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 _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_ 양영란 옮김 _ 밝은세상 _ 소설 _ 프랑스소설 _ 미스터리 스릴러]
이 책이 작가가 되는 방법을 설명한 자기개발서가 아니라 소설, 그러니까 허구의 이야기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이유는 사실 책의 제목 때문이었다고 고백한다. 사실 나는 작가들의 내면이나 뭔가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비밀스러운 뒷마당에 관심이 많았다. 거기에다 그런 것들을 알게 되고 뭔가 흉내를 내다보면 나도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감도 물론 한 몫 했다.
책을 펼치고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는 또 길을 잃는다. (어제는 고속터미널에 있는 한가람 화방에 화구를 구입하러 가다가 또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맸다. 그렇다. 나는 현실에서도 길을 잘 잃어버린다.) 이번에는 몰입하기 좋은 장르인 소설이라 더 그렇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섬이 지구 어딘가에 실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등장인물들, 작가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마치 명망있는 작가가 초보작가에게 해주는 소중한 조언들 같아 중간중간 읽는 것을 멈추고는 몇 문장들을 옮겨적고 진지하게 곱씹기도 했다.
성공한 작가 네이선 파울스는 35세의 나이로 절필을 선언하고 섬으로 들어가 자신을 고립시킨다. 그리고 라파엘 바타유는 네이선 파울스를 선망하는 젊은 작가이다. 이 젊은 작가가 섬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평온하고 아름다운 섬에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사건들은 도입부에서는 관계가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 사이에 얽혀져 있던 운명의 실들을 드러낸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혹시 이 책을 읽을 분들의 즐거움을 위해 줄거리는 이정도로만 정리하겠다.
결과적으로, 한 마디로 재미있었다.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위한 사건과 인물들의 등장은 흐름을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긴장을 유지하기에 적절하고, 독자를 몰입시키기 위한 작가의 장치들은 다양하고 치밀하다.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작품의 속과 바깥, 인물들의 시점을 작가에 안내에 따라 넘나들면서 즐거운 시간속에 머무를 수 있었다.
[문장수집]
우리의 실존을 지배하는 건 별들, 저 높은 곳에 있는 별들이다.
글을 쓰는 일이 쉽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일보다 다 힘들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글쓰기가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건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 때문입니다.가령 당신이 세 권의 소설을 쓴 작가라고 하더라도 네 번째 소설을 쉽게 쓸 수 있다고 확신할 순 없습니다. 글쓰기는 정해진 방식과 규칙,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정표가 나와 있지 않은 영역이죠. 새로운 소설을 쓸 때마다 늘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셈이니까요.
작가는 절대 휴가를 누릴 수 없다. 작가에게 삶이란 곧 글을 쓰거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니까 -와젠 이오네스코-
작가에게 독자는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암, 그렇고말고. 엄밀히 말하자면 작가는 독자들과 대화하기 위해 글을 쓰니까. 나도 자네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네. 다만 작가가 글을 쓰면서 오로지 독자들의 반응만 염두에 둔다면 외면 받을 수밖에 없지.
알맹이는 자네 글에 수분을 공급해주는 수액이라고 할 수 있지. 자네의 영혼을 휘어잡고, 목숨이 글에 달려 있기라도 하듯 일관되게 밀어붙이게 해 주는 힘 말일세. 독자들이 글에 매료되어 깊숙이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알맹이야. 작가의 머리속에는 모든 힘과 열정을 불사를 수 있을 만큼 절박하 이야기가 들어있어야 하지.
힉 순트 드라고네스 Hic Sunt Dragones 여기는 용의 영역이다. 중세에 지도를 제작할 때 미지의 영역 또는 위험한 곳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한 라틴어 표현.
내 경험에 따르자면 글쓰기는 우리의 삶과 생각을 단단하게 구조화해주지. 때로는 실존이라는 혼돈 속에 질서를 부여해주기도 해.
실제로 가끔은 모르는 게 더 나을 때가 있어.
삶으로 돌아오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우리가 한층 더 열정적으로 삶을 받아들이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책은 과연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헨리 밀러-
좋은 소설이란 어떤 소설입니까? 우선 독자들의 사랑과 호의를 이끌어낼 만한 등장인물들을 창조하세요. 그런 다음 그 인물들을 죽이는 겁니다. 그럼 독자들은 언제까지나 당신의 소설을 기억할 겁니다. -존 어빙-
당신도 카이로스 kairo (기회 또는 특별한 시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라는 개념을 알고 있을 거야. 요컨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넋 놓고 가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지. 제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삶이라도 사는 동안 적어도 한 번쯤 운명을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잖아. 카이로스는 삶이 제공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붙잡을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하기도 해. 대체로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순간은 지극히 짧은 법이야. 우리네 삶에서 똑같은 기회는 두 번 다시 주어지지 않으니까.
지옥은 텅 비어 있고, 악마란 악마는 모두 이곳에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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