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멋진 휴식 _ 존 피치, 맥스 프렌젤 _ 마리야 스즈키 그림 _ 손현선 옮김 _ 현대지성 _ 아마존 자기개발 베스트셀러]
당연하다고 믿고 있던 것들이 흔들리는 건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건 분명 우리가 세상을 배워가는 과정 중 하나다. 우리는 보통 ‘쉼’이 ‘일’의 반대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 쉰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일의 반대가 아니고, 가장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상태다. 그래서, 우리에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타임오프>
책의 영문제목이기도 한 진정한 쉼의 시간, Time off 는 사전적 의미로 ‘일이 없는 한가한 시간, 활동의 일시적인 중단이나 휴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의 시간을 의식하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개념은 상대적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엔 시간이 날아가지만, 지루한 강의를 들을 때엔 시간이 기어간다. 우리가 시간을 효과적으로 의식하고 좋은 쉼을 취할 수 있다면 우리의 생을 더 행복하게 꾸며갈 수 있다. 작가는 인간이 경험하는 멋진 일들은 대개 쉼과 성찰과 회복의 한복판에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우리의 사고방식은 기술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일과 여가를 혼동하고, 여가를 게으름이나 나태와 동일시하게 된 지점, 그 시점이 우리가 요점을 잃어버리기 시작한 지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기술의 발전에 떠밀려 여기 현재에 와 있다. 모든 것에는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균형을 잃고 있고 그것은 많은 문제가 되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타입오프를 실천하는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작가에 의하면 세계 최고의 창조성 대가들)이 타임오프를 주장했고 실천했으며, 회복과 재충전의 시간을 통해 영감의 발판으로 삼았다. 베토벤과 차이코프스키는 자연 속에서의 산책을 타임오프의 파트너로 삼았다. 아인슈타인은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쪽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아리스토텔레스, 버트런드 러셀, 아리아나 허핑턴, 표트르 차이콥스키, 쇠렌 키르케고르, 르브론 제임스, 헤르만 헤세,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이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보낸 시간들이 타임오프의 긍정적 개념을 증명한다.
우리는 좀 더 양질의 수면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운동해야 한다.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회복을 진지하게 여기고, 정말로 중요한 날들을 위해 힘과 최상의 컨디션을 아껴두어야 한다. 놀이와 장난을 즐겨야 한다. 외부의 입력을 줄이고 고독해지기도 하며, 독창적인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타임오프는 자신의 목표와 우선순위와 같은 주제, 궁극적으로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성찰의 시간이다.
2020년에 발간된 책이지만, 현재에 더욱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근로시간에 대한 논의로 시끄러웠던 우리나라에 더 유효할 수 있을 듯하다. 다수의 노동을 AI가 대신하는 미래에 더욱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테크놀로지를 더 균형있게 수용하고, 새로운 환경에 대응해 효과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타임오프를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 고유의 영역인 창의성과 공감력을 통해 더 인간적이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타임오프를 이용할 수 있다.
나는 내가 보고 있는 지금의 세상이 발전을 향해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렇게 정신없이 달려가도 괜찮은가 스스로 물어보곤 했다. 그건 사실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상이라 누군가에게 물어보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 같았다. 다행히도 나는 이 책을 통해 하나의 작은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나의 물음을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변명거리 정도랄까.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소개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며, 수학자, 철학자인 영국인 버트런드 러셀의 문장을 옮기며 글을 마친다. 이 책에 따르면 그는 여가와 게으름의 신봉자였다.
우리는 지나치게 많이 일한다. / 내가 진심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근로가 미덕이라는 믿음이 현대 사회에 막대한 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과 번영에 도달하려면 조직적으로 일을 줄여가는 수밖에 없다. / 여가는 문명에 필수적이다. 이전 시대에는 다수의 노동이 있어야 소수의 여가가 가능했다. 이제 현대 사회는 기술 발전으로 문명에 피해를 주지 않고도 얼마든지 공정하게 여가를 분배할 수 있게 되었다. / 버트먼드 러셀 (1872-1970) / 48p
[문장수집]
인간이 경험하는 멋진 일들은 대개 쉼과 성찰과 회복의 한복판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 15p
1932년 버트런드 러셀은 에세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우리가 현재 문명의 최고 위업이라고 간주하는 많은 것들을 달성할 수 있었던 까닭은 여가를 찬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셀은 “유한계층 Leisure class 은 사회정의상 합당한 근거 없이 혜택을 누렸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문명이라고 칭하는 것은 대부분 유한계층의 공헌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예술 활동을 하고, 과학적 발견을 이루었다. 책을 쓰고 철학을 발전시키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 유한계층이 없었더라면 인류는 상당 기간 야만의 시대를 탈피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27p
아리스토텔레스는 일과 여가를 구분하는 결정적 차이는 ‘왜 하는가’란 질문으로 응축된다고 보았다. 일은 실용적인 목표와 목적이 있지만, 여가는 순전히 그 자체를 위해, 목적이 아닌 의미를 찾아서 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쉼을 여가로 여기지 않았다. 그의 정의에 의하면 쉼엔 늘 ‘무엇으로부터의 쉼인가’란 질문이 따른다. 반면에 여가는 오로지 그 자체로 정의된다. 여가가 위계의 맨 위에 있다. / 33p
예전에는 사람들이 속편하게 놀 줄 알았다. 그러나 능률 숭배로 인해 그런 부분은 사라졌다. 현대인은 모든 일을 다른 목적을 위해 행한다고 생각하며, 그 자체를 목적으로 일하는 법이 없다. / 그 때문에 우리는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자유시간을 통해 문명과 문화에 이바지할 활까지 잃었다. / 버트런드 러셀 (1872-1970) / 54p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게으름이나 나태, 정체 문화를 주창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생산성과 삶의 즐거움이 있는 문화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단지 경제적 산출물이 아니라 훨씬 폭넓은 의미의 생산성을 추구하는 문화다. 창의적, 과학적, 영적, 인간적 성장이 가능한 문화다. / 61p
월러스는 창의적 사고의 4단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준비단계 : 앉아서 열심히 일하기 / 부화단계 : 의식하던 것을 멈추기 (또는 다른 일에 관여하기) / 발현단계 : 간절히 찾던 깨달음의 순간 / 검증단계 : 계시가 타당한지 확인하는 추가 작업 / 사고의 기술 The art of though, 그레이엄 월러스 / 67p
창의성은 타임온(준비, 검증)과 타임오프(부화, 발현)의 부단한 협연이다. 관건은 두 상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으며 힘을 빼고 타임온과 타임오프를 오가는 것이다. / 70p
창의성은 본질적으로 점 연결하기다. 광범위한 관심사를 탐구하다 보면 풍성한 점들에 접근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점이 있든지 간에 준비 단계에 갇혀 한 점을 쥐어짜거나 한 점에만 과하게 몰입하면, 계속 근거리 점들만 잇게 된다. 그러면 사고가 경직되고 아이디어 순환이 일어나지 않는다. / 88p
특히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유형의 일은 활발히 일에 임하는 시간만큼이나 쉼과 긴장 풀기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쉴 때 뇌는 부지런히 기억을 조합하며 조용히 당면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다. DMN이 활성화되면 우리의 직관력이 주도권을 가지고, 창의성과 문제해결기술이 보다 더 비단선적으로 움직이며 멀리 있는 요소와 연관점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 97p
다리가 움직이는 순간 생각이 흐르기 시작한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 104p
창의적 과정에서 능동적 측면(준비, 검증)과 수동적 측면(부화, 발화) 사이의 균형 맞추기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보았다. 마찬가지로 교류와 고독 간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새로운 자극을 얻고 영감을 수집하려면 교류가 필요한 건 맞다. 그러나 일단 자극와 영감을 얻은 후엔 자신의 정신 속으로, 괴짜 고치 속으로 들어가 자극와 영감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 166p
끊임없는 입력과 교류는 우리를 현실, 즉 ‘현주소’에 묶어놓는다. 우리 정신은 오직 입력과 번잡함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고독 속에서만 멀리 떠돌아다닐 수 있다. / 167p
더 많은 일을 위한 재충전 같은 실용적 목표를 여가에 부여한다면, 여가의 가장 심오한 유익과 기쁨을 놓치고 말 것이다. 외적 목표에 초점을 맞추면, 그것에 정신이 팔려 내면의 평온이라는 본질을 놓치고 말 것이다. / 212p
우리는 갈수록 미래에 정신이 팔린 상태로 살며 지금 우리가 처한 곳에서 행복해지는(혹은 행복을 알아보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다. / 224p
창의성은 본질적으로 점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재미와 장난은 패턴을 발견하고 새 연결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점 연결과 창의적 놀이는 어른이나 아이 모두에게 문제 해결과 가능성의 감각을 키우는 데 필수적이다. / 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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