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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주 [감상의 심리학] 책 추천

by ianw 2025.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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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주 _ 감상의 심리학 _ 북하우스 _ 인문 _ 예술 _ 심리학 _ 교양심리]

 

 


작품을 감상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이 책의 목적은 감상을 돕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작가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예술심리학을 토대로 우리의 감상할 준비를 돕는다. 

 


준비가 된 사람, 되어 있지 않은 사람, 미술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작품감상은 항상 열려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작품을 대하는 것도 좋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늘어난다는 것을 믿는 사람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작가에 의하면 그림 감상은 보통 지각처리와 인지처리라는 두 단계를 거치는데, 또 그 안에서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고려되는 전략적인 행동이다. (65p)

 


책에 소개된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독자는 작품의 지각적 성질인 형태, 색, 크기, 대비, 구성, 내용 등이 감상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감상자의 기억, 주의, 신기성, 전문성 등의 사전 지식 역시 감상에 영향을 미침을 알게 된다. 또한 감상 행동이 은밀한 개인의 행동이기도 하지만, 그림의 가격과 화가의 명성 같은 타인의 평가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 사회적 행동이라는 점도 알게 된다. 예술 경험에 대한 이러한 객관적인 접근을 통해 독자들은 감상자로서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감상의 요령을 배울 수도 있다. (21p) 

 


그림과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사실 그 동안 몇 개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창작해본 적이 있다. 글이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었지만, 내가 글을 쓰고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놀라웠던 점은 내 글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보는 사람들 스스로가 채워가고 다시 그들만의 이야기로 만들어간다는 점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발견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본 장면들을 스스로 연결해서 스스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작가는 이를 ‘집단화 능력’이라고 부른다. 

 


또한 사람들은 완성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완성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미완성된 부분은 작가에게 내적 긴장을 일으켜 이런 감정을 유발하는데, 심지어는 완성된 작품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런 종류의 책들을 좋아한다. 세상을 보는 눈에 즐거움을 더하고 뭔가 개인의 세계를 확장시켜주는 안내서 같은 종류의 책. 나는 이 책을 읽고 다시 미술관에 가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이 감상하는 사람뿐 아니라 그림을 포함하여 뭔가를 창작하고 있는 작가들에게도 좋은 정보, 영향들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서문에 있는 글을 옮기며 글을 마친다. 


예술은 인간의 삶에 비유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관점과 이론이 필요하듯, 어느 한 가지 관점만으로 예술을 이해할 수는 없다. 오히려 다양한 관점들이 예술에 대한 이해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17p)



[문장수집]


객관적인 감상이 가능한 것은 우리가 모두 동일한 시각 기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시각 체계는 0.1초만에 눈앞의 장면을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색채보다 형태를 먼저 지각하며, 얼룩이나 다름없는 이미지에서 친숙한 대상을 알아볼 수 있다. / 5p


이런 점에서 그림 감상은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다. / 그림 감상은 권태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다. 미국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Mihaly Csikszentmihalyi 는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몰입하고 있을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 11p


이제 그림 감상이 좋은 본질적인 이유들을 살펴보자. / 첫 번째는 감각적 즐거움이다. 그림은 본질적으로 실세계와 다른 시각적 대상이다. / 두 번째는 인지적 탐색과 통찰이다. 그림을 보면서 감상자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 세 번째는 감정적 정화와 재충전이다. 그림은 감정적 정화를 가져온다. / 마지막은 긍정적 산만함이다. 그림은 공공장소에 활력을 준다. / 14p


예술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고, 이것이 예술을 이해하는 유일한 길도 아니다. 왜냐하면 예술은 매우 주관적인 경험이며, 예술의 역사는 과학의 역사처럼 논리적인 단계를 거친 진보라기보다는 작가와 그를 둘러싼 환경이 우발적으로 만들어진 창발 현상들의 나열에 가깝기 때문이다. / 16p


미술에 대한 인상주의의 가장 큰 기여는 예술의 주인공을 그림의 대상에서 예술가의 마믐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 32p


20세기 초에 이념·종교·민족·지리적 갈등으로 촉발된 세계 대전은 인류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을 발전한다는 믿음이 틀렸음을 보여주었다. 문학인들과 마찬가지로 예술가들은 이성과 합리성을 의심했다. 그 대신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을 조명하기를 원했다. / 36p


개념미술에서는 작품을 감상하는 감상자의 개념 자체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왜냐하면 작품들에 내재된 개념이란 결국 감상자에 의해 획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38p


대부분의 그림은 복도 끝에 걸려 있는 경우에도 액자에 끼워져 있거나, 미술관이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볼 수 있다. 액자나 미술관의 문턱은 경계선이 되어 ‘이곳부터는 실세계가 아닌 그림세계입니다’라고 안내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림 세계를 보는 관점으로 돌입할 수 있다. / 44p


또 하나의 유용한 감상 전략은 재현적 붓질과 은유적 붓질의 차이에 주목하는 것이다. 현대 회화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림에 재현적 붓질과 은유적 붓질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재현적 붓질은 실세계의 존재하는 대상을 표현한 것이고, 은유적 붓질은 실재하지 않는 화가의 감정이나 인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46p


우크라이나 키이우 출신의 화가로 절대주의 Suprematism을 이끌었던 카미지르 말레비치 Kazimir Malevich의 그림을 보고 무엇인지를 기술해 보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검정색 네모’라고 대답할 것이다. 결코 ‘네모난 검정색’이라고 답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우리가 실세계에서 형태를 늘 우선시하고, 색을 보조적인 역할로 보는 강력한 습관을 보여준다. 이렇게 된 이유는 첫째, 인간이 실세계에서 대상들을 행위 가능성으로 보기 때문이다. / 52p


흥미로운 점은 많은 사람들이 10초 이내에 그림을 더 볼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 64p


아마도 크고 복잡한 그림을 작고 단순한 그림보다 좀 더 오랫동안 보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관람객들은 혼자 감상할 때에 비해서 두 명일 때 그리고 세 명일 때 감상 시간이 더 길어졌다. / 64p


두 연구는 미술관에서 그림의 크기, 미술관의 크기, 함께 온 동료의 수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감상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그림 감상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고려되는 전략적인 행동임을 알게 해준다. / 65p


그림이 가진 대략적인 특징을 그림의 ‘요지gist’라고 한다. 여기에는 색, 선, 면, 형태 같은 1차적인 특징이 있고, 이 특징들의 조합으로 알 수 있는 대칭, 균형, 내용, 스타일 같은 2차적인 특징이 있다. / 67p


그림 감상에서 직관적 처리는 주로 지각분석에 해당하는데, 눈에 맺힌 대상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과정을 말한다. 숙고적 처리는 그림에 대해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지처리에 해당한다. / 69p


작품 중심 감상과 미술사적 감상은 감상 전략의 양 극단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두 감상 전략이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니며, 점진적으로 중첩되는 하나의 스펙트럼을 이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림에 따라 상대적으로 어느 한 쪽이 유리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 74p


예술적 감정이 고유한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감정들과 다를 바 없는지에 대해서는 긴 논쟁이 있었따. 아직까지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기능적인 면에서 두 감정을 다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감정은 해소되어야 할 대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일로 화가 나 있다면 이를 해소하는 행동을 취하거나 참아야 한다. 반면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감정은 추구되는 면이 있다. / 80p


즉, 예술 감상이란 ‘예술 작품에 대한 지각적 분석과 비교, 인지적 해석과 의미 부여, 감정적 각성, 그리고 이 과정과 작품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 82p


특히, 이 모형에서 지각 단계와 인지 단계를 구분했지만, 루돌프 아른하임은 그의 저서 [시각적 사고 Visual Thinking]에서 이 두 단계를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보았다. 이는 보는 행위를 수동적인 행동이 아닌 능동적인 행동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 82p


사람들은 점묘화에서 단일 점들의 배열이 아닌 나무, 산, 바다, 집, 사람 등 의미있는 덩어리를 본다. /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이 질문에 대해서 독일의 심리학자 막스 베르트하이머 Max Wertheimer는 심각하게 고뇌했다. 베르트하이머는 시각정보가 눈에서는 점 단위로 처리되지만, 뇌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규칙에 따라서 작은 부분들이 의미 있는 집단으로 대상화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 규칙을 집단화 원리 Grouping principles라 명명했다. 이 집단화 원리를 기본으로 베르트하이머와 동료들은 게슈탈트 심리학 Gestalt Psyhology을 세웠는데, ‘게슈탈트’는 전체, 총체, 형상 등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독일어이다. 한국에는 ‘형태주의 심리학’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집단화 원리는 베르트하이머가 제안한 것이 다수 있고, 이후에 새롭게 발견된 것들이 추가되면서 현재는 대략 10여개 정도가 있다. / 86p


유사성 원리 Similarity / 근접성 원리 Proximity / 87p / 


공동영역 원리 Common region / 다음 그림은 호퍼가 1942년에 그린 <밤을 새는 사람들 Nighthawks>이라는 작품이다. 뉴욕의 어느 카페를 그렸는데, 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 어두운 바깥과 대비가 된다. 네 명의 인물을 점으로 치환해 보면 이들의 위치를 좀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왼쪽의 남자는 카페라는 공동영역의 집단화 원리에 의해 다른 세 명과 함께 집단화된다. 그런데 근접성 원리로 보면 오른쪽 세 명은 가까이 붙어 있고 왼쪽의 남자는 조금 떨어져 소외되고 있다. 또한 유사성 원리로 보면 오른쪽 세 사람은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왼쪽 남자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어 오른쪽 세 사람이 더욱 가까워 보인다. 따라서 왼쪽 남자와 오른쪽 세 사람 사이에는 한데 묶으려는 집단화 원리와 떨어뜨려 놓으려는 집단화 원리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 이 집단화의 대결은 일종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왼쪽의 남자를 좀 더 고독하게 만든다. 차라리 이 남자가 카페 밖을 지나가는 사람으로 표현되었다면 고독하다는 느낌이 덜했을 것이다. / 90p


연결의 원리 Connectedness / 연결 부분이 반드시 선일 필요는 없다. 자전거는 많은 부속이 그 자체로 물체이면서 연결이기도 하다. / 93p


좋은 연속 원리 Good continuation / 요소들은 보는 사람의 과거 경험 Past experience에 의해 집단화될 수 있다. / 이 두 사례는 이미지가 매우 훼손된 경우들이다. 심리학에서 강력하게 지지받는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선명한 사물을 볼 때에도 우리 눈에 맺힌 이미지는 궁극적으로 불완전하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 이미지를 머릿속에 기억된 가장 그럴듯한 후보 형태를 토대로 집단화한다. 그리고 이 이론은 우리가 그림을 볼 때도 적용된다. / 95p


앞에서 살펴본 집단화 원리들은 대부분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것들이다. 그러나 관찰자의 의식적인 수준에서 주의와 의도에 따라 의도적 집단화가 일어날 수 있다. / 97p


구성은 집단화 이후에 나타나는 요소들의 배열에 관한 것이다. 구성을 통해 사람들은 안정감, 역동, 조화, 균형 같은 추상적인 성질을 파악할 수 있다. / 106p


왜 화가들은 똑 같은 형태와 크기로 구성된 대칭적 균형을 추구하지 않을까? 그것은 감각적 지루함으로 인한 역동의 결과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좌우가 똑 같은 거울상의 그림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시각적 대칭은 우리 눈에 즉각적으로 탐지되고, 그 이상의 시각적 처리를 요하기 어렵다. 비대칭적 균형의 또 한 가지 이점은 다양한 대상들을 그림에 출현시킴으로써 훨씬 복잡한 심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 108p


균형이라는 개념은 대상의 크기, 색, 형태, 움직임의 방향 등 지각적 속성에서 오는 무게감뿐만 아니라 그림의 해석에서 오는 기쁨, 행복, 우울, 슬픔 등 감정적인 무게감이 더해져서 복합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110p


이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사진에 등장하는 남자와 우유잔이 같은 대상임을 알아야 한다. 이는 대상들이 비슷한 시각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하다. 색깔, 형태, 크기, 위치 등이 그런 특징에 해당한다. 우리의 눈은 이러한 시각적 특징들을 자동으로 집단화하여 대상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시간적 집단화라고 볼 수 있다. 비록 흔하지는 않지만 여러 장의 사진이나 그림으로 구성된 회화나 만화에서 우리가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이유도 이와 같은 시간적 집단화 능력 덕분이다. / 116p


현대 영화에서 놀라운 점은 촬영과 편집 기술 자체보다도, 서로 다른 장면들을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관객의 능력에 있다. 바로 이 구성 능력 덕분에 영화라는 예술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 117p


종합하면 생물체가 평소에 경험하는 정적 자극과 이에 상응하는 감각 흥분이 있는데, 생물체에게 좀 더 강한 자극이 나타났을 때 이것에 상응하는 새로운 감각 흥분이 일어나는 것을 정점 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 126p


대상의 다른 모든 특징들은 약화되거나 지워지고 오로지 선으로 그려진 라인 드로잉을 생각해보자.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선으로만 표현된 사물을 실제 컬러 사진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다. 또한 라인 드로잉을 보기 위해 특별한 시각 훈련이 필요하지도 않다. 실섹계의 물체들만 본 유아와 동물이 라인 드로잉으로 표현된 사물들을 알아볼 수 있는데, 두 살밖에 안 된 아이가 라인 드로잉으로 표현된 장난감이나 인형을 알아볼 수 있고, 침팬지는 라인 드로잉으로 표현된 동료를 알아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진으로 물체 분류를 학습한 인공지능도 라인 드로잉을 사진처럼 분류한다. 이런 증거들은 라인 드로잉이 특별한 발명품이 아니라 우리 눈과 뇌에서 자연스럽게 처리되는 프로세스임을 암시한다. / 133p


이 예시는 라인 드로잉이 단순히 밝기와 색의 변화만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지각과 인지처리를 추가로 거친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화가의 라인 드로잉은 단순히 대상의 윤곽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주관이 개입되는 창작물로 봐야 한다. / 135p


라인드로잉과 색은 전혀 다른 성질처럼 보이지만, 라인 드로잉은 형태의 과장이고 색은 표면의 과장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야수파의 그림을 보면 색이 어떻게 표면을 과장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 138p


미술에서의 과장이란, 현실에서의 과장이 의미하는 거짓과 위선의 연장선이 아니라, 강조에 가까운 무엇이다. 참다운 미술 작품을 ‘진실한 거짓’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선택에 따른 과장은 밀레만이 아니고 모든 작가들에게 필수적이다. / 146p


앞의 발레 연구에서는 관객들의 미적 선호 역시 조사했는데, 발 높이가 높은 무용수가 더 미술적이라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발레리나의 발이 높아지는 경향은 평가자들의 압력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예술을 추구하고, 그래서 예술이 점점 어려워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 148p


세상에 놓인 사물들은 혼자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체로 특정한 물체들과 함께 목격되는데, 이를 맥락이라고 한다. / 154p


그런데 사람들은 풍경을 보고 싶어하는 동시에 자신은 노출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좋은 풍경 자리를 세상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면서도 자신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다. 영국의 지리학자 제이 애플턴 Jay Appleton은 원시시대부터 존재했던 안전 본능을 제안한다. 그의 전망-도피처 이론 prospect-refuge theory에 따르면, 생물체는 탁 트인 전망을 통해 바깥의 동태와 날씨를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이런 위치가 잠재적인 적이나 위험을 발견하여 조치를 취할 수 있고, 먹잇감을 찾거나 동족의 안전을 살피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 160p


우리가 끊임없이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보는 것도 이 매체들이 세상에 대한 정보를 얻는 인지적 창문의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 161p


풍경은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어려운 시각처리를 요구하지 않는다. 명상적인 효과를 발휘해서 일종의 ‘멍 때리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뇌가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집중력ㄱ과 창의력이 회복될 수 있다. / 시각처리의 유창성 / 161p


특정 색은 특정 감정과 연합되는 경향이 있다. 한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감정 단어를 주고서 그에 상응하는 색을 칠하라고 했을 때, 분노는 빨간색, 슬픔은 파란색, 기쁨은 노란색, 혐오는 갈색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로스코의 그림이 일으키는 감정 효과는 연구에서 발견된 색 효과와 어느 정도 비슷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그의 그림에서 색의 농도가 균질하지 않고 변화가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169p


예술에 무딘 사람이란 없다. 다만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 171p


실제로 검은 색 숫자에서 색을 보는 사람들을 이런 방법으로 검사해보니 정말로 특정 숫자들을 금방 찾아냈다. 이는 형태와 색의 공감각 Synesthesia의 사례다. / 182p


음과 색을 연결해 이해하려는 시도는 역사가 깊다. 아이작 뉴턴은 음과 색을 각각 대응시키는 표를 만들기도 했다. 음과 색은 물리학적으로 기술되는 측면에서 유사성이 많아, 뉴턴의 시도는 단순히 엉뚱한 발상이 아니었다. / 182p


이는 창작 활동에 몰두하는 학과의 학생들이 공감각적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은 공감각적 현상을 가진 학생들이 예술대학에 더 많이 지원하거나 혹은 예술대학의 환경이 공감각을 촉진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 183p


부바/키키 효과는 학습의 영향으로 발생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즉, 날카로운 형태는 날카로운 발음과 연관되어 학습되고, 둥근 형태는 부드러운 발음과 연관되어 학습된 결과일 수 있다. 이 설명을 확장하면, 다른 많은 개념들 사이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빨간색과 매운 맛, 바나나와 노란색, 파란색과 시원한 물 등이 그런 예이다. / 193p


이처럼 마음이 몸의 영향을 받는다는 개념을 심리학에서는 ‘몸-기반 인지’또는 ‘체화인지’라고 한다. 원래 인지심리학은 1950년대 컴퓨터의 비약적인 발달에 따라 탄생한 분야였는데, 그 당시 가사람의 인지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이 컴퓨터처럼 순전히 알고리즘으로만 작동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의 많은 과학적 증거들은 마음이 홀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세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 200p


표정공감 / 인간은 타인의 표정이나 동작을 모방하려는 본능이 있다. 모방 행동은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동작을 배우는 데 유리하고, 타인의 마음이나 의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같은 집단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주어 안전을 보장한다. / 200p


이 차이는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집과 같은 요소들이 감상자의 원격 존재감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 감상자는 자신의 신체를 그림 속 등장인물에 투사하여 마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대리적인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 212p


예술이 이뤄낸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예술적 아름다움에 대한 지각이다. 예술적 아름다움은 실세계의 아름다움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실세계의 아름다움은 대체로 외적인 특징에 기반하여 “예쁘다”라는 느낌을 준다. 이는 대칭, 비례, 피부결과 같은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요소들과 연관된다. 반면, 예술적 아름다움은 작품의 스타일, 표현, 그리고 감정적 깊이에 더 큰 비중을 두며, 종종 주관적이고 측정이 어려운 특징을 지닌다. / 219p


그림 속 인물이 ‘못생겨진’ 결정적인 시기는 1900년대 초 표현주의가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세계가 전쟁과 정치적 혼란을 겪으며, 사람들은 이성, 과학, 종교, 왕권 등 기존의 가치관에 회의를 품게 되었다. 예술가와 문학인들은 이러한 가치관을 배격하고 무의식, 감정, 욕구, 불안 등에 귀 기울이는 움직임을 일으켰다. 이는 전쟁의 최전선에서 급진적으로 나아가는 전위부대에서 이름을 따온 ‘전위예술(아방가르다 Avant-garde)’의 시작이었다. 미술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표현주의라는 큰 틀로 묶이며, 후기 인상파, 야수파, 다리파, 청기사파, 입체파 등 다양한 학파를 포함한다. / 223p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아닌 물체에서 얼굴을 발견하곤 한다. 산, 바위, 돌멩이, 달, 구름, 나무 등 자연물에서 보기도 하고, 전기 콘센트, 주전자, 벽지 같은 인공물에서 보기도 하며, 식빵이나 오이 단면 같은 음식에서도 얼굴을 찾아낸다. 이를 얼굴 파레이돌리아 Face pareidolia라고 한다. / 227p


이는 사람 얼굴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시각적 대상이기 때문이다. / 228p


햅은 이러한 연합학습을 신경 수준에서 설명하는데 그의 이론은 오늘날 인공지능 학습에도 필수적으로 적용될 만큼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 249p


형태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다른 비법도 기원전부터 알려져왔다. 바로 비대칭성이다. 형태가 대칭일수록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지루하다. 반면 형태가 비대칭일수록 불안정하지만 역동적으로 보인다. 역동성과 다른 용어이지만 심리학자 루돌프 아른하임은 긴장 tension 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긴장이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불안정한 자세나 형태는 안정적인 자세나 형태로 나아가려는 긴장을 가지고 있다. / 269p


이와 비슷하게 그림에서도 리듬이 나타날 수 있는데, 그림의 리듬은 시간상이 아닌 공간상에서 드러난다. 김환기의 <봄의 소리>를 살펴보자. / 276p


인간의 시각처리를 설명하는 주요 이론 중 하나는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접근법이다. 19세기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생리학자인 헤르만 폰 헬름홀츠 Hermann von Helmholtz 가 대표적인 학자로, 그는 시각적 처리 과정을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문제해결, 즉 ‘무의식적 추론 unconcious infrernce’ 으로 설명했다. 헬름홀츤느 눈에 맺힌 대상이 지각자에게 단순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과거의 기억을 활용해  그 대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끊임없이 검토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 283p


우리는 특정한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는 많은 물체들이 다른 물체들에 가려져 일부만 보이거나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뇌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추론하여 이를 보완하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지각적 완성 perceptual completion 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무의식적으로 이를 자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 285p


‘카니자의 삼각형 Kanizsa triangle’ 은 지각적 완성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그림은 팩맨 모양과 끊어진 삼각형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는 흰 삼각형을 보고 있다고 느낀다. 사실 흰 삼각형 자체는 눈에 맺히지 않는다. 삼각형의 형상은 뇌에서 추론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팩맨과 끊어진 삼각형의 구성 방식이다. 만약 이 요소들이 적절한 위치에 놓이지 않는다면, 흰 삼각형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즉, 요소들은 흰 삼각형의 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좋은 연속성과 대칭성을 가져야만 한다. / 286p


미완성된 미술 작품을 볼 때도 자이가르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작품에서 미완성된 부분은 감상자에게 내적 긴장을 일으켜 완성되지 않은 부분을 채우고 싶은 욕구를 유발한다. / 291p


그림작품을 이해하여 통찰에 이르는 즐거움은 심리적 보상으로 표현될 수 있다. 보상은 음식, 선물처럼 실물 형태이거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돈일 수도 있지만, 즐거움처럼 심리적인 형태로도 존재한다. 흥미롭게도 뇌에서는 물질적 보상이든 심리적 보상이든 상관없이 공통된 영역과 네트워크에서 처리된다. 즉,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즐거움이나 미인을 볼 때의 즐거움, 수학 문제를 풀 때의 즐거움은 결국 같은 방식으로 뇌에서 처리된다는 것이 현대의 신경과학 이론이다. / 293p


캐나다 심리학자 대니얼 벌린 Daniel Berlync 은 1971년에 발표한 연구에서 그림의 복잡성과 신기성이 뇌의 각성 수준에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각성이 즐거움 및 흥미와 관련이 있다고 제안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적당한 수준의 각성은 가장 큰 즐거움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뇌의 보상 체계 reward system 은 각성 수준에서 심리적 쾌감을 증대시키지만, 각성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혐오 체계 aversion system 가 작동하여 쾌감이 감소하게 된다. / 313p


키리코의 그림처럼 맥락에 맞지 않는 대상들을 배치하는 것을 데페이즈망 depaysement 기업이라고 하며, 초현실주의 화가들에 의해 발전되었다. 데페이즈망은 러시아 문학 이론가 빅토르 시클롭스키 Vikror Shklovsky가 제안한 ‘낯설게 하기 Defamiliarization’ 개념과 닮았다. 데페이즈망은 대상들의 배치뿐만 아니라 크기, 색, 형태 등 다른 속성들의 예상치 못한 변형에도 해당된다. / 321p


100년이 지난 오늘날, 많은 전문가들은 뒤샹의 <분수>를 현대 미술 contemporary art의 기원으로 본다. 이 작품은 설치미술, 개념미술, 창작이 아닌 선택 등 현대 미술의 특징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제 뒤샹의 기법은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간주된다. / 324p
여기에 베블런 효과 Veblen Effect 도 한몫한다. 베블런 효과는 일반적인 수요 법칙과 반대로,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상승할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행동경제학적 현상을 말한다. 단순히 희소하다는 이유로 대상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 3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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