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나르 베르베르 _ 고양이 _ 전미연 옮김 _ 소설 _ 프랑스소설 _ SF 과학 소설]

주인공 고양이의 이름은 바스테트, 고대 이집트 고양이신의 이름이다. 역사적으로 지구상에는 수많은 고양이신들이 있었고 인간들은 그 신들을 숭배했다. 개인적 관점에서 형태만 다르지 사실 본질은 현대에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스테트는 인간과, 또 다양한 사물들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고양이이다. 그리고 옆집에는 지적인 고양이 피타고라스가 살고 있다. 바스테트는 피타고라스를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한다. 배경은 고양이의 입장에서 본 인간의 세계이며, 그 인간들이 벌인 전쟁으로 멸망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유명하고 영민한 작가가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이 감탄스럽다. 많은 책들이 고양이의 관점에서 쓰여졌다. 그 것은 고양이의 관점을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의 탐구 흔적이다. 우리는 항상 인간의 입장에서만 생각한다. 인간이니까라고 변명은 할 수 있다고 해도 자랑할 거리는 아니다. 신이 인간들에게 고양이처럼 날카로운 발톱을 주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그랬다면 밤늦은 거리에서 술취한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는 바로 옆의 나무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직 고양이만이 고양이의 입장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긴장을 조절하고 적재적소에 발톱을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 예를 들어 공기라던가 사랑하는 사람들 등, 이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는 고양이의 눈을 통해서 인간들의 현재를 보고 미래를 경고한다. 우리 주위에는 지금 멈추지 않으면 언젠가 치명적인 화가 되어 돌아올 것들 투성이다. 그 것들은 대개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것들이다.

위험한 것들을 구분하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내 세계를 확장하고, 지식을 쌓아서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길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재의 가치를 알 수 없게 되고 편함만을 추구하다가 무지한 논리에 끌려들어가 지구종말에 기여하는 인간이 될 수도 있다. 내세를 믿고 아무 꺼리낌 없이 같은 종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극단주의자들과 같이.

사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이란 지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종이기 때문에,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걸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있다. 그 길의 끝에서 고양이들이 무지한 인간들의 선택으로 야기된 종말을 함께 맞지 않기를,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하지만 프레데릭 로커씨의 명랑한 고양이(식료품가게 고양이, 아그네스 레플리어, 1912)처럼 죽기 직전에도 자기 꼬리를 붙잡는 것에 마지막 숨을 소비하는 현명한 그들에겐 별 상관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문장수집]
인간들은 지금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지도 몰라.
거짓에 익숙해진 자들의 눈에는 진실이 의심스럽게 보이는 법이니까.
지식은 의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하지만 아무도 자신의 편협한 세계관을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젖꼭지에 매달린 허기진 새끼들의 입은 그들과 내가 일체라는, 아무도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다는 확신 같은 것을 준다.
무슨 권리로 수컷의 고환을 자르고 암컷의 새끼들을 훔쳐가? 얼마나 자기들이 우리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면 이렇게 함부로 하냐고!
나는 내 능력을 충분히 못 쓸까봐 두렵지 다른 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나머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네 적들과 네 앞에 나타나는 방해물들은 너의 저항력을 알게 해줘. 심각해 보이는 문제들도 사실은 너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기회일 뿐이야.
네 영혼은 경험을 통해 네가 진화할 수 있도록 이 세상과 이번 생을 선택한거야. 너를 둘러싼 것이 네가 누구인지 알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너는 불평을 하지도 부당하다고 느끼지도 않을꺼야.
TV는 갈수록 충격적인 이미지를 원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 인간이 지닌 정신의 감각은 자연스럽게 무뎌질 수밖에 없다.
대중은 민주주의적이고 복잡한 체제를 옹호하는 자들보다 전체주의적이고 단순한 체제를 옹호하는 자들을 선호하게 돼 있어. 두려움을 앞세운 자들의 주장에 끌리는거지. 자연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상상속 전능한 신에 대한 두려움.
종교인들은 예술과 섹스, 과학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 그들은 인간이 스스로의 행동을 책임지지 않아도 복종만 하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제안하지.
우주가 나에게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날이 갈수록 이 계획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고. 내가 그 사실을 잊을 때마다 상기시켜주는 존재들이 내 곁에 있다고.
모두를 계몽시켜야 해요. 그러려면 우선 우리의 정신이 지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해요.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지식이 주입되면 왜곡해서 이해하게 되니까요.
그의 표효가 우리의 마음을 절절히 표현하고 있다. 안전하다는 안도감과 고립됐다는 불안감.
이렇듯 인간은 예술의 중요성을 깨달았지. 아무 데도 쓸모가 없어. 먹는 데도 잠을 자는 데도 영토를 정복하는 데도, 예술은 무용한 행위야. 그런데 그게 바로 예술의 강점이지. 공룡은 예술의 흔적을 남기지 못했어.
나를 지켜보고 내게 영감을 주는 고양이와 함께 집에서 조용히 일하는 것, 이게 바로 내가 꿈꾸는 삶이야.
-저자의 말 중에서-
#고양이 책 #고양이 책 추천 #고양이 소설 #고양이 프랑스 소설 #고양이 SF 과학 소설 #프랑스 소설 추천 #SF 과학 소설 추천 #요즘 읽을 만한 프랑스 소설 #요즘 읽을 만한 SF 과학 소설 #요즘 읽을 만한 고양이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시미 이치로 [마흔에게] 책 리뷰 (0) | 2025.01.17 |
---|---|
손힘찬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책 리뷰 (2) | 2025.01.13 |
볼테르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책 리뷰 (8) | 2025.01.07 |
김뱁새 [인스타툰으로 온라인건물주 되기] 책 리뷰 (0) | 2025.01.06 |
슈버트 드레이퍼스 · 숀 켈리 [모든 것은 빛난다] 책 리뷰 (16) | 2025.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