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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희 외 [마감일기] 책 추천

by ianw 2024.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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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일기 _ 권남희, 권여선, 김민철, 이숙명, 강이슬, 임진아, 이영미, 김세희 _ 다산북스 _ 에세이 _ 인물]

 

 

 

우리가 참아온 날과 비례하는 무게로 일상을 짓누르는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은 멈추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켜내야 하는 일상의 무게가 오히려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이런 시절이면 왠지 조금 가볍게 느껴지는 책들에 손이 간다. 아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어둡고 답답한 분위기 때문에 뭔가 조금이라도 더 수월하게 위로 받고 일상의 무게를 줄이고 싶은 것 같다.

 

 

모두가 마감을 한다. 꼭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마감을 하며 살아간다. 일을 다 끝내지 못해도 시간이 되면 하루는 마감된다. 우리의 생도 마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책을 지은 분들은 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세이스트, 소설가, 번역가. 방송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특히 권남희 작가님은 마스다 미리의 책을 여러 편 번역하진 분으로, 이렇게 에세이로 만나니 뭔가 반가웠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혼자 보기 아까운, 우리의 일상에 방점을 찍어줄 것 같은, 평범한 순간에 의미가 부여되는 느낌이 드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았고, 건져 올린 문장들은 글 아래에 옮겨 놓았다.

 

 

책을 읽다가 중간에 이 책에 관한 내용을 글로 옮겨야겠다는 결심이 섰을 경우, 다시 책을 처음부터 읽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꼭 그럴 필요가 있는 건 아닌데 가끔 그렇게 하게 된다. 글로 옮겨야 하는데 뭔가 놓친 문장은 없을까, 참고해서 내 글로 치환할 내용들은 없을까 하는 생각들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할 일이 늘어나고, 써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도 비례해서 늘어나기 때문에 일을 키우는 상황이 된다. 귀찮아지고 후회가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중간에 포기하고 글을 싹 지워버린 적도 있다. 글을 시작하면 마감을 해야 한다. 이렇게 사적인 글의 경우에는 시작하는 것도 끝을 내는 것도 온전히 나의 선택이다. 나는 이번에 부담스러운 쪽을 선택했지만 다음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8명의 작가는 각각 자신의 마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부제는공포와 쾌감을 오가는 단짠단짠 마감 분투기이다. 나는 아주 적절한 부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마감하는 사람들은 이 주제에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작가들의 마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왠지 안심이 된다. 그 이유는 나만 이렇게 마감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는 건 아니구나 하는 동지의식 같은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니 혹시 지금도 마감 때문에 힘든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고 다른 사람들의 마감에 대해 느껴보아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책을 읽고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또 새로운 마감거리를 만드는 건 모두 당신의 선택이다.

 

 

진심으로 상대의 어려움에 공감하진 못하지만, 함께 마감을 앞에 두고 있는 동료로서 모든 마감하는 사람들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더불어 자신의 마감을 위해 지금도 애쓰고 있는 사람들, 마감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며, 그래서 더 정확한 마감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도 함께 경의를 표한다.

 

 

 

 

 

 

[문장수집]

 

결국 마감은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다. 나의 마감이 늦어지면 다음 사람이 마감을 맞추느라 자신의 시간을 갈아넣어야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아는 것, 나의 일상이 중요한 것처럼 그들의 일상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매 순간 자각하는 것, 더 고민해보고 싶고, 더 써보고 싶고, 끝까지 붙들고 해보고 싶지만, 그리고 그러다 보면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은 착각도 들지만, 지금까지 최선의 지점에 멈춰서는 것, 다음 사람을 믿고, 지금까지의 최선의 공을 던지는 것, 그것이 마감의 규칙이다. /19p

 

‘작가로서의 나’, 나는 이 존재를 정말로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말만으로는 불충분한 것 같다. 나는 작가로서의 나의 정체성 안에서 엄청난 안도감을 느낀다. 언젠가회사원으로서의 나는 사라질 것이다. 어쩌면 내 의지로, 어쩌면 환경의 변화로, 하지만작가로서의 나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아무튼 계속 쓸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드는 것이다. /28p

 

어떤 글을 쓸지는 알 수 없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일지, 오로지 나를 위로하기 위해 쓰는 글일지도 알 수 없다. 팔리는 책을 쓰는 작가가 될지 어떨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건 내가 바란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그 때에 쓰기 위해서라도 지금 나는 써야 한다. 쓰는 근육을 잃지 않아야 한다. /29p

 

언젠가 시인 이은규 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가 그러더군요. “내가 시를 써도 되는가. 쓸 수 있는가 고민했다. 그러다 질문을 바꾸어 보았다. 내가 시를 쓰지 않고 살 수 있는가. 답은살 수 없다였다. 그래서 쓴다.” /56p

 

너무 걱정은 마세요. 마감은 끝나거나 안 끝나거나 할 겁니다. 책도 팔리거나 안 팔리거나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인생은 언젠가 확실히 끝이 납니다. /66p

 

그때 생에서 가장 중대한 첫 마감을 앞두고 있었던 나는 무의식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무엇을 마감하기 위해서는 그 마감 앞에서 혼자여야 한다는 걸, 절대적인 고독이 필요하다는 걸, 그것은 누구와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서도 안되며 심지어 엿보이거나 들켜서도 안 되는 나만의 내밀한 직면이어야 한다는 걸. /79p

 

생각해보면 늘 이런 식으로 살아왔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확신하면서도 어쩌면 그것들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염려로 불안해하며. 우리 엄마는 걱정과 불안이 비단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좋은 욕심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걱정을 하며 산다고, 건강하고 싶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좋은 물건을 구하고 싶은 사람들이 발품을 파는 것처럼 인생을 윤택하게 하는 수고와 부지런함은 실은 실채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오는 거라고 했다. 쓰는 동안 이유 모를 불안감에 뒷목이 서늘해질 때마다 삶을 더 괜찮은 쪽으로 끌어당겨주는 걱정의 힘을 믿었다. 더 잘하고 싶어서 나는 불안한 거라고, 그러니까 걱정 없이 마음껏 걱정하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123p

 

프리랜서란 무언가를 아직 다 안 했을 때, 즉 일을 하고 있을 때에야 비로소 사회에 존재한다. /1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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