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양정무 [난처한 미술 이야기] 책 추천

by ianw 2024. 9. 9.
반응형

 

 

 

[양정무 _ 난처한 미술 이야기 _ 사회평론 _ 인문 _ 인문교양 _ 예술]

 

난처한 미술 이야기 책

 

이 책은 난처한 (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중 1권으로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이라는 부재를 달고 있다. 그리고 미술하는 인간이 살아남는다라는 문장으로도 소개되고 있다. 저자 양정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이자 한국예술연구소 소장으로 [시간이 정지된 박물관 피렌체], [상인과 미술], [그림값의 비밀]등을 지었다.

 

난처한 미술 이야기 책

 

작가는 미술행위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의사소통능력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 증거를 원시미술로부터 찾을 수 있다. 주먹도끼와 빗살무늬 토기, 라스코, 알타미라, 쇼베 동굴벽화 등 다양한 유적들로부터 시작해 아직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시의 삶, 그리고 현대미술의 대표적 작가인 고갱과 피카소 같은 작가로 이어지는 여정은 매우 흥미롭다.

 

난처한 미술 이야기 책

 

흥미로운 여정은 이집트로 이어진다.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신비한 느낌이 드는 나라. 마치 문자와도 같은, 정면성의 원리와 그리드가 바탕이 된, 완벽성과 불변성을 가진 고대 이집트 미술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피라미드나 스핑크스처럼 잘 알려져 있는 작품들 외에도 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작품과 숨겨진 이야기들도 만날 수 있다. 카르나크 대신전, 아부심벨 신전, 로제타석, 그리고 이집트 신성문자에 숨겨진 비밀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난처한 미술 이야기 책

 

이집트 미술을 알아보던 중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이름은 그리스어다. 작가는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의 이름인 스핑크스를 이집트 유적(원래 지평선의 호루스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었음)에 붙인 것이 그리스인이 이집트 문화에 가지고 있던 적대감과 경계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리스문명이 아프리카 대륙에 속한 이집트문명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달리 말하면 아프리카 문명의 영향을 받은 유럽문명이라는 이야기가 듣기 싫었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렇게 때론 우리가 무심코 당연하게 받아들이곤 하는 서양 중심의 세계관을 경계하는 태도가 마음에 든다.

 

난처한 미술 이야기 책

 

다음으로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메소포타미아의 미술이다. 화려한 이집트 미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해보일 수도 있지만, 최초의 문명 발생지인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지역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장이다. 이 편은 미술에 대해 알아본다기보다는 오히려 역사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더 강했다. 문명의 발생지 답게 수많은 종족과 나라들, 수메르인, 히타이트족, 아시리아로부터 페르시아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역사와 그 유산들인 미술작품들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지금으로 따지면 전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분쟁지역으로 구분되는 이란, 이라크 지역이다. 이 장을 읽고 나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그 지역을 바라보게 된다.

 

난처한 미술 이야기 책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우리가 주변을 보는 관점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더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모른다. 오랜 시간 그것들은 우리의 생존과 필요에 의해 조직되어왔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왠지 박물관에 가 보고 싶어졌다. 그 박물관이 내가 전에 가본 곳이었다고 하더라도 분명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처한 미술 이야기 책

 

 

 

 

 

[문장수집]

 

미술은 원초적이고 친숙합니다. 누구나 배우지 않아도 그림을 그리고, 지식이 없어도 미술 작품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미술은 우리에게 본능처럼 존재합니다. -단순해 보이는 미술에도 역사의 무게가 담겨 있고, 새롭다는 미술에도 역사적 맥락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미술을 본다는 것은 그것을 낳은 시대와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말이며, 그 시대의 영광 뿐 아니라 고민과 도전까지도 목격한다는 말입니다. / 4p

 

그들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통해 세계와 인류에 대한 자신의 이해의 깊이와 폭을 보여주며, 인류의 업적에 대한 존중까지도 담아냅니다. 그들에게 미술은 세계를 이끌어가는 리더쉽의 원천인 샘입니다. / 5p

 

예술이 삶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예술을 모방한다.-오스카 와일드- / 14p

 

현대 문명이 고도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어떤 존재들이고, 우리가 꿈꾸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궁금해하지요. / 15p

 

지금 그 질문에는 한 가지 편견이 깔려 있습니다. 바로 장식은 본질이 아닌 부가적인 요소라는 생각이지요. 무늬는, 아니 좀 넓게 보자면 미술은 여유가 있을 때 할 수 있는 부차적인 활동이라는 생각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 19p

 

여기에서 원시미술이 현대미술에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를 하나 읽어낼 수 있는데요. 바로장소성이라는 개념입니다. 장소성이란 작품과 전시하는 공간과의 관계를 잘 살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장소성이란 작품이 있는 장소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맥락을 말한다. / 49p

 

여기서 말하는 협력이라는 건 한 번의 전투에서 무리를 지어 상대를 공격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개인이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고, 개인의 수명이 다한 뒤에도 그 사회를 지속시켜 나가는 종 차원의 협력을 말하는 거예요. (미술행위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의사소통 능력의 증거) / 71p

 

인류는 2만 년 동안 나아진게 없구나-피카소-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보고- / 73p

 

최고의 예술은 언제나 가장 종교적이고, 최고의 예술가는 언제나 독실한 신자다. -에이브러햄 링컨- / 90p

 

, 라스코 동굴벽화에서 보았던 그림도 사냥 장면을 묘사한 것이라기보다는 구석기인들의 세계관을 표현한 도상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 95p

 

신화의 내용을 담아낸 그림이 있었다면 그 그림을 통해 나와 너, 세대와 세대 간에 소통이 이루어지기도 훨씬 쉬웠을 겁니다. 현대인의 과학적 세계관과는 어울리지 않을지 몰라도, 미술이라는 행위야말로 척박하고 가혹한 자연환경 속에서 인류의 생존을 수만 년 동안 가능하게 해준 생명력이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 100p

 

처해 있는 환경이 다르고 그 환경을 헤쳐나가는 방식이 달랐는지 모르지만 누구는 발전했고 누구는 미개하다는 식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거지요. 여기서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원시적 삶이란 이처럼 원시라는 단어에서 시간성을 덜어낸 뒤 특정한 삶의 방식이 미개하다는 편견을 모두 걷어냈을 때 보이는 삶입니다. / 119p

 

비현실적이고 인공적으로 구성해낸 아름다움이 미의 기준이 되던 시기이자 그런 작품만이 가치를 인정받던 때가 아카데미즘의 시기였습니다. 게다가 그 인공적인 미의 기준을 학습해야만 했기 때문에 제도권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면 당시 기준으로좋은그림을 그린다는게 불가능했지요. 미술이 제도 안으로 편입되버린겁니다. 한 방향만 존재하는 미술, 답답하고 무미건조한 미술만 남게 되었지요. / 142p

 

서양에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낀 작가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미술을 위한 미술만이 인정받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미술이 가진 본연의 에너지를 회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게 20세기 미술이예요. 많은 사람들이 난해하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현대미술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겁니다. 제도화되고 익숙해서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그림이 아니라 제도와 관습, 전통을 파격적으로 깨뜨린 그림들이 20세기 미술의 흐름을 주도하게 되었죠. / 143p

 

고갱 이후로 화가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아름답게 재현해내는 시각적 전통에서 벗어나 느낌과 분위기에 호소하는 새로운 그림들을 그리게 됩니다. 고갱을 필두로 한 원시주의 화가들이 근대미술을 현대미술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겠지요. / 147p

 

피카소는 제국주의자들의 축제 한 가운데에서 그들의 논리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이 미개하다고 깎아내렸던 원시미술의 에너지와 가치를 발견했던 겁니다. / 151p

 

피카소가 끌어냈다는 원시미술의 조형 원리란의미는 닮음이 아니라 배치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사물을 꼭 대상과 닮게 그려야만 작품의 의미가 전달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 152p

 

호주 원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그 빗금은 자신들이 살아온 땅의 기운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빗살무늬에 새겨진 빗금도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이처럼 빗살무늬토기의 빗금을 단순한 무늬가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그 순간, 원시미술이 가진 힘이 크게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하지만 그런 지금도 원시미술은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왜일까요?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원시미술의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그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하는 호모 그라피쿠스가 살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 168p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저세상에 가면 신이 두 가지 질문을 할 거라고 믿었지. ‘인생에서 기쁨을 찾아냈는가?’ ‘당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했는가?’ -영화 버킷리스트에서 카터 챔버스의 대사-

고대 이집트가 멸망한 뒤로 다시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들이 남긴 업적은 웅장한 유적의 형태로 전해져 옵니다. / 179p

 

저는 변하지 않는 이집트 미술을 지루하다고 보는 시각이야말로 이집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현대 서구 문명의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모두 변화와 혁신을 절대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로 치지만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변화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 시기는 그리 길지 않거든요.-그러니 이집트인이 추구하지도 않았던 변화라는 가치를 잣대로 삼아 그들의 문화를 평가하는 건 좀 불공평한 일이죠. / 202p-203p

 

이집트 미술의 진짜 묘미는 모든 상징체계와 원칙을 변화없이 유지하면서도 개별 작품이 결코 단조롭고 지루한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별 생각 없이 똑같은 것만 반복해 찍어낸 공산품이나 매너리즘에 빠진 작품을 보는 것과는 다르죠. / 203p

 

사람을 그릴 때 눈에 보이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 그리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본질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되는 모습을 조합해서 그렸어요. 얼굴은 옆모습, 눈은 정면, 상체도 정면, 하체는 걸어가고 있는 측면으로 그렸습니다. 고대 이집트 유물에 그려진 모습이 왠지 어색하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정면성의 원리에 따라 그려졌기 때문이죠. / 209p

 

그리드grid라는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모눈종이 격자무늬를 영어로 그리드라 부릅니다.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 건 그리드에 맞춰 그림을 그리는 게 이집트 미술의 두 번째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 223p

 

이집트에서 그림은 뭔가를 기록하기 위한 매체였어요. 글자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조각은 영혼의 안식처로 정교하고 정확하게, 주인공을 쏙 빼닮은 사실적인 모습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236p

 

모든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 -세네카- / 312p

 

이집트 사람들은 돌에 나 있는 결을 볼 줄 안다고 합니다. / 322p

 

혐오미술을 통해 인간 신체의 물질성을 보여주는 작가들은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직시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351p

 

육체는 이제 신성한 존재가 아닙니다. 현대 미술이 인체의 허무함과 유한성을 통해 드러내는 문명의 한계는 이집트 미술에서 보이는 인체에 대한 신뢰와 애정과 대비해봤을 때 충격적일 정도의 온도차로 다가옵니다. / 353p

 

어쩌면 그게 미술사를 공부하는 목적일지도 모릅니다. 미술을 통해 긴 시간 인류가 품어온 바람이나 생각을 이해하고, 그것이 오늘날에는 어떻게 미술 작품에 반영되고 있는지 알아봄으로써 삶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재료를 마련하는 겁니다. / 354p

 

페르시아는 엄청난 대제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 문명 밖의 역사였기 때문에 종종 그 실체가 왜곡되고나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 501p

 

아시리아 사람들이 수만 명의 적을 죽였다는 기록을 읽고서는 기록의 사실 유무를 따져보겠지만 그들의 궁궐을 장식하고 있던 부조를 본 뒤에는 무력에 근간을 둔 권력, 폭력을 과시해야 하는 권력에 대해 사유해보게 되죠. / 528p

 

미술작품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읽어내려면 훈련이 필요합니다. 외국어를 이해하려면 그 언어의 문법과 어휘, 발음을 익혀야 하듯 미술이라는 시각적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필요한거죠. -외국어를 배우고 나면 새로운 세상 하나를 더 읽어낼 수 있게 되듯 미술 언어에 익숙해지고 나면 문자 언어 이상의 풍성하고 생생한 소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528p

 

이미지의 이면에 담긴 의미와 의도를 보다 풍부하게 읽어내는 연습을 할 수 있다면 똑같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폭력성에 주목한다 할지라도저 사람들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야?’하는 식의 피상적인 이해에 그치지 않고 폭력 너머에서 작동하고 있는 인간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을 깊이 있게 성찰하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530p

 

 

 

 

 

#난처한 미술 이야기 책 #난처한 미술 이야기 책 추천 #난처한 미술 이야기 인문 #인문 추천 #인문교양 추천 #예술 책 추천 #요즘 읽을 만한 인문 #요즘 읽은 만한 인문교양 #요즘 읽을 만한 예술 #미술 교양 상식 책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