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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이토 [인생은 불확실한 일뿐이어서] 책 추천

by ianw 2026.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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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이토 _ 인생은 불확실한 일뿐이어서 _ 권남희 옮김 _ 시공사 _ 에세이 _ 일본에세이]

 

 


책은 언제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이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세계들 중 하나는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하는 세계이다. 없었던 세계가 아니라 원래 있었는데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세계. 관측하는 자의 시선에 따라 결과가 변화는 양자역학과도 비슷한 세계.

 


각자의 선택이 스스로 어떤 세계를 들어갈지 결정한다. 그 세계는 다른 세계를 피해서 들어간 은신처일 수도, 내 세계를 확장하기 위해 들어간 미지의 세계일 수도 있다. 

 


작가는 특유의 따듯하고 잔잔한 시선으로 자신이 선택한 세계에 머무른다. 

 


나는 작가가 다녔던 세계를 옮겨 놓는다. 언젠가 가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읽은 책의 제목과 작가도 옮겨 적어본다. 나중에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책 역시 하나의 세계다.  그렇게 하고 나면 저금을 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권남희 작가님의 번역을 좋아한다. 어느 부분이 정확히 좋냐고 물어보면 설명하기 어렵다. 다른 글과 같이 두고 구분해보라고 하면 구분하지 못할 것이지만 그래도 좋다. 예를 들자면 소주를 좋아하는데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정확히 구분하지는 못하면서 어느 한쪽에 미묘하게 끌리는 것과 비슷하달까. 확실한 것은 좋은 번역가가 어떤 작가를 좋아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는 작가처럼 더 좋은 사람, 인생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읽는다. 인생은 불확실한 일뿐이이서 가끔은 어딘가에 가만히 생각을 고정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읽는다. 

 


그러나, 나는 작가처럼 대부분의 것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기 힘들다. 특히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처럼 공공의 약속과 질서를 해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작가의 이야기 중에는 동네의 무인 야채 판매대 이야기가 나온다. 양심없는 사람들이 돈을 속이고 야채와 물건들을 가져가면서 무인판매대는 변화한다.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자물쇠가 채워지고 감시도 삼엄해진다. 나는 이 이야기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망치는 것은 우리가 공유하는 규칙만이 아니다. 서로를 믿을 수 있는 마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까지도 망가뜨린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들을 좋게 볼 수 없다. 나도 아직 멀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글, 좋아하는 문장이 있어도 언젠가는 책을 덮고 보내주어야 한다. 아쉽지만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나는 다음에 읽을 책도 같은 작가의 것을 선택했다. 그래서 조금은 아쉬움이 덜 하다.

 

 

 


[문장수집]


찰나에 생긴 일이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 14p


꽃집도 있다. 꽃집은 퍼뜩 떠오르는 것만 해도 근처에 세군데나 있다. 그중에서 가장 허름하고 무뚝뚝한 여성이 주인인 곳에서 살 때가 많다. / 20p


<츠바키 문구점>이 나온 이후로 편지가 부쩍 많이 온다. / 22p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미처 느끼지 못한 멋진 면도 보게 될지 모른다. 다만 소설 쓰는 사람으로 끝날 게 아니라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힘이랄까, 인간적으로 더 깊은 맛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33p


슈프레발트는 독일과 폴란드 국경 근처에 펼쳐진 넓은 숲이다. 베를린 중심부를 흐르는 슈프레강의 지류가 수로가 되어 숲속을 종횡무진 달린다. 그 수로를 ‘칸’이라고 하는 작은 보트를 타고 도는 투어가 재미있다고 들어서 주말에 친구들과 가보았다. / 56p


차분한 어른들의 소풍도 꽤 운치있었다. / 58p


동양과 서양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거기에 떠도는 것은 소박한 그리움이고, 사소한 비일상의 공기감이다. / 62p


소중한 추억이 없어졌다고 한탄할 게 아니라 지금 손바닥에 남아있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야지. / 89p


그래서일까, 전기 포트로 끓인 물과 주전자로 끓인 물은 맛이 다른 것 같다. 전기 포트의 온수는 빨리 끓는 반면 식는 것도 빠른 것 같다. 게다가 왠지 모르게 물을 급히 끓였다고 화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 93p


아버지는 자신을 죽이고, 현실을 직시하기를 포기하고 어딘가 다른 세계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다. 온화하고 착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 105p


베를리너에게는 얼마나 돈을 쓰지 않고, 즐겁게 사는가, 하는 것이 인생의 큰 테마다. / 115p


우리 집 근처의 무인 판매대에도 대다수 사람들은 제대로 돈을 내고 채소나 달걀을 샀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양심 없는 사람들 때문에 시스템이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너무나 유감이다. 무엇보다 정성껏 키운 작물을 공짜나 다름없이 팔아버린 농가의 마음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 133p


중정은 독일어로 ‘호프’라고 한다. 호프는 독일인의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공유 공간이다. / 138p


이 ‘둥둥’이 기분 좋았다. 실은 전에도 에스토니아에서 바닷물 수영장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의 둥둥체험을 잊을 수 없다. / 158p


고로를 만나면서 내가 원했던 것의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애정을 듬뿍 쏟아서 키우고 사랑해 줄 존재에 굶주려 있었던 것이다. / 177p


사람들이 모두 제각각의 방법으로 자유롭게 살고 있었고, 살아 있는 지금을 진심으로 즐겼다.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 181p


알몸이 되면 그 사람의 직업도, 나이도, 결혼 유무도 혹은 이혼한 적이 있는지도 전혀 모른다. 있는 것은 각자의 몸뿐이다. 순수한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 206p


모두 다 그냥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207p


내게 의사만 있다면 이곳에서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 나는 그만큼 자유롭게 어디에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또렷이 자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모든 것이 너무나 편안해졌다. 나를 속박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 215p
그때까지 나는 작가란 이래야 한다는 한심한 고정관념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몽골의 땅바닥에 누워 있는 동안 그것이 얼마나 진부하며 자신을 좁은 방에 가두는 생각인지를 깨달았다. 그때 몽골에 가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도 내가 만들어낸 근거 없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을지 모른다. / 215p


차고 기우는 달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사람은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 모른다. / 219p


항상 물처럼 산다면, 하고 생각한다. 수증기가 되기도 하고 차가운 물이 되기도 하고 뜨거운 물이 되기도 하고 얼음이 되기도 하며 그 자라의 환경에 적응하지만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계속 변화하면서 모든 생명을 지탱하는 물은 얼마나 훌륭한가. / 222p


그러나 그 순간도 눈 깜짝할 사이에 찾아오겠지. 태어나는 것도, 병드는 것도, 늙는 것도, 죽는 것도 피할 수 없다. / 240p


눈은 더러운 것도 추한 것도 모두 말없이 덮어서 감춰준다. / 241p


이야기를 쓸 때는 자연스럽게 쓰려고 의식한다. / 자연스러움에는 거기에 어울리는 시간의 흐름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거기서 싹을 트고 꽃을 피우기까지의 시간. 이를테면 장을 담가서 그것이 숙성할 때까지의 시간. 과정을 무시하고 갑자기 내일 꽃을 피우라고 명령하거나 장이 빨리 숙성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인공적이고 부자연스러운 힘을 가해야 하고, 그것은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행위가 된다. / 244p


이야기를 엮는 것은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말로 남는 것은 실입니다만, 실만으로는 무언가를 남길 수 없습니다. 실은 바늘의 힘을 빌려야만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지요. / 바늘도 역시 바늘만으로 존재하면 거의 도움되는 일이 없죠. 그 작은 구멍에 실을 끼워서 같이 천을 만나야 실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바늘과 실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입니다. / 2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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