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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익 [건축가의 공간 일기] 책 리뷰

by ianw 2025.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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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익 _ 건축가의 공간 일기 _ 북스톤 _ 인문 _ 인문교양 _ 건축 공간 _ 디자인]

 

 


지은이 조성익은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며 TRU 건축사무소 대표건축가이다. 서울대와 예일대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맹그로브 숭인 코리빙으로 한국 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청년층 주거 아이디어를 모은 저서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을 썼다. ‘매력 도시 연구소’를 설립하여 삶에 대한 관심을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하고 있다. (저자 소개 중에서)

 

건축가의 공간 일기 책


작가는 느슨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현재의 우리를 느슨한 공간으로 안내한다. 안내는 스스로의 기록을 통해서다. 기록은 쌓이면서 점점 더 그 힘을 불려간다. 유사한 것들로 주제가 묶일 때 더욱 그렇다. 작가는 대학생 시절부터 좋은 공간을 만날 때마다 그 곳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건축가의 공간 일기 책


음악가는 음으로, 소설가는 스토리로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인다. 건축가는 좁은 나무나 건물 사이에 길을 내고, 그 끝에 멀리 경치가 보이도록 해서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인다. 작가는 그 좁고 조용하며 즐거운 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작가는 우리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는 동네 속 인생 공간들을 소개한다. 작가가 소개하는 공간들은 새로운 생각이 태어나고, 계절이 느껴지며, 사람들과의 거리가 줄어드는, 몰입을 돕고 삶의 통찰을 돕는 공간이다. 

 

건축가의 공간 일기 책


공간들은 느슨하고, 정적이며, 평화롭다. 이런 공간들은 우리가 일부러 찾아 나서지 않으면 쉽게 만나기 어려운 공간들이다. 적어도 현대에서는. 

 

건축가의 공간 일기 책


그리고 한 곳을 방문할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우리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마음이 생기고 그 마음을 통해 반짝이는 일상을 마주할 수 있다. 작가의 기록과 같이 그런 마음들이 계속 쌓이면 반짝이는 마음들을 차곡차곡 우리 안에 쌓아갈 수 있다.

 

건축가의 공간 일기 책

 

우리는 공간을 통해 우리의 세계와 삶의 의미를 확장활 수 있다. 

 

건축가의 공간 일기 책


작가는 공간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해, 어렵지 않게 공간의 목소리를 알아채는 방법, 즉 공간을 나만의 관점에서 즐기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나면, 또는 읽는 도중에도 밖으로 나가서 걷고 싶은 감정이 드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제 작가의 주옥 같은 문장의 산책이 멈춘 곳에서 우리가 우리에게 맞는 새로운 공간을 찾아 떠날 차례다.

 

건축가의 공간 일기 책


이 책의 부제는 ‘일상을 영감으로 바꾸는 인생 공간’ 이다. 제목 그대로 일상을 영감으로 바꾸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또한 지금 지쳐있거나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작가의 충실한 기록이 쌓여있는 낯선 책갈피에서 위로와 통찰을 함께 만나게 될 지 모른다. 

 

 

 


[문장수집]


그럼 건축은 무엇으로 우리의 감정을 움직일까? 메마른 콘크리트 구조물이 왜 촉촉한 눈물을 자아냈을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비스타 vista’라는, 건축가가 사용한 공간 수법 때문이다. 비스타는 좁은 나무나 건물 사이에 길을 내고, 그 끝에 멀리 경치가 보이도록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전망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단순히 좋은 경치를 눈앞에 펼쳐주는 것이 아니라 전망을 향해 우리의 시선을 천천히 유도하여 경치가 주는 감동을 배가하는, 건축가의 의도가 담긴 수법이다. 이런 건축가의 의도가 통했을 때, 공간은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사람에게 특정한 메시지를 건넨다. 그리고 우리는 감정을 변화시킨 공간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 10p


인생 공간을 발견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이 바쁜 시대에 무언가를 경험하며 우리의 감정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다. / 14p


공간으로 인해 감정이 변화하는 순간, 우리는 범속한 나의 일상을 넘어서 우주의 질서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를 넘어서는 절대자, 내 생각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자연의 질서를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 16p


건축가 미더 아모트 Mette Aamodt는 시간의 흐름을 즐기는 이와 같은 공간에 ‘슬로 스페이스’라는 멋진 이름을 붙였다. 느린 속도로 머무는 공간이 치유의 역할을 해준다는 의미이다. / 21p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간에 대해 두 가지 개념을 사용했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크로노스는 말 그대로 숫자로 표현된 연속적인 시간을 의미한다면, 카이로스는 흘러가는 시간 중 의미 있는 한순간을 뜻한다. / 21p


다시 음식에 비유하자면 슴슴한 평양냉면형 공간이다. / 24p


당시의 건축가가 내놓은 해답은 역설적으로 흥미를 끌 만한 대상들을 공간에서 전부 없애는 것이었다. / 그러고 나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자극적인 흥밋거리가 없어지자 빛과 그림자의 존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 27p


끊임없이 우리 머리 위에서 움직이는 태양과 구름과 별, 계절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하늘의 색, 우리 주변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바쁜 삶 속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지냈던 대상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것. 이것이 공간이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는 방식이다. / 28p


이런 스케일 효과는 21세기를 사는 무신론자 직장인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 34p


마치 커피 원두가 필터에 걸러지면서 한 방울씩 향기와 맛이 농축된 액체로 바뀌는 것처럼, 몇 분간의 산책이라는 여과 과정을 거치는 동안 우리의 복잡하고 거칠던 감정은 둥글고 부드러워진다. / 40p


죽음을 기억하라. 부활 교회에 삐딱하게 놓인 의자도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닐까. 죽은 자의 관과 싱싱한 소나무 숲, 그 사이를 바라보도록 우리를 비스듬히 앉힌 건축가 베르그먼. 그 자리는 우리가 삶이라는 쾌청한 빛에서 죽음이라는 고요한 어둠으로 천천히 이행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 48p


죽음을 기억하게 하는 산책 공간이 있는가 하면,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산책 공간도 있다. 도심 곳곳에 특유의 아치형 입구로 손님을 유혹하는 전통 시장도 그중 하나다. / 52ps


한 계절이 끝나갈 때쯤 ‘또 가을이 다 지나갔네’라고 한숨을 쉬고 있다면 당신은 가을을 기억할 만한 계절의 기념비를 세우지 않은 것이다. 도로포장만 열심히 하면서 살고 있다면 이것을 기억하자. 계절감을 느끼는 일은 선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 점을 찍어 마음에 저장하는 일이다. / 55p


질서는 만들기 쉽다. 하지만 의도된 혼돈을 만드는 건 고수의 영역이다. / 60p


인간에게 계절감이 왜 필요한가?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느낀다면, 기억에 새겨둘 만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계절감을 느끼는 일은 선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 점을 찍어 마음에 저장하는 일이다. / 63p


하루키는 자신의 책에서 2루타의 순간을 ‘에피퍼니 Epiphany’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에피퍼니란 어떤 일의 본질이나 의미를 갑작스럽게 알게 되는 순간을 말한다. 학습이나 시행착오를 통해 얻는 깨달음이 아니라 전혀 예기치 않은 순간, 감탄사 ‘아!’가 터져 나오는 통찰의 순간을 말한다. 일생에 한두 번 맞이할까 말까 한 귀중한 통찰이라는 의미에서 불교에서 말하는 돈오 頓惡에 가깝다. / 82p


멀티테스킹이라는 단어는 1960년대 IBM 컴퓨터의 새로운 성능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멀티테스킹은 원래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 91p


건축가들은 우리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공간 속 물체들을 ‘비주얼 노이즈 Visual Noise’, 즉 시각 잡음이라고 부른다. / 92p


몰입은 입력된 정보를 나만의 이야기로 재해석하도록 도와준다. 단순히 정보를 많이 입력하기 위해서라면 멀티테스킹에 적합한 사무실에 있는 게 맞다. 하지만 자신만의 관점을 발견하려면 ‘몰입의 공간’에 나를 두어야 한다. / 95p


다빈치와 우리의 차이점이라면 그는 성인이 돼서도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을 불꽃을 꺼뜨리지 않았고, 그 불꽃을 관찰 일기로 계속 이어나갔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 중 대다수는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암기 과목의 압박에 짓눌리며 사물 관찰보다는 현상의 결과에 집착하게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 104p


그림을 그려보니 손은 컴퓨터와는 다른 길로 생각을 안내한다는 걸 알게 됐다. / 106p


위대한 발견은 디지털카메라의 성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용히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자기 눈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 대상을 관찰한 끝에 우리는 자신만의 통찰이라는 선물을 받게 된다. / 107p


기차역에서의 사람 구경은 계절 성 우울증에 특효약 이었다. 나에게 필요한 공간은 혼자 처박혀 있는 동굴이 안이라 사람들의 소란과 분주함이 있는 광장이었다. / 114p


기차역은 군중 속 익명성과 유대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사람 때문에 귀찮지도, 혼자여서 외롭지도 않은 공간이다. 이런 공간은 우리 주변에 흔하지 않다. / 115p


레르네르(자이메)는 자신의 첵에서 도시의 기를 순환시키는 ‘침술 공간’을 여럿 열거한다. 공원, 광장, 시장 같은 공간과 함께 그가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장소가 바로 단골바다. / 130p


사회학자 마크 그래노베터 Mark Granovetter는 중거리 관계의 장점을 <The Strength of Weak Ties>라는 저널 기사에서 ‘약한 관계의 강한 힘’이라는 명쾌한 말로 정의했다. 약한 관계의 이웃들이란 관계를 맺다가도 부담 없이 끊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가족이나 직장 동료와는 달리 다양한 계층의 폭넓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새로운 직장을 소개받거나 동네 정보가 필요할 때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 132p


포르나세티처럼 책을 모은다면 지금까지 내가 평생 읽었던 책 중에서 ‘베스트 30권’을 채워놓은 호기심 캐비닛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왜 1위로 이 책을 뽑았는지 에서부터 손님들과의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 179p


무엇이 나다운 것인지는 스스로 깨달아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다. 아니,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의 개성은 더욱 성장하고 단단해진다. / 184p


그런데 떄로는 숙소가 여행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여행의 정점, 여행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 200p


인간의 모든 불행은 한 가지에 온다. 방에 조용히 앉아 있는 법을 모르는 것이다. – 블레즈 파스칼 Blaise Pascal - / 206p


늘 나를 두던 익숙한 내 집은 내 공간 경험의 원점이다. 잠시 익숙한 원점을 벗어나 미지의 좌표, 미지의 집에 나를 두어보는 것. 그리고 그 집이 마련해준 일상에 몸을 맡기고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관찰해보는 것. 이렇게 집을 탐험하다 보면 종종 우리는 내가 바라던 행복에 더 깊이 공감해주는 집을 만나게 된다. 삶에 대한 나의 이해가 여행의 공간을 통해 확장되는 것이다. / 209p


<모노클 Monocle> 은 정치, 사회, 문화 디자인 등 폭넓은 이슈를 다루는 영국 잡지다. 이 잡지는 매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를 발표하는데, 도시를 선정하는 기준이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도시를 평가하는 기준이라고 한다면 주택보급률, 가계소득, 교통인프라, 녹지 면적처럼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지표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모노클>은 여기에 자신만의 독특한 기준을 더해 살기 좋은 도시를 평가한다. 예를 들면 ‘괜찮은 점심을 먹는 데 드는 비용’이라는 이상한 기준이 있다. / ‘예술가의 주거비용 지수’라는 것도 있다. / 214p
선택지 도시와 관련해서, <모노클>은 그 도시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개수도 중요하게 생각한

다. / 반면 각자 개성을 자랑하는 독립 서점은 많으면 많을수록 점수가 올라간다. / 이외에도 공원이 얼마나 반려동물 친화적인지를 측정하는 ‘반려동물 환영도’, 점심시간에 잠시 수영하고 업무 복귀할 수 있는지 보는 ‘공공 수영장 접근성’까지 고려하니 말은 다 했다. / 216p


건축가가 아니어도 얻는 것이 있다. 여행이란 결국 그 집, 그 동네, 그 도시에 사는 타인의 삶을 살아보는 것이다. 명작 건물은 인류 역사의 위대함을 깨닫게 하지만, 일상의 건물은 당장이라도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는 현재의 지혜를 나눠준다. / 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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