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크론 [스토리 설계자] 책 추천
[리사 크론 _ 스토리 설계자 _ 부키 _ 인문 _ 글쓰기 _ 독서]
지은이 리사 크론은 세계적인 스토리 컨설턴트이자 전문 연사다. UC 버클리를 졸업하고 유명 출판사 W. W. 노턴과 존 뮤어 출판사에서 근무했으며, 방송계의 러브콜을 받아 폭스TV, 미러맥스, 코트TV, 쇼타임 등에서 스토리 에디터와 선임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이후 스토리텔링의 전쟁터인 헐리우드로 넘어가 워너브라더스를 비롯 다양한 영화에서 시나리오 각색을 맡는 스토리 컨설턴트로 일했으며, 수많은 작가들과 협업했고,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의 스토리텔링 강사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뛰어난 스토리 설계자인 작가가 스토리를 만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그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수많은 작법서가 있지만, 본질에 대해 알려주는 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의 본질은 스토리 그 자체가 가진 힘이다.
스토리가 매력적인 이유는 스토리 그 자체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본능에는 스토리가 새겨져 있다. 또한 스토리는 최초의 가상현실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스토리설계의 주변부를 탐색하는 것은 좋은 스토리를 만드는 기본이 된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가 스토리를 찾는 목적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라고.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불가피하게 문제들과 마주칠 수밖에 없다. 스토리를 설계하는 일은 그런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토리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만들고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주인공은 당신 자신일 수도 있고, 당신이 만든 가상의 인물일 수도 있는데, 그가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고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하다), 그 과거로 인해 어떤 잘못된 믿음에 가로막혀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는 글을 쓰는 동안 모든 것에 ‘왜?’ 또는 ‘그래서?’ 라고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한 질문들은 모이고 쌓여서 우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인과성과 설득력을 부여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의 기본이라고 주장하는 플롯 구성은 그 다음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수도 있겠지만 누구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스스로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인식을 정돈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두 타인과 다른 자신만의 경험을 통한 렌즈를 통해서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시선으로 쓰여진 이야기를 통해 배우고, 배움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 책은 비단 작가 지망생에게만 쓸모가 있을 것 같지 않다.
[문장수집]
우리는 스토리로 생각한다.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스토리라는 수단을 통해 현실을 해독하게끔 진화했기에, 우리는 스토리를 샅샅이 뒤져 의미와 정보를 찾아내는 일에 전문가다. / 12p
아무리 밝은 전등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쓸모가 없듯이, 스토리도 플롯, 목소리, 재능을 환히 비추어 살아 움직이게 하는 전기가 없으면 독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전기’는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부인공이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을 해석하는 모습에서 나온다. 주인공이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놓고 애쓰고 고심하며 힘든 결정을 내리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모습에서 나온다. / 14p
스토리에서 중요한 것은 플롯도 아니요, 사건도 아니다. 플롯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주인공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로 인해 주인공의 내면에 일어나는 ‘변화’가 중요하다. / 14p
스토리의 축은 외적 투쟁이 아니라 내적 투쟁이다. 주인공이 ‘외적’ 플롯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풀기 위해 ‘내적’ 으로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극복하고 무엇을 감당해야 하느냐가 중요하다. / 16p
스토리는 세계 최초의 가상 현실이었다. 우리는 스토리 덕분에 현실을 잠시 떠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 25p
강력한 쾌감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급증하면서 일어난다. 잘 만든 스토리를 접할 때마다 강렬한 호기심이 곧바로 일어나고 그에 따라 도파민 반응이 촉발된다. 우리 뇌는 그런 식으로 보상을 던져 우리로 하여금 호기심을 좋고 스토리의 결말을 확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왜? 그러다 보면 꼭 알아야 할 뭔가를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 / 27p
우리는 스토리를 들을 때마다 이른바 ‘인지적 무의식’속에서 본능적으로 한 가지 질문을 하게 되어 있다. ‘내가 살아남고 번영하려면 여기서 배울 게 무엇인가?’ / 여기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물리적 환경에서의 생존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에서의 생존도 아우르는 개념이다. / 29p
우리가 스토리를 찾는 목적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서다. / 32p
모든 스토리는 점점 고조되는 한 가지 문제를 주인공이 불가피하게 마주하고 풀어 나가는 과정이 중심이다. 쉽다면 문제라고도 할 수 없고, 스토리도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피상적인 문제여서도 안 된다. 주인공이 번번이 자신의 어떤 내적 갈등과 씨름하게 만드는 문제여야 하며, 그 결과 주인공의 세상 보는 관점이 막바지에 크게 바뀌어야 한다. / 35p
잘 만든 스토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우리 뇌에서 ‘이것은 스토리다’라고 감지하는 부위를 잠재우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스토리에 일단 빠져들면 그게 절대 스토리로 느껴지지 않는다. 꼭 현실처럼 느껴진다. / 43p
이 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장미꽃의 의미는 꽃이 등장하기 전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의해 정해졌다. 현재를 만드는 것은 과거다. 그러나 ‘무작정’ 써 나가면 과거는 없다. 맥락을 부여해 줄 과거가 없다면 장미꽃은 그저 평범하고 예쁜 꽃일 뿐이다. 누가 관심이나 갖겠는가? 소설의 맥락을 제공해 주는 것은 소설이 시작되기 전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다. / 51p
첫 페이지를 쓰기 전에 소설의 밑그림을 반드시 짜 놓아야 하는 것은 맞다. 문제는 짜 놓아야 할 대상을 잘못 짚었다는 것. 내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외적인 플롯에만 주목하고 있으니, 주인공이 이미 갖고 있는 내적인 ‘왜’가 아닌 외적인 ‘무엇’에 치중하는 결과가 된다. / 53p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누군가가 바뀌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려면, ‘바뀌기 전’의 상태가 어땠는지 작가가 구체적으로 알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문제의 구체적인 원인을 알아야한 한다. / 58p
이 ‘만약에’ 질문이 훌륭한 이유가 있다. 거기에 깔려 있는 놀라운 사실이 인물 자신에 관한 것이기에 (“당신 성이 뭐라고요? 헉!”) 두 사람이 천진한 꿈은 필연적으로 좌절될 수밖에 없고, 갈등이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가운데 둘은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결국 죽음까지 불사하며) 싸울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여기서 핵심은, ‘만약에’라는 질문 속에 애당초 피할 수 없는 외적 갈등(두 집안 간의 오랜 반목)이 깔려 있어서, 필연적으로 내적갈등(집안의 뜻을 어길 수 없지만 함께 하고 싶은 열망이 너무 강함)을 불러일으키게 되어 있다는 것. / 80p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은 다른데 있지 않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보고, 무서이 보이고,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기 위해서다. / 조앤 디디온 / 88p
세상은 온갖 사건들로 북적거려서, 거의 언제나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우리의 생존은 자기 주변의 혼란상을 잘 이해하는 데 달려 있다. 여기서 이해란 흔히 말하는 일반적, 객관적 의미가 아닌 실질적, 주관적 의미의 이해로서, ‘이게 나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을 가리킨다. / 그래서 발달한 것이 스토리고, 스토리의 역할은 그 혼란상을 아주 현실적인 필터를 통해 걸러서 보여 주는 것이다. / 99p
과거는 절대 죽지 않는다. 심지어 지나가지도 않았다. -윌리엄 포크너- / 145p
요컨대, 우리는 어떤 것을 떠올리거나 어떤 행동을 할 때도 절대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다. 사실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얘기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학교에 다녀 보았는가? 일반적으로 시장에 가거나, 일반적으로 사랑에 빠져 보았는가? 우리는 매 순간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한다. / 153p
원인과 결과 수단과 목적, 씨앗과 열매는 서로 분리할 수 없다. 결과는 원인 속에서 이미 꽃피고 있고, 목적은 수단 속에, 열매는 씨앗 속에 이미 들어 있기 때문이다. -랠프 왈도 에머슨- / 178p
우리를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변화하게 만드는 유일한 원인은 바로 ‘불가피한 외적요인’이다. 즉, 무슨 수를 써도 피하거나 벗어날 수 없는 문제가 우리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어서 도저히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어야만 한다. / 잘 만든 서사의 밑바탕에는 항상 그런 갈등이 깔려 있다. 다시 말해 스토리의 본질은 변화이며, 우리는 본능적으로 변화를 기피하게 되어 있다. / 209p
소설가 존 어빙도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가능하면 항상 첫 문장에 소설 전체의 스토리를 담아라. “ / 현명한 작가는 첫머리에서 스토리의 목적지를 뚜렷이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 277p
스토리가 해야 할 첫 역할은 독자가 다음에 일어날 일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고, 독자를 꾀는 비결은 ‘앞일을 예상해 볼 수 있는 단서를 대범하게 던져 주는 것’이다. / 279p
결말에서 독자에게 깊은 만족감을 안겨 주는 요소는 주인공이 외적으로 무엇을 이루어 냈느냐가 아니라, 주인공이 내적으로 어떻게 바뀜으로써 그런 것을 이루어 낼 통찰을 얻었느냐 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중요한 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느냐 하는 것이다. / 283p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할 질문은 항상 이것이다. ‘주인공의 여정을 고려할 때 이것이 주인공에게 왜 중요한 의미가 있는가?’ 비록 모호할지라도 답을 생각해보면, 과거를 어디에서부터 파 들어가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필요한 사건들을 찾아내 구체적이고 명확하면서 그럴듯한 서브플롯을 만들어 갈 수 있다. / 3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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