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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콧 카스탄 [온 컬러] 책 추천

by ianw 2024.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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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콧 카스탄 _ 온 컬러 _ 문학과지성사 _ 색채 _ 디자인 _ 예술]
 

 
책은 항상 우리의 인식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접한다. 책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시점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어떤 대상에 관해 쓰여진 책은 그 주제를 더욱 심도 있게 볼 수 있게 하는 동시에 그 주제의 주변도 환기시킨다. 이런 경우 주변의 요소들은 대부분 주제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주제를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요소이다. 평범하던 것들이 선명해지고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 주제와 주변의 요소들은 함께 풍부해진다. 이런 현상을 발견하는 것은 확실히 즐거운 경험이다.
 

 
빨간 장미가 빨갛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과학자들의 관점으로 보면 보는 사람이 없는 방 안에 있는 빨간 장미나 주변이 어두워서 장미가 보이지 않는 빨간 장미는 빨갛지 않다고 한다. 빨갛다는 사실을 우리가 못 보기 때문에 빨갛지 않은 게 아니라, 보지 않으면 빨강이라는 속성이 사실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지각을 해야 색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문장을 읽고 이해하면 주변이 달라 보인다.
 

 
오렌지색은 14세기 말에 들어서야 색 이름이 되었다. 그 전 사람들은 그저 그 색을 노랑과 빨강 사이의 색이라고 불렀다. 인디고 역시 뉴턴이 이름을 지어주기 전에는 색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 적이 없었다. 인디고는 노예의 노동력이 있었기 때문에 생산될 수 있었다. 모든 언어에서 녹색을 가리키는 단어의 어원은 생장과 관련이 있다. 또한 물리학자는 검은색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실 물리학자는 다른 색도 없다고 생각한다. 에너지가 있을 뿐이다. 인간의 시각기관은 에너지의 특정 파장을 감지하여 처리하고, 우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각 경험에 색 이름을 붙인다.
 

 
나는 특히 이런 부분에서 재미를 느낀다. 존재했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 과거에 있었던 일이지만 내가 몰랐던 것들, 지금도 주변에 존재하지만 내가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알아가는 것들이 재미있다. 이 책이 색에 대한 흥미롭고 재미있는 내용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색이라는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충실하고도 집요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서 적어도 색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상주의는 우리가 자연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덕분에 우리는 자연을 색을 입은 모습으로, 빛에 의해 변조된 모습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색채를 나타내는 단어는 우리가 본래 아는 속성에 붙인 이름인 것이 아니라, 그 단어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속성을 알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알고 있는 만큼 만의 세계 속에서 알고 있는 만큼만 보고 살아간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다고 해서 똑같은 무지개를 볼 수는 없다. 독서와 예술은 그런 간극을 좁혀주고 우리의 시야를 확대한다.
 

 
또한 책은 항상 다른 책들을 소개해주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즐거운 일이다. 나는 이 책과 함께 ‘반고흐, 영혼의 작가’라는 고흐의 편지들이 수록된 책을 함께 읽고 있는데, 이 책의 오렌지 챕터에서는 오렌지색의 고흐 작품이 등장한다. 이럴 때면 마치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뀌자마자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헤드폰에서 재생되는 것과 비슷하다. 뭐,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은 그 과정도 즐거울 뿐만 아니라 알게 된 이후의 시간도 즐겁게 만들어준다.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니까. 분명히 그건 세상을 조금 더 재미있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다.
 
 
 
 
 
[문장수집]
 
화학자는 색을 띤 물체의 미시물리적 속성에서 색을 찾으려 한다. 물리학자는 이 물체가 반사하는 전자에너지의 특정 주파수에서 색을 찾는다. 생리학자는 이 에너지를 감지하는 눈의 광수용체에 색이 있다고 한다. 신경생물학자는 이렇게 받아들인 정보를 뇌에서 처리한 것이 색이라고 한다. / 17p
 
호메로스의 시대나 요즘이나 바다 색깔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글래드스턴은 언어적 증거를 근거로 달라진 것은 색을 처리하는 인간의 능력이라고 결론 내렸다. / 20p
 
그렇다면 색채를 나타내는 단어는 우리가 본래 아는 속성에 붙인 이름인 것이 아니라, 그 단어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속성을 알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눈은 보게 되어 있는 것을 보는데, 보게 만드는 역할을 주로 하는 것이 언어이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사피어가 한 유명한 말 가운데 언어는 “닦여 있는 길이나 파인 홈”에 가깝다는 말이 있다. 언어가 렌즈가 되어 우리 시각에 초점을 맞추어주고 시야를 정의한다는 의미다. / 25p
 
색을 보는 시각은 보편적이다. 사람의 눈가 뇌가 작동하는 방식은 거의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인간의 특성이어서 누구나 파란색을 본다. 그렇지만 색에 관한 어휘 체계, 그러니까 특정한 단어들과 이 단어들이 표현하는 구체적 색 공간은 문화에 따라 다르다.-다시 말해 스펙트럼을 부분으로 나누는 어휘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관습적인 것이다. 사람의 생리는 우리가 무엇을 보는지를 결정하고, 사람의 문화는 그것에 어떤 이름을 붙이고 어떻게 묘사하고 이해하는지를 결정한다. 색의 감각은 물리적이고, 색의 인식은 문화적이다. / 26p
 
두 사람이 나란이 서 있더라도 똑같은 무지개를 볼 수는 없고, 사실 양쪽 눈이 보는 무지개도 제각각 다르다고 한다. 게다가 빛이 시시각각 다른 물방울에 가 닿으면서 무지개는 계속 모양이 바뀐다. 무지개는 사물이 아니고 햇빛, 물, 땅의 모양, 시각 기관에 따라 정교하게 달라지는 환영이다. 색체가 그랬듯 무지개도 과학적으로 설명된다고 해서 경이로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 28p
 
온음계는 일곱 음으로 이루어진다. 천지창조도 7일 만에 이루어졌다. 무지개는 우주적 조화의 징표이니, 일곱 색이 있는게 마땅했다. 그래서 뉴턴은 빨강과 노란색 사이에 주황색을 추가했고 파랑과 보라 사이에 남색을 넣었다. - 뉴턴은 자기가 본 색에 둘을 추가하는 게 온당하다고 생각했다. / 31p
 
보는 사람이 없는 방 안에 있는 빨간 장미나 어두워서 장미가 보이지 않는 빨간 장미는 빨갛지 않다. 빨갛다는 사실을 우리가 못 보기 때문에 빨갛지 않은 게 아니라, 보지 않으면 빨강이라는 속성이 사실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 52p
 
비둘기의 색 처리 기관이 인간보다 더 정교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정상 시각인 사람과 비둘기의 관계는 색각 이상인 사람과 정상 시각인 사람의 관계와 똑같은 듯하다. / 62p
 
어떤 언어에서든 색을 가리키는 단어는 언어인류학에서 ‘기본색 용어’라고 부르는 몇 개의 범주를 중심으로 분포한다. 이 단어들은 구체적인 색을 표사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이름이다. 기본색 용어를 일반적으로 “색을 나타내는 단어의 최소 부분집합으로 어떤 색이든 그 가운데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 ‘빨강’은 빨갛다고 생각하는(혹은 빨갛게 보이는) 아주 자양한 색조들을 아우르는 기본색 용어다. / 70p
 
오렌지는 거의 지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 모든 것이 지각 작용임에도 불구하고) 색을 지칭하는 단어로 인정되었다. 1660년대 말에서 1670년대 사이에는 아이작 뉴턴의 광학 실험 덕에 스펙트럼의 일곱 색 가운데 하나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스펙트럼에서 오렌진느 정확히 초서가 생각한 자리에 있었다. “노랑과 빨강 사이의 색.” 하지만 이제는 그 색을 지칭하는 이름이 생겼다. / 14세기 말~17세기 말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오렌지’가 색 이름이 될 수 있었을까? 답은 빤하다. 오렌지다. / 76p
 
이 그림은 눈부신 색으로 약동하며 위대한 정물화 Still Life 는 정적 Still 이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움직이지 않는 물체가 살아난다. -고흐의 <바구니와 오렌지 여섯개가 있는 정물>에 대한 작가의 말 - / 78p
 
그래도 백과사전에는 중국인 가운데 “노란색이 가장 많다”라고 기록되었다. / 노란색이 가장 많은 건 사실이다. 인구 중에 가장 많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 의해 중국인이 노랗다고 묘사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는 말이다. 중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은 서양인의 상상 속에서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노래졌다. 그래서 영어권에서 가장 권위있는 백과사전이 마치 중립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양 신주하고 조심스럽게 이렇게 정의한 것이다. 그러나 중립적 사실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노란색이 없는 데에서 노란색을 보니 황달에 걸린 의견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 98p
 
단순하게 말하자면, 아시아인이 서양인 눈에 기독교로 개종시킬 수 있는 상대로 보일 때에는 희게 보인다. 16세기 중국과 일본에 간 예수회 선교사들에게는 그랬다. 그러나 서양의 도덕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에 위협이 되는 듯할 때에는 노래진다. 상상한 도덕적 특성이 상상한 피부색과 뒤섞인다. 아시아인은 노란 인종이 되는데, 채도가 높고 밝은 익숙한 노란색(노란 스마일 마크의 색)이 아니라 병색이 완연한 누르께한 색이다. 적어도 그들의 노란색은 그랬다. 색소가 아니라 편견 때문에 만들어진 노란색이었다. / 101p
 
거의 모든 언어에서 녹색을 가리키는 단어의 어원은 생장과 관련이 있다. / 123p
 
따분하고 무능한 예술가들만 작품을 성실성으로 채운다. -카지미르 말레비치- / 159p
 
회화는 본질적으로 무엇인가를 이해하고자 하는 충동의 논리적 종착점이다. / 160p
 
기술적으로 말하면 염료는 물질의 분자와 결합해 색을 띄게 만드는 착색제다. 안료도 착섹제이지만 물질과 결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염료와 다르다. 안료의 작은 입자는 어딘가에 매달려 채색되는 표면에 막을 형성한다. 안료는 재료에 바르는 것이고 염료는 재료에 흡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170p
 
2016년 펜톤은 새로운 색 210가지를 도입했다. 그러나 인간에게 색이란 파장이 390나노미터에서 700나노미터 사이인 전자기파를 감지해서 일어나는 시각적 경험이니, 새로운 색을 보게 될 수는 없고 다만 새로이 이름 지어진 색이 생기는 것일 뿐이다. / 171p
 
뉴턴은 인디고가 무지개색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게 했다. 인디고는 눈에 보이지만(혹은 뉴턴이 보인다고 했지만) 물질은 아니다. 이런 비물질성은 매우 중요한데, 색을 물질이 아니라 빛으로 보게끔 색 개념을 바꾼 것이 뉴턴의 위대한 업적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 173p
 
어느 언어에서든 바이올렛과 퍼플을 대체로 구분하는 것 같다. 색조로 구분한다기보다는 환한 정도로 나누는 것일 수도 있다. 바이올렛은 퍼플의 안쪽에 작은 불을 켜놓은 색이라고 할까. 바이올렛은 해질녘의 아련하고 아른거리는 하늘의 색이고, 퍼플은 제왕이 입는 예복의 자신만만하고 양감이 있는 색이다. - 그리고 현대미술은 그 빛을 내는 보라색violet으로 시작되었다. 1874년 파리에서. 4월 15일에. / 193p
 
여하튼 인상주의가 자연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든 것은, 아니 다른 눈으로 보게 훈련시킨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자연을 색을 입은 모습으로, 빛에 의해 변조된 모습으로 보게 되었다. 오스카 와일드는 “예술이 발명하기 전에는 자연은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 인상주의자들은 이렇게 주장하지 않았다. 사시르그들은 아무 주장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선언문 없이 혁명을 일으켰다. / 198p
 
모네는 밖에서 빛을 받는 사물을 그렸고, 조명 조건에 따라 색이라는 개념 자체가 와해되는 것을 그렸다.-건초더미나 대성당이 띠는 색은 그것을 보는 순간의 빛에 의해 만들어진다. 다른 색보다 더 진짜 색이라는 건 없다. 사실 ‘진짜’라는 단어 자체가 색에는 쓰일 수 없는 단어다. - 색의 복잡성, 색의 에너지와 불안정성이 모네 연작의 주제다. / 203p
 
검은색은 겸허하기도 하고 과도하기도 하다. 빈곤의 색이자 과시의 색, 경건함의 색이자 변태성의 색, 절제의 색이자 반항의 색이다. 화려한 색이면서 우울한 색이다. / 224p
 
검은색은 색인가 아닌가? 보통은 색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검은색은 색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전자기에너지를 띈 가시광선(400~700나노미터의 파장을 가진 빛)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의 시각경험이다. 사물이 이 에너지를 반사하지 않고 흡수할 때 검게 보인다. 전부는 아니라도 대부분을 흡수할 때 그렇다. 그러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빛을 흡수할 물체가 어무것도 없거나 혹은 흡수할 빛이 없을 때에도 우리는 시각적으로 검은색을 경험한다. 검은색은 색의 부재이자 부재의 색이다. / 227p
 
물리학자는 검은색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실 물리학자는 다른 색도 없다고 생각한다. 에너지가 있을 뿐이다. 인간의 시각기관은 에너지의 특정 파장을 감지하여 처리하고, 우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각 경험에 색 이름을 붙인다. 그걸 색이라고 부를 수는 있으나, 이 파장들 가운데 검은색에 해당하는 파장은 없다. / 228p
 
세상의 본질은 회색인 듯하다. 색은 세상의 본질이 아니고 재현의 본질도 아니다. / 271p
 
컬러사진이었다면 이런 효과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이 사진을 다시 보면서 그 차이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다. 컬러는 개별화하고 회색은 보편화한다. / 2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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