라색은 황제만이 쓸 수 있는 색이었다. / 362p

 

인간은 죽어서 흙이 되지만, 인간과 흙은 서로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원자 수준에서 보면 석회석, 달걀, 식물성 기름, 석탄, 인간, , 태양은 서로 다르지 않다. 아니, 눈에 보이는 세상의 모든 다양한 것들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 366p

 

셀 수 있는 가산명사와 셀 수 없는 불가산 명사를 문법적으로 구분한다는 것은, 그 언어사회가 개체로 존재하는 사물과 물질의 경계를 뚜렷이 구분한다는 표시다. 영어권 화자는 영어의 이런 특성에 의해 물질보다는 사물, 재료보다는 모양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 언어는 생각을 특정한 방향으로 몰고 간다. / 369p

 

우리는 도구를 기술적인 보조물 정도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도구는 세상의 틀을 다시 짜고, 세상과 관계를 맺는 우리 자신을 변형시키기도 한다. -도구의 발명은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차츰 해방시켜 왔다. 문명의 축적과 성취를 부정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것이 야기하는 불편들과 박탈해가는 가치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 373p

 

우리는 지능에 비해 인간 몸의 능력과 가치를 자주 간과한다. 예술 훈련과 교육의 현장에서는 때로손이 뇌를 가르치게 하라.’는 말을 한다. 반복 훈련을 통해서, 뭐라 언어로 풀어서 형용하기는 어려운 복합적인 통찰을 얻으라는 것이다. 순차적인 언어로 기술되는서술적인 기억형식지의 영역이 아닌, 자전거나 악기처럼 동작을 몸으로 익히는절차적인 기억암묵지의 영역이 인간의 예술 영역에 깊이 관여한다. 과학에서도 몸과 마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고 하여체화된 인지라고 부른다. / 385p

 

예술품이 일단 시장에 나오면 그것의 가치는 예술이 아니라 시장이 결정한다. / 394p

 

엔트로피는 무질서의 정도를 평가하는 수치인데, 폴록의 그림처럼 규칙성이 거의 없는 작품에서 큰 값을 갖는다. 복잡성은 그 자체로 복잡한 용어다. 복잡성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조차 아직 복잡성의 정확한 정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논문의 저자들은 그림을 픽셀이라는 작은 사각형으로 촘촘히 나누고 이웃한 픽셀들 사이의 관계로부터 엔트로피와 복잡성을 계산했다. 놀랍게도 이렇게 단순한 방법으로도 14만점의 그림을 화풍에 따라 성공적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 417p

우주는 무질서를 선호한다. 이것을 열역학 제2법칙이라 한다. 사실 질서와 완전한 무질서는 완벽하게 정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구석이 있다. 복잡함은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 418p

 

영화 이미테이션게임의 주인공인 앨런 튜링은 수학자로서 컴퓨터공학과 암호학의 선구자였다. 그는 생물학의 주제라고만 여겨진동물의 무늬;를 처음 수학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동물의 무늬는 개체의 발생 단계에서 화학 작용에 의해 생겨난다. 이 원리를 수학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이 엘런 튜링의 생각이었다. 같은 종끼리는 무늬가 발생하는 같은 원리를 공유한다. 그러나 발생 초기 단게의 민감한 조건 변화에 따라 무늬가 증식해가는 과정에서 개체간에는 서로 다양한 변화가 생겨난다. / 426p

 

과학은 거대한 우주 속 우리를 들여다보게 하고, 예술은 그 미약한 우리의 작은 마음을 우주로 확장한다. 우리는 한낱 우주먼지이지만 동시에 온 우주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 사람을, 사물을, 현상을 단 하나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그것에 숨겨진 무한한 세계를 발견할 수 없다. -김초엽- / 4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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