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_가와우치 아리오 지음_김영현 옮김_다다서재_논픽션 베스트셀러]
김초엽 작가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보는 감각’이란 이토록 폭이 좁고 제한적이면서도,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는 감각임을 알게 하는 산뜻한 이야기들.”
이 책의 작가는 제목 그대로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본다. 혼자 조용히 감상하던 평소와 달리 작가는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가 작품을 느낄 수 있도록 설명을 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된다. 보지 못하는 사람을 통해 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들의 여행에 동행하는 이들은 본다는 감각을 공유하며, 동시에 뛰어넘기도 한다. 이들이 공유하는 세계는 감각 너머의 세계이다. 꼭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걷지 않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 것, 걸어본다는 것은 타인의 눈을 빌려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래서 새로운 생각의 출발점이 되어준다.
보통 우리는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의 미술 감상이란 만져서 감상하는 것이라는 관념을 가지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형태의 갇힌 생각들을 틀에서 꺼내어주기도 한다. 그런 생각들은 우리가 스스로 쌓아 올린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쌓아 올린 장벽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도 견고한 경계를 만들어 놓았다.
눈이 보인다고 해서 모든 것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대한 정보 속에서 눈은 뇌가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만 취사 선택한다.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시야에 들어와도 뇌에서 처리하지 않는다. (153p)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보이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펼친 순간부터 닫을 때까지, 내내 작가와 함께, 작가의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함께, 작가의 눈이 보이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한 기분이다. 책에서 작가는 산책을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표현했는데 책 역시 그런 것 같다. 작가가 이전에는 자각하지 못했던 자신 안의 모습, 차별의식과 모순을 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우리 역시 우리 안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우리가 스스로 쌓아 올린 경계를 넘어설 수 있다.
[문장수집]
버스가 도착한다. 또 다른 버스가 도착한다. 행선지를 아는 버스도 있고, 모르는 버스도 있다. 매일 수많은 버스가 눈앞을 지나치지만, 무슨 버스를 타야 할지 모르겠다 / 4p
사물을 보는 행위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사전에 축적된 지식과 경험, 즉 뇌 내의 정보다. 우리는 풍경이든, 예술이든, 사람의 얼굴이든, 전부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 기초해 해석하고 이해한다. / 25p
예술이란 보편적인 언어다. -던컨 필립스- / 37p
“응, 애초에 나한테는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가 평범한 거고, ‘보이는’ 상태는 모르니까. 보이지 않아서 뭐가 큰일인지 실은 잘 몰라.” / 54p
앞서 관람자는 뇌에 저장된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에 기초해서 작품을 본다고 했다. 그러니 작품에서 뭔가를 느끼거나 의미를 찾는 것은 관람자의 몫으로 그 결과에는 각자의 가치관과 경험이 짙게 배어난다. 예술을 보는 행위의 재미는 바로 그 점에 있다. 다양한 해석을 용인하는 작품의 넓은 품이 시대와 사람을 거울처럼 보여주는 것이다. / 127p
작품은 그저 조용히 그 자리에서 보는 이에게 질문을 건넨다. “당신은 이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 131p
도시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과 일, 경제, 여행과 일상, 온갖 기능과 제도, 감정과 기억이 겹겹이 쌓여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잊어서는 안 된다’고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은 것은 그대로 보존하거나 기념비 등을 세워 기억한다. 그에 비해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거나 개발 과정에서 폭력적으로 부서진다. / 145p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서로 다른 관점이 존재하고, 서로 다른 ‘정의’가 있다. 경제를 위해, 효율을 위해, 회사를 위해, 국가를 위해. 나는 필설로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부조리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일에도 누군가의 ‘정의’가 있다. / 147p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경계선을 한 걸음씩 뛰어넘으면, 우리는 새로운 ‘시선’을 획득한다. 그 결과 세계를 ‘두루두루 보는’ 따뜻한 시선에 아주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205p
표현은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힘. 그 말이 기분 좋게 내 속으로 들어왔다. / 230p
스스로 안전지대에서 빠져나가 세계를 더듬더듬 헤아리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자신’이라는 존재의 삶을 손에 넣는다. 그러는 사이에 황야에 있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거친 황야가 안락하고 지내기 좋은 장소로 바뀌는지도 모르겠다. / 239p
산책은 미지의 세계로 들어서는 입구인 것이다. / 260p
이 뚜렷한 세계의 감촉이 나를 이 순간과 묶어주어 내가 나로 있도록 해준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 368p
우리는 시라토리 씨의 보이지 않는 눈을 통해 평소에는 안 보이는 것,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많은 것을 발견했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 끊임없이 흔들리는 기억, 죽음의 순간, 차별과 우생 사상, 역사에서 지워진 목소리, 불상의 시선, 망각되는 꿈… / 3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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