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 _ 여덟단어 _ 북하우스 _ 인문 _ 인문교양 _ 광고 카피라이터]
박웅현 작가의 글은 참 읽기 편하다. 어조가 차분하고 내용들은 부드럽게 연결된다. ‘여덟 단어’라는 제목처럼 책의 내용은 살아가면서 생각해봐야 하는 여덟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묶여있다. 여덟개의 키워드는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다. 아래로 정리해 나갈 여덟개의 키워드에 대한 설명에서는 박웅현 작가의 어조를 빌렸다.
자존은 스스로 존중하는 것입니다.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죠. 다들 자존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실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존중해야 합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선 박사는 “모든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하다”고 했습니다. 인생에 정석과 같은 교과서는 없습니다. 열심히 살다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 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 순간 연결되어서 별이 됩니다. 정해진 빛을 따르려 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본질이란 변하지 않는 것 입니다. 그건 바로 콘텐츠 입니다. 사람들의 마음, 사람들의 웃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본질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집니다. 스펙은 포장이고 알맹이는 본질입니다. 프리젠테이션의 본질은 멋지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스탭들의 피와 땀이 섞인 아이디어를 잘 정리해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죠. 기준점을 밖에 찍지 말고 안에 찍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합니다. 복잡한 사물의 핵심이 무엇인지 보려는 노력, 어떤 것을 보고 달려가느냐가 세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커다란 무기입니다.
고전이란 예전에 쓰인 작품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읽을 만한 가치를 지니는 것들을 통틀어 말하는 것 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대부분의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고 잊혀지지만 고전은 시간을 버텨냈습니다. 이것이 본질의 힘 입니다. 당장의 유행보다 시간이라는 시련을 이겨내고 검증된 결과물이죠. 고전은 소설만이 아니라 음악과 그림도 포함합니다. 여러분 손에 들고 있는 건 명품이 아니예요. 그냥 비싼 물건일 뿐이죠. 헷갈리지 말고 진정한 명품의 세계로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견見’은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많이 보고 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의력은 다른 지식처럼 전달하거나 정리해서 상자에 가둘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디어를 얻는 모든 순간들은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경험, 보고 겪은 것들에서 시작되는 것이죠. 그리고 보고 깊이 새겨야 합니다. 그냥 흘려 지나친 것들은 잡히지 않습니다. 깊이 본 것들을 각각의 자리에 보관하고 있어야 필요할 때 꺼내어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보기 위해서는 시간과 애정을 쏟아야 합니다. 친구를 만드는 과정과 같습니다. 우리는 요즘 많이 보지만, 정작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 많이 보려고 할 뿐,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것을 보려하지 않아야 합니다. 깊이 들여다본 순간들이 모여 찬란한 삶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현재, 예상하셨겠지만 현재에 집중하라는 이야기 입니다. 순간을 산다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맹자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만물의 이치가 모두 나에게 맞추어져 있으니, 나를 돌아보고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 즐거움이 더없이 클 것이다.’ 나의 현재를 존중하고, 나의 인생을 인정하고 긍정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 다른 사람이 선택한 답은 내 답이 될 수 없어요. 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선택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행복은 삶이 끝나갈 때쯤에나 찾게 될 겁니다. 순간에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의미 없는 순간들의 합이 될 테니까요. 찬란한 순간을 잡으세요. 나의 선택을 옳게 만들고 여러분의 현재를 믿으세요.
권위, 우리는 직군, 직함 같은 권위 앞에 주눅이 들곤 합니다.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문턱증후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문턱증후군이란 어떤 문턱만 들어서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믿음에서 시작되는 잘못된 증상입니다. 이 증후군은 판사, 의사, 서울대생, 회장같은 사람들이 나보다 인생에 대해 더 많이 알고있고 현명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부분에 대해 동의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게 불완전한 사람들 입니다. 만들어진 권위에 속지 말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검증하세요. 사회는, 기득권 세력은 고분고분한 사람을 원합니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복종하고 따라오라고 무언의 협박을 하죠. 우리는 그런 가짜 권위들을 검증하는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이게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소통은 불필요한 노동을 없애줍니다. 그것만으로도 일을 덜 하게 해 주는거죠. 개인생활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렇듯 편리한 소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나와 다른 상대를 배려해야 하죠.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해야 합니다. 자신만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하는 거죠. 덧붙여서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좀 더 세련되게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을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여러분은 누구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졌어요. 소통을 잘하면 주변 사람들이 움직입니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말한 일곱가지를 모두 담을 수 있는 주제, ‘인생’ 입니다. 우리는 우리들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실수에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당연히 실수를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 실수를 못견디고 좌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인생은 우리 멋대로 주무를 수 없습니다. 인생은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라는 씨줄과, 시대의 흐름과 시대정신 그리고 운이라는 날줄이 합쳐서 직조됩니다. 모든 인생이 최선만을 선택할 순 없습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다보면 인생의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답을 찾지 마세요. 모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합니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선택한 다음에 그것을 정답으로 만들어냅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걸 선택하고 후회하면서 오답으로 만들죠. 후회는 또 다른 잘못의 시작일 뿐이란 것 잊고 말입니다.
이게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었던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모든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움직이셨나요? 그렇다면 이제 자신을 믿고 씩씩하게 또 행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박웅현-
책에 대한 요약은 여기 까지다.
요즘에는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짤막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글의 내용은 주로 어제는 어때서 좋았다, 오늘은 어떻게 살아야겠다 같은 것들인데, 빠지지 않는 것들 중 하나가 오늘은 좀 천천히 먹고, 천천히 걷고, 천천히 말하자는 다짐이다. 피천득 선생님께서 딸에게 이른 말씀이다. 좀처럼 되진 않고 있지만 그래도 아침마다 자꾸 다짐해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시간이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좋은 하루가 되길 바래본다. 나는 지금 밤이다. 많이 보려고 할 뿐,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박웅현 선생님의 말이 가슴을 파고드는 밤이다.
[문장수집]
소나기가 아니라 가랑비 같은 시간이 되어 천천히 젖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단 제 이야기가 끝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짓밟고 갈게 있다면 짓밟으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삶의 가치를 바로 세우시길 바랍니다. 우리 인생은 몇 번의 강의와 몇 권의 책으로 바뀔만큼 시시하지 않습니다.
그는 밖에 찍어놓았던 점들을 모두 안으로 돌려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냈고 점을 다시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의 점들을 연결해 하나의 별을 만들어낸 겁니다.
인생에 정석과 같은 교과서는 없습니다. 열심히 살다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없어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 순간 연결돼서 별이 되는거예요. 정해진 빛을 따르려 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답이 나오죠. 나는 관심도 없고 잘 하지도 못하는데 남들이 다 하니까 기준점을 그쪽에 찍어놓고 산다면 절대로 답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단어부터 똑바로 써야 해요. 말이 사고를 지배해서 어느 틈에 나와 다른 건 틀리다, 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현상은 복잡하다. 법칙은 단순하다..........버릴 게 무엇인지 알아내라. -리처드 파인먼-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Everything is Changes but Nothing changes. -에르메스-
강력한 콘텐츠는 미디어가 무엇이 됐든 퍼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의 내부 슬로건 중 하나가 ‘Idea first Media follow’입니다. 아이디어가 먼저입니다.
복잡한 사물의 핵심이 무엇인지 보려는 노력, 어떤 것을 보고 달려가느냐가 세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커다란 무기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전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위대한 문학이나 미술, 음악 등 예술작품들은 본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한테만 좋은 것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만 좋은 것이 아닌, 전 세계 다수의 인간이라는 종이 느끼는 근본적인 무엇을 건드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의력은 가르칠 수 있는 주제가 아니예요.-기술이나 이론은 만들 수 있어요. 법도 판례를 남겨 참고가 되도록 하죠. 그런데 창의력은 지난 번 것이 참고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상자 안에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면 더 이상 창의력이 아니겠죠. 그러니 창의력은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죠.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단 하나의 교실이 있다면 바로 현장입니다.
존 러스킨이라는 영국의 시인은 “네가 창의적이 되고 싶다면 말로 그림을 그려라”라고 했습니다. 누군가가 “뭘 봤니?”라고 물었을 때 그저 “풀”이라고 대답하지 말고, 풀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었고, 잎이 몇 개 있었는데 길이는 어느 정도였고, 햇살은 어떻게 받고 있었으며 앞과 뒤의 색깔은 어땠고, 줄기와 잎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등 자세하고 소상히 그림 그리듯 말하라는 것이었죠. 이것은 즉, 들여다보라는 겁니다.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해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모든 천재들이 공통점이다. -생각의 탄생 중에서-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조은, 언젠가는 중에서-
정혜윤 PD가 할머니께 시를 쓰니 뭐가 달라졌다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답하길, 이제 들국화 냄새도 맡아보고 돌멩이도 들춰보게 됐답니다. 이를테면 이전에는 안 보이던 꽃이 보이는 겁니다. 애정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거든요. 여든까지 보지 못하던 꽃을 보게 돼서, 시를 쓸 수 있어서 할머니는 행복해 보였습니다. 저는 우리가 왜 인문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명쾌하게 보여주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어떤 학자도 이렇게 말해주지 못했어요.
내가 어떤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면 나의 삶은 의미있는 순간의 합이 되는 것이고, 내가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나의 삶은 의미 없는 순간의 합이 되는 것입니다.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이 반복으로부터. -고은-
어떤 선택을 하든간에 선택을 하고 나면 답은 그 자리에 있습니다.
저는 “없습니다. 개처럼 삽니다.”라고 대답했어요. 부연 설명을 부탁해서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죠.
밀란 쿤데라도 똑같은 걸 느꼈는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카레닌이라는 개를 이야기하면서 ‘개들은 원형의 시간을 살고 있다. 행복은 원형의 시간 속에 있다.’라는 말을 합니다. 여러분, 직선의 시간 속에서는 행복을 알 수 없습니다.
카레닌이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순수한 행복이었다. 그는 천진난만하게도 아직도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진심으로 이에 즐거워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인생은 잘 짜인 이야기보다는 그 하나하나가 관능적인 기쁨인, 내일 없는 작은 조각들의 광채다. -샤르트르, 카뮈의 ‘이방인’에 대한 비평문 중에서-
하늘 아래 가을의 작은 나뭇잎 이상 위대한 것은 없다. -장자-
영국인들은 외부의 법규는 모름지기 개인 내부의 입법자에게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국여행 중에서-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 닿은 곳에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 그렇게 시작해보거라. -고은-
우린 언제든지 이길 수 있다. 우린 언제든지 질 수 있다.
해방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 그 자리를 해방의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것. -고미숙-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 그 자리를 행복의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것. -박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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