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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언 울프 [다시 책으로] 책 리뷰

by ianw 2025.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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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언 울프 _ 다시 책으로 _ 전병근 옮김 _ 어크로스 _ 독서 _ 글쓰기 _ 인문]

 

 


지은이 매리언 울프는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이며 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이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인간발달 및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뇌, 언어, 난독증에 대한 인지신경과학과 심리언어학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UCLA 교육정보대학원에서 설립한 난독증, 다양한 학습자 및 사회정의 센터 Center for Dyslexia, Diverse Learners, and Social Justice 책임자이며 채프먼 대학교 프레지던셜 펠로우 Presidential Fellow다. (저자 소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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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따르면 우리는 디지털 기반 문화의 영향으로 주의집중과 깊이 있는 사고를 잃어가고 있다. 우리는 문자가 인류에게 가져다 준 가장 커다란 공헌인 비판적 사고와 반성, 공감과 이해, 성찰 같은 본성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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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에 따르면 시중에 나와있는 독서를 권하는 책들과 이 책의 다른 점은 전해져 오는 교훈이나 체험적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를 들어 책 읽기를 권유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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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와 달리 읽기는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다. 읽기는 6000년 전쯤 에야 나타난 비 자연적인 문화적 발명이다. (42p) 우리가 단어를 읽는 순간 뇌 속에서는 수천, 수만개의 뉴런 작업군이 작동한다. 한 줄의 문장은 우리에게 더없이 깊은 생각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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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를 통해 우리는 타인과 마주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지적, 감정적으로 확장된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읽기를 통해 나 자신, 타인과 공감하는 영역에 들어서게 되며 오만과 편견도 어느 정도는 해소하거나 희석시킬 수 있다. 작가는 이런 행위가 깨어 있는 민주 사회를 구성하는데도 필요한 조건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런 견해는 매우 흥미로우며 설득력 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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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환경의 장점 중 하나인 외장형 기억에 우리가 지나치게 의존하기 시작하면 우리 내부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정보들에 의해 분산된 우리의 주의는 작업기억의 질과 양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장기기억으로 다져지는 과정마저 누적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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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면 반대편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속도를 줄여야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작가는 자신 역시 깊이 읽기를 잃어버리고 지낸 시간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나 역시 책에 몰입하고 책을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즐거움은 잊고 오직 책에서 정보만을 얻으려고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을 남에게 떠 넘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읽는 방법, 과정, 형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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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책을 접하다 보면 때로는 내용보다 작가의 친절함에 더 끌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 두가지가 모두 담겨있다. 그리고 특히 친절함은 작가의 의도이기도 하다. 새로운 내용이 시작되는 매 장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친애하는 독자께’

 

 


[문장수집]


독서를 권하는 책은 동서고금에 허다합니다. 하지만 대개 전해져오는 교훈이나 체험적 직관에 의존한 것들이지요. 이 풍요로운 다매체 정보화 시대에 설득력 이유를 대라고 하면 선뜻 답하기 어렵습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은, 굳이 반박하지는 않지만 아무도 진심으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허공의 애드벌룬 신세가 되었습니다. / 13p 


저의 편지는 그보다 더 미묘한 다른 변화들도 살펴보자는 권유인 동시에, 한때는 여러분에게 고향집이었던 읽기로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멀리 떠나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는 초대장이기도 합니다. / 21p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왜 읽는지에 따라 생각하는 방법도 변화합니다. / 22p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사회에는 세 가지 삶이 있다고 썼지요. 하나는 지식과 생산의 삶, 다른 하나는 그리스인 특유의 이해 속에서 나오는 즐기는 삶, 마지막은 관조의 삶입니다. / 36p


저의 모든 견해에 여러분이 동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와 마찬가지로 저는 의견의 불일치야말로 “쇠가 쇠를 단련시키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38p


하지만 그녀는 위대한 19세기의 신경학자들처럼 ‘하늘보다 넓은’ 뇌의 변화무쌍한 능력, 그러니까 뇌가 경계를 넘어 상상밖의 새로운 기능을 발달시키는 기적에 가까운 능력을 직관적으로 이해했습니다. / 42p


뇌에 새로운 회로가 필요한 이유는 읽기가 자연적인 것도, 타고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읽기는 6000년 전쯤에야 나타난 비자연적인 문화적 발명입니다. / 42p 


사실 한 문장이 처리되는 과정은 한 단어에 대한 지각적, 언어적 활동을 단어의 수에 맞게 연달한 단순 합산한 것이 아닙니다. / 우리가 문장이나 텍스트에서 단어를 읽을 때는 새로운 인지 영역으로 들어섭니다. 이때는 예측이 지각과 만나지요. 사실 예측이 지각에 선행하고 미리 대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71p


그렇게 해서 헤밍웨이는 여섯 단어만으로도 읽는 사람에게 다양한 감정을 유발하는 이미지를 제시한 겁니다. 그 감정에는 상실이 가져왔을 쓰라린 고통, 그리고 자신에게는 그런 경험이 없음을 남몰래 안도하는 마음과 그 뒤를 따르는 죄책감, 게다가 어쩌면 그런 느낌은 알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희망까지 포함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78p


이 떄 우리는 타자를 내면의 손님으로 맞습니다. 떄로는 우리 자신이 타자가 되기도 하지요.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 돌아올 때 우리는 더욱 확장되고 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도 바뀌어 있습니다. / 81p


터클 교수는 젊은이들이 온라인 세상을 항해하느라 현실 속의 대면 관계를 희생시킨 것이 공감 능력을 급감시켰다고 해석합니다. 기술이 사람들 간에 거리를 만든다는 거지요. 그 결과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개인적 정체성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생각까지 바뀌고 있습니다. / 88p


바로 <제인 오스틴을 읽을 때 당신의 뇌 Your Brain on Jane Austen>라는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는 18세기 영문학을 연구하는 나탈리 필립스 Natalie Phillips 가 스탠퍼드 대학교의 신경과학자들과 팀을 이루어 우리가 상이한 방식으로 소설을 읽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즉 ‘주의를 집중’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어떤 차이가 나는지를 조사한 결과가 나옵니다. 필립스와 동료들은 이 연구를 통해 우리가 소설 한 편을 ‘집중해서’ 읽을 때는 등장인물들의 느낌과 행동에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 90p


소설가 제인 스마일리는 현재 우리 문화에 의해 가장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 바로 소설 속의 이런 차원이라고 걱정합니다. “제 짐작으로는 단지 기술만으로 소설을 죽이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소설은 주변으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사람들은 우리 자신이나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야만적이고 거칠어질 겁니다.” 이 말은 모두를 위해 깨어 있는 민주 사회를 구현하는 데 읽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웁니다. / 92p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지닌 세계에 대한 이론이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읽기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떤 매체로든 새로운 정보를 보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실을 평가하기 위한 자기만의 조타실을 가져야 합니다. / 95p


마치 리어왕의 돼지고기에 소금이 필요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마 우리는 내부의 배경 지식이 사라지기 시작할 때쯤에야 그 진가를 알게 되겠지요. / 95p


새로운 정보를 파악한 후 추론과 비판적 분석을 곁들여 해석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지식 기반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될지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점점 외부의 영향에 취약한 인간이 될 것입니다. 때로는 의심스러운 정보를, 때로는 거짓 정보마저 지식으로 오인하고 쉽게 따라가겠지요. 더 나쁜 경우에는 진위 여부조차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 96p


배경 지식과 분석적 사고를 통한 경제와 균형이 사라진다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정보의 질이나 우선순위가 정확한지, 혹은 외부의 동기와 선입견이 개입된 것은 아닌지 물어보지도 않은 채 정보를 받아들이는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 97p


읽는 뇌의 관점에서 보면 비판적 사고는 과학적 방법의 전 과정을 요 약한 것입니다. 텍스트의 내용을 우리의 배경 지식, 유추, 연역, 귀납, 추론으로 합성하여 저자의 숨은 가정과 해석, 결론을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비판적 사유를 세심하게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다음 세대가 텍스트에서든 스크린에서든 조작적이고 피상적인 정보에 휩쓸리지 않도록 예방접종을 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 104p


문학 연구자인 마크 에드먼드슨은 저서 [왜 읽는가 Why Read?]에서 이렇게 묻습니다. “비판적 사고란 정확히 무엇인가?” 그러고는 비판적인 사고에는 개인적인 믿음과 확신을 검토하고, 잠재적으로는 그것을 뒤집을 수 있는 힘까지 들어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 다음 그는 질문합니다. “당신 자신이 무언가를 믿지 않고, 또한 이런 믿음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런 비판적 사고의 힘이 다 무슨 소용인가? 비판적 사고란 대개 입장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 / 105p


세 번째 사례에는 통찰과 창의적 사고에 관한 제가 좋아하는 문장이 들어 있습니다. 바로 [심리학회보 Psychological Bulletin]에 실린 신경과 학자 에른 디트리히 Arne Dietrich 와 리엄 켄소 Riam Kanso의 논문입니다. 두 사람은 그동안 뇌영상 연구들이 통찰과 창의적 사고에 관해 알아낸 내용을 살펴본 후 분노에 가까운 어조로 이렇게 결론짓습니다. “창의성은 어디에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110p


바로 젊은이들이 진실을 찾는 고된 훈련에 나서기도 전에 이미 진실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 123p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가 인간적인 삶의 본질적인 복잡성에서 후퇴한다면 우리는 기존의 협소한 지식에만 의지하게 됩니다. 기존 지식의 기반을 뒤집거나 시험해보지도 않고, 기존 사고와 경계선 밖은 내다보지도 않게 되지요. / 124p


그 결과, 종이책으로 읽은 학생들은 스크린으로 읽은 학생들보다 줄거리를 시간 순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에서 더 뛰어났습니다. / 126p


즉 우리가 디지털로 많이 읽을수록 우리이 뇌회로도 디지털 매체의 특징을 더 많이 반영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니콜라스 카는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스탠리 큐브릭이 제기했던 우려를 상기시킵니다. 바로 디지털 문화에서 우리는 컴퓨터가 우리처럼 될까 걱정하기보다 우리가 컴퓨터처럼 될지를 더 걱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129p


소크라테스는 인간이 지식을 보존하기 위해 글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고도로 발달한 기억력을 이전만큼 활용하지 못할 거라고 느꼈던 거지요.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가 문자 문화에서 디지털 문화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식의 기억이 새로운 ‘처방’과 더불어 어떻게 변해갈지를 검토해봐야 합니다. / 131p


소크라테스의 걱정을 지금 상황에 맞게 바꿔보면, 외장형 기억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가 점점 커지는 동시에 다양한 정보원이 우리의 주의를 폭발적으로 분산시키면서 작업 기억의 질과 양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장기 기억으로 다져지는 과정마저 누적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성인들의 평균적인 기억 시간이 지난 10년간 50퍼센트 이상 줄었음을 보여주는 우울한 연구들이 있습니다. / 132p


저는 여전히 많은 책을 샀습니다. 하지만 책에 사로잡히기보다 책에 담긴 내용을 읽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지요.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저는 책에 몰입하기보다는 정보를 얻는데만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책을 읽는 동안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은 더더욱 생각지도 못할 일이 되었지요. / 153p


저는 이 세상을 사랑한 새로운 이유를 발견하기 위해 읽습니다. 또한 이 세상을 뒤로 한 채 저의 상상 너머, 저의 지식과 인생 경험 밖에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읽습니다. / 160p


모든 매체에는 장단점이 있다. 어느 매체나 어떤 인지적 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다른 것을 희생시킨다. ……인터넷은 인상적인 시각적 지능을 발달시키는 대신 심층 처리 deep processing 과정을 희생시킬 것처럼 보인다. 심층 처리란 주의 깊은 지식 습득, 귀납적인 분석, 비판적 사고, 상상과 반추 같은 것이다. -퍼트리샤 그린필드- / 165p


여러분은 램지 부인처럼 자신의 겉면을 뒤로하고 시간에서 풀려나는 순간 우리가 어디로 들어서는지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정지된 기쁨이 있지요. 그런 기쁨은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무작위의 사건도 아니고 기질에 따라 오는 행복감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을 위해 공간과 시간을 마련하는 사람들에게만 어렵게 주어지는 생각과 느낌의 특정이라 하겠습니다. / 290p


저는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결핍을 견딜 수 있었던 것도 읽기라는 행위 속에 깃든 보이지 않는 성소덕분이었다고 믿습니다. / 291p


저는 저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 그리고 여러분의 아이들이 본회퍼처럼 수많은 형식의 기쁨을 어디에서 찾을지 알기를 바랍니다. 그 기쁨은 읽는 삶 속에서 비밀을 간직한 장소와 그것을 찾는 우리 각자에게 주어지는 성소에 주재하지요. / 291p
문자의 발명이 인류에게 끼친 가장 중요한 공헌은 비판적, 추론적 사고와 성찰 능력을 위한 민주적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것은 집단적 양심의 기초입니다. 21세기에 우리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집단적 양심을 보존하려고 한다면 우리 사화의 모든 구성원이 깊이 읽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 298p


교육이 부재로 인한 공백은 불가피하게 선전선동에 대한 취약성으로 이어집니다. 이럴 때는 거짓을 부풀려진 희망과 거짓으로 제기된 공포가 이성을 누르고 반성적 사고력을 감퇴시키는 한편, 이성적 공감에 의한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 298p
여러분 모두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없었다면 이 책도 결코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것이 “모든 책은 자기만의 생명이 있다”는 말의 숨은 뜻이겠지요. / 3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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