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_ 참 괜찮은 말들 _ 메이븐 _ 인문 _ 인문학일반 _ 인문교양]

이 책은 저자가 다양한 콘텐츠 제작 현장,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범하지만 특별하고 현명한 사람들, 그들이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한 이야기들이 여기에 있다. 저자는 이 책 전에도 <참 괜찮은 태도>라는 책을 펴냈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마친 후에 그 책도 읽어볼 예정이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일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모두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불필요한 일처럼 느껴지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빠짐없이 모여 우리의 삶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결국 쓸모없는 시간은 없다는 말과 같다. 우리는 마음대로 뭔가를 뺄 수 없다. 결국 모든 것이 진정한 우리를 찾는 길이 된다. (117p) 그러니까 방황해도 괜찮다.

가수 신해철, 섬에서 만난 할머니, 작가의 친구, 수능 최고령 응시자 할머니, 이름모를 어떤 젊은이와 평생을 바다에 바친 어부, 오랜 무명생활을 거쳐 유명해진 배우, 유명한 사람들,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과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 모두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일상을 소중히 한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그들의 이야기에는 깊은 울림이 스며들어 있다.

자신과 외부에 모두 정직하고 충실한, 진심으로 호의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살아오면서 너무 많은 벽으로 내 주변을 감싼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아직 좋은 사람이 되지 못했고, 그래서 아직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은 아닐까.

나는 요즘 감사하다 라는 말을 일부러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한 번, 그리고 생각이 날 때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감사한 일을 찾게 되고, 실제로 감사할 일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같다.

감사할 일은 어디에나 있다. 다만 우리가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좋은 사람 역시 어디에나 있다. 다만 우리가 발견할만한 의지나 찾아낼 수 있는 좋은 눈을 가지지 못했을 뿐이다.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분명 오랜 시간과 수고가 들어가는 일이다.

작가의 문장 하나를 옮기며 글을 마친다.
나는 무뎌진 생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질문 앞에 나는 서 있다. 모든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을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매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다. (244p)
[문장수집]
놀라운 사실은 그들이 자신에게도 함부로 비판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대신 무엇이든 해 보려고 움직였다. 그들은 누구도 자신의 삶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더욱 자신의 인생을 망칠 일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 7p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의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산만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 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 졸업생 여러분, 오래 준비한 완성을 축하하고, 오늘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합니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십시오.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 주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 20p
제가 걸어온 길이 구불구불하긴 했지만 저한테는 그게 가장 빠르고 최적화된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 22p
세상은 갈수록 사람을 쉽게 믿지 말고 이해타산에 맞는 관계를 맺어야 성공한다고 말한다. 그런 세상 속에서 학생들은 타인을 진심으로 대하고 사람을 믿으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고 있었다. / 35p
그래서 부모 교육 전문가인 윤지영 작가가 그렇게 말했나 보다. 부모의 옳은 말 백 마디보다 좋은 말 한 마디가 아이를 자라게 한다고. / 49p
낯선 학생이 적어 줬던 자신의 이름, 이제는 자신이 직접 쓸 수 있는 이름, 그 이름이 붙어 있는 책상에 앉아 할머니는 한참 동안 그 이름표를 어루만졌다. / 53p
미국의 시카고대 교수를 역임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즐거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우리가 하는 일은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의무감 때문에 하는 일, 혹은 달리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하는 일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저 실 가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느끼며 살아 간다. 그런 입장에 놓이면 아까운 에너지를 탕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자진해서 원하는 일을 늘려야 한다. 무엇을 원한다는 사소한 마음의 움직임이 집중력을 높이고 의식을 명료하게 만들어 내면의 조화를 이루어 낸다.” / 그러면서 “삶의 지배권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 자신의 의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기울이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 54p
대전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두 시간 동안, 캠프 참모진과 국회의원들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 후 잠시 휴식을 취했지만 문재인 후보는 마지막 연설문이 담긴 종이를 놓지 않았다. / 잠시 후 집에서 나온 후보는 나를 보자 걸음을 멈추었다.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쉽지 않은 순간이었다. 나도 모르게 멋쩍은 표정을 짖는데 후보가 오히려 웃는 얼굴로 다가와 말을 건넸다. “떨어진 후보를 담게 되어서 어떡합니까. 고생 많으셨습니다.” 패배의 순간에도 담대하게 나의 마음을 먼저 해=헤아리는 그의 말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세상은 이기고 지는 일로 가득하지만, 어떤 이는 지는 순간에도 누군가의 마음을 먼저 헤아렸다. / 73p
그래서 나는 북토크가 있을 때마다 그 약국을 찾는다. 그리고 “오늘도 잘하실 거예요.”라는 약사의 말을 들으면 “그래, 오늘도 잘해 낼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만큼 약사가 나에게 건네는 한마디는 그 어떤 약보다 큰 힘이 되어 준다. 어쩌면 나는 약을 사러 가는 게 아니라 약사의 한미디를 들으러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 93p
‘내가 살면서 제일 황당한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직업을 갖고 애를 낳아 키우면서도, 옛날 보았던 어른들처럼 내가 우람하지도 단단하지도 못하고 늘 허약할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늙어 버렸다. 준비만 하다가.’ / 황현산 고려대 명예 교수의 글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정말 큰일이다. 나는 언제쯤 어른이 될 것인가. / 103p
세계적인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말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고, 우리는 그 공간에서 자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을 가지고 있다고. / 154p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 그 꽃잎들을 모아 둘 생각을 하지 않는다. /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뿐.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인생 / 154p
그는 이제 목표를 정하지 않고 산다고 했다. 큰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도 좋지만 그 과정에서 오늘을 희생하지는 않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 190p
“당신이 아우 오래전부터 적절한 진화의 길을 따라오게 된 것도 행운이었지만, 당신의 가정에서 태어날 수 있었던 것도 역시 기적이었다. 지구에 산이나 강이나 바다가 생기기도 훨씬 전이었던 38억 년 전부터, 당신의 친가와 외가의 선조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짝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었고, 자손을 낳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었던 운명과 환경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당신의 조상 중에서 어느 누구도 싸움이나 병으로 일찍 죽지도 않았고, 물에 빠지거나 굶거나 길을 잃고 헤매다가 죽어 버리지도 않았으며, 방탕에 빠지거나 아주 부상을 당하지도 않았고,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짝에게 아주 적은 양의 유전 물질을 전해 주어서 결국은 놀랍게도 아주 짧은 순간이긴 하지만 당신을 존재하도록 해 주는 유일한 유전 조합을 만드는 일까지도 외면하지 않았다.” /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 207p
문득 장항준 영화감독의 말이 떠올랐다. “부부란 결국에는 중요한 것이 같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게, 웃는 포인트나, 분노하거나 슬픈 포인트가 같아야 돼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웃는 포인트가 같으면 일상이 즐겁고, 울거나 분노하는 포인트가 같으면 세계관이나 이데올로기가 같은 궤를 갖고 있다는 뜻이 되거든요.” / 216p
“인간은 저절로 나아지며,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역사는 진보한다고 우리가 착각하는 한, 점점 나빠지는 이 세계를 만든 범인은 우리 자신일 수밖에 없다.” / 김연수 <눈먼 자들의 국가> / 224p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식적으로 살아 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 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느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 244p
그런 사실을 배우며 인간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을 이끌었다는 생각이 오만이었음을 깨달았다. 인간의 지성과 힘이 아무리 크다 해도, 이 세계를 이루는 수많은 생명들의 연결망 속에서 인간은 그저 한 부분일 뿐이다. / 2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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