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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책 리뷰

by ianw 2024.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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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_ 꽃을 보듯 너를 본다 _ 지혜 _ 시집 _ 한국시 _ 현대시]

 


이 책은 친구에게 선물 받은 책이다. 친구는 학교 졸업식 날, 미소를 가득 품고 책을 한아름 가져와서 졸업하는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다. 선물은 한 명당 한 권이었는데, 졸업식 뒤풀이에서 만취 상태로 집에 돌아와 잠이든 나는 아침에 책이 두 권으로 불어나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술김에 옛날 버릇이 나온 줄 알고 친구에게 연락했더니, 두 번째 술집에서 남은 책 중에 한 권을 더 준 것이라고 확인해주면서 웃었다.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자기도 술 먹으면 나랑 똑같이 기억 못하면서...

 


내가 다른 사람의 졸업식에 가서 선물로 주었던 책도 기억한다. 나도 친구처럼 선물로 책을 여러 권 사서 갔었다. 내 선물을 받은 사람 몇 명이 있는데 내 졸업식날 빈손으로 온 사람도, 아예 오지 않은 사람도 다 기억한다. 미안하지만 그 친구들은 꽃을 보듯 보기 힘들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고등학교때 나는 특별활동으로 시화반을 했었다. 말 그대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동아리였다. 축제날이 되면 그동안 작업한 작품들로 전시회를 했는데, 작품을 미끼로 축제에 온 예쁜 여학생들의 연락처를 수집하는 게 주 목적이었다. 축제기간 내내 마음은 살랑살랑 움직였다. 

 


요즘도 책을 읽다보면 좋지 않은 버릇이 나온다. 속도가 빨라진다. 아무래도 이번 생은 좀 여유있고 지적이면서도 차분한 모습의 사람으로 남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지금 손에 들린 책이 시집이라 다행이다. 시들은 그나마 조금 천천히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 평소에 시 한 편 읽을 시간도 모자라게 사는 우리는 잘 살아가고 있나 싶다. 

 


전에 운좋게 강연에서 뵐 수 있었던 나태주 시인은 상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분이셨다. 소박하고 털털한,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있었다. 시인은 주변을 사랑하시는구나. 이 분은 참 예쁘게 늙어가시는구나. 책에서 만난 시인도 같은 모습이었다. 사람도 사물도 꽃처럼 보는 분이셨다. 그리고 시인의 예쁜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들 사이를, 길거리를 다니며 떨어져 있는 것들을 줍는 분이셨다. 그게 바로 시인거라고.

 


시는 요약할 수 없다. 그리고, 각각의 시를 읽을 때의 감정은 이야기할 수 있어도 한 권의 시집 전체를 설명하긴 힘들다. 그냥 그런 생각은 접어두고 하루에 한 편을 읽어도, 여러편을 읽어도 좋다. 설명할 수 없지만 좋아하게 되는 것들은 분명히 있다. 지금은 꽃과는 거리가 먼 계절이지만, 또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면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각자 마음에 품고 있던 시 한편을 나눠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문장수집]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아이에게 물었다.

이담에 나 죽으면
찾아와 울어줄 거지?

대답 대신 아이는
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주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너에게로 향하는 눈빛 자주
사람들한테도 들킨다.

우리는 잠시 세상에 
머물다 가는 사람들
네가 보고 있는 것은 
나의 흰 구름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너의 흰 구름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죽은 자들은 하늘로 가
구름이 되고 언 별빛이 되지만
산 자들은 마을로 가
따뜻한 등불이 되는 걸 보리라.

내게 불러줬던 노래
아직도 혼자 부르며
울고 있던가.

바람도 없는데
보일 듯 말 듯
나무가 몸을 비튼다.

가보지 못한 골목들을
그리워하며 산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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