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D. 샐린저 _ 호밀밭의 파수꾼 _ 공경희 옮김 _ 민음사 _ 소설 _ 영미소설 _ 고전소설]
주인공 홀든 콜필드, 그에겐 주위의 모든 것이 방황과 우울의 원인이다. 학교장, 기숙사 룸메이트, 역사선생, 출세한 졸업생들, 영화배우, 유명한 피아니스트, 데이트 상대인 소녀들, 엘리베이터 보이, 창녀, 변태성욕자 등 다양한 것들이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주인공은 거짓과 허위로 가득 찬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학당한다. 퇴학 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길거리를 배회하던 주인공은 가족들이 있는 곳을 떠나기를 결심한다. 하지만 현실도피로 마감하려 했던 방황의 끝에서 여동생의 순진무구한 마음에 동화되어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생각해보면, 어제의 나는 항상 철이 없었고 오늘의 나보다 어린아이 같았다. 지금도 이러한데 10대 때야 오죽했을까. 주인공만큼은 아니지만 나에게도 방황했던 기억들이 있다. 그것들은 이제 긴 삶의 편린이 되어가고 있지만 적어도 그 때, 나는 꽤 진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절 나는 소설의 주인공이 생각했던 것처럼 나를 제외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멍청이에다 가벼운 인간들이었고,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차서 기껏 열심히 살아봐야 별 볼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질풍노도의 시기에 든 소년의 눈에는 다 그렇게 보이는 법인가보다.
수많은 독서법 중에는 작가의 의식을 의도적으로 따라가며 읽는 독서법이 있다. 이 고전은 일부러 그런 방법을 택하지 않아도 된다. 작가가 이미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정밀하게 쫓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그런 과정이 좀 지루했다. 솔직히 나는 연거푸 고전에서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너무 기대를 했거나 원래 내 성향이 가벼운 글들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뭐, 또 그러면 어떤가 하고 생각해본다. 좋아하는 글만 찾아 읽기에도 시간이 모자라고, 세상에 책들은 차고 넘친다.
[문장수집]
하여튼 12월이었다. 날씨는 마녀의 젖꼭지처럼 매섭게 추웠다.
나는 그런 엉터리같은 작자가 기어를 1단으로 바꾸며 좀더 많은 시체를 보내달라고 예수에게 부탁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며 우습지도 않은 장면에서 하이에나처럼 웃는 얼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나는 맹세코 신에게 말할 수 있다. 내가 만일 피아니스트나 배우나 그 비슷한 나부랭이라면, 저런 백치같은 것들이 나를 굉장하다고 인정할 때 나는 그들을 증오하리라. 그들이 나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도 싫다.
못생긴 여자란 진짜 고달픈 법이다. 때로 그들이 가엾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얼굴을 쳐다볼 수 없는 때도 있다. 축구 시합 이야기나 하는 그런 바보와 함께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것은 비가 오지 않는데도 밖에는 비가 오고 나만 비를 맞지 않는 아늑한 곳에 와 있다는 착각을 주는 냄새였다.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비겁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빌헬름 스테켈- 정신분석학자
일단 그 빈슨 선생과 그와 같은 선생들의 과목에서 합격하고 나면 너는 네 가슴에 훨씬 더 친근하게 느껴질 지식에 점점 더 가까이 가게 되는 거야. 물론 자신이 그것을 바라고 기대하고 기다린다는 조건이 따르지. 무엇보다도 네가 인간행위에 대해 당황하고 놀라고 염증을 느낀 최초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꺼야.
내가 말하려는 것은 교육을 받고 학식이 있는 사람이 밑바탕에 발랄한 재능과 창조력을 가지고 있다면-이런 경우는 불행히도 드문데-단지 발랄한 재능과 창조력을 지닌 사람보다 훨씬 가치있는 기록을 남기기가 쉽다는 거야. 그런 사람은 더 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추구하는 경향이 있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사람들의 십중팔구는 학식이 없는 사상가들보다 겸손하다는 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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