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카 _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_ 최지향 옮김 _ 청림출판 _ 경제 _ 경영 _ 디지털경제]
우리는 평소 우리주변의 환경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사실 우리가 느끼는 부분은 전체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거나, 반대쪽의 면이거나, 또는 아주 얕거나 피상적인 부분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어느 한 편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의식을 확장해 볼 필요가 있는데,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독서는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안내해주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환경인 인터넷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인터넷은 전례없이 많은 정보의 제공과 함께, 우리가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단절되어 있지 않다는 안도감을 준다. 하지만 동시다발적이고 분절화 되어있는, 한 화면을 수많은 조각으로 나눈 정보들은 우리들을 산만하게 하고 집중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작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다. 작가는 인터넷 사용이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바꾸어가고 있으며, 구조를 바꾸는 것은 물론 깊이는 얕고 무게는 가볍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작가는 그 근거로 인류가 사고를 발전시켜온 과정과, 그 과정에서 나타난 기술과 도구들을 탐색한다.
광범위한 연구결과와 다양한 책에서 발췌한 수많은 자료를 읽다보면 한 개인이 뭔가를 주제로 수집하고 정리할 수 있는 양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과 대비되는 인터넷의 보상적 측면(예를 들어 특정 부분의 인지적 능력의 강화등)도 놓치지 않음으로써 객관적이고 신뢰감이 느껴지는 주장을 완성한다. 작가에 따르면 재미있게도 인터넷과 가장 대치되는 행위는 깊은 독서이다.
다양한 뇌의 특징에 대해 읽으면서 또 드는 생각이 있다. 수많은 가짜뉴스와 잘못된 정보가 창궐하는 이 시국에 편향된 정보만 수집하면서 스스로 만든 동굴 속에서 자신의 믿음만을 공고히 하고 다른 의견을 배척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타인에 대한 배려나 위기의식에 대한 공감을 담당하는 뇌의 한 부분이 중독이나 쾌락으로 잠식되어 버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는 유연하지만 탄력적이지는 않아서 쉽게 제자리로 돌아오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 책은 인터넷 환경 뿐만 아니라 주변의 환경들도 사람들도 한번쯤 다시 돌아보고 생각해보게 한다.
[문장수집]
한때 나는 언어의 바다를 헤엄치는 스쿠버 다이버였다. 하지만 지금은 제트 스키를 탄 사내처럼 겉만 핥고 있다.
수만 권의 책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당시 나는 오늘날 ‘정보 과부하’라 부르는 증상과 같은 불안감을 느껴본 기억이 없다. 그 수많은 책들이 보여주는 과묵함 덕에, 또 이 책들은 자신들을 정확히 필요로 하는 독자가 다가와 서고 내 고정석에서 자신들을 빼내줄 때까지 수년 또는 수십년을 기꺼이 기다릴 것이라는 점에서 나는 마음의 평안을 느꼈다. 책들은 마치 먼지가 자욱하게 깔린 목소리로 “서두를 것 없어. 우리는 어디에도 가지 않아”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의식의 원천은 의식의 범위를 초월해 존재한다.
우리는 보는 것을 그리는데서, 아는 것을 그리는 것으로 발전한다.
지도기술은 인간에게 더욱 이해력이 높은 사고와, 주변환경과 존재에 대해 보이지 않는 힘을 더 잘 이해하게 했다. 지도와 마찬가지로 자연적 현상을 인공적이고 지적인 개념으로 바꾼 것 중 하나는 시계이다. 시계에 의해 동일한 기간단위의 조합으로 재정의된 시간은 우리의 사고를 구분과 측정이라는 체계적인 작업으로 이끌었다.
최근의 뇌 연구에 따르면 표어문자나 그림기호를 이해하는 것보다 음성문자로 이루어진 단어를 읽을 때 뇌의 활성화부분이 더 적다는 것이 밝혀졌다.
인쇄된 책을 읽는 행위는 독자들이 저자의 글에서 지식을 얻기 때문만이 아니라 책 속의 글들이 독자의 사고 영역에서 동요를 일으키기 때문에 유익하다. 오랜 시간 집중해서 읽는 독서가 열어준 조용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연관성을 생각하고 자신만의 유추와 논리를 이끌어내고 고유한 생각을 키운다. 깊이 읽을수록 더 깊이 생각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독서라는 인지적 행동은 시각 뿐만 아니라 촉각을 동원한다. - 종이에서 스크린으로의 변화는 단순히 글이 담긴 문서를 살펴보는 방식만 변화시킨 것은 아니다. 이 변화는 문서에 집중하는 정도와 빠져드는 깊이의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
오스웨스턴 대학교 교수 그룹은 2005년 애뉴얼 리뷰 오브 소시올로지 Annual Review of Sociology 에 우리의 독서 습관에 있어 최근의 변화들은 ‘대중적인 독서의 시대’는 우리 지적 역사에 있어 짧은 “예외”였음을 암시한다고 썼다. “대중적인 독서는 예전의 사회적 기반, 즉 독서 계층이라 부를 수 있는, 영속 가능한 소수의 것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는 질문은 독서 계층이 “점차 드물어지는 문화적 자산의 형태와 관련된 힘과 특권을 지니게 될지 또는 점차 비밀스러운 취미를 행하는 특이한 이들로 보여질지”의 여부다.
우리 삶에서 산만함은 오랜 시간을 두고 증가해 왔지만 인터넷처럼 광범위하고 끈질기게 우리의 관심을 분산시킨 미디어도 없었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할지 선택함에 있어 우리는 책의 윤리가 우리에게 알려주었던 홀로 고독하게 몰입하는 행위를 거부했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곡예’에 내맡겼다.
모든 산만함이 나쁜 것은 아니다.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어려운 문제에 지나치게 몰입해 있다 보면 정신적인 흥분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생각은 좁아지고, 애는 쓰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잠시 그 문제에서 벗어나 관심을 쏟지 않으면, 즉 “결정을 내일로 미루면” 다시 그 문제 앞에 설 때는 새로운 시각과 무한한 창의성을 가질 수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의 집중적인 뇌 활동 양상은 깊은 독서 등, 지속적인 집중을 요하는 행동들이 온라인에서는 왜 그렇게 어려운지를 설명해준다.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찰나의 감각적 자극을 처리하며 링크들을 평가하고, 또 관련 내용을 검색하지 말지를 선택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방해가 되는 문서나 다른 정보로부터 뇌를 분리시키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정신적 조정과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독자로서 우리가 링크와 마주칠 때마다 적어도 몇 분의 몇 초라도 멈추고 우리의 전전두엽 피질이 그것을 클릭해야 할 지 말아야 할지 판단토록 해야 한다. 글을 읽는 데서 판단하는 것으로 우리의 정신적 자원의 방향이 전환되는 것을 감지조차 못할 수도 있지만(우리의 뇌는 행동이 빠르다) 이는 특히 자주 반복되었을 때 이해력과 기억력을 저하한다.
월드와이드웹은 하이퍼텍스트를 보편화했고, 실상 어디에나 존재하게 했지만 선형적인 문서를 읽는 사람들이 링크가 가미된 문서를 읽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기억하고, 더 많이 배운다는 연구결과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독자들은 링크를 평가하고, 클릭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높은 집중력과 함께 뇌의 역량을 쏟아부어야 했다. 이 때문에 읽고 있는 문서를 이해하는 데 사용할 인지적 자원이나 집중력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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