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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성 [보이지 않는 집] 책 추천

by ianw 2025.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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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성 _ 보이지 않는 집 _ 레드우드 _ 에세이 _ 건축 _ 국내에세이]

 


어떻게 이 책을 고르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이야기를 만난 것으로 충분하다. 

 


주인공은 루미에르 클레제, 건축가인 그는 파리의 중심부에서 싸고 낡은 집을 구하고 있다. 운좋게 발견한 낡은 집을 사려고 하면서 그는 집의 주인인 피터와 엮이게 된다. 왈쳐요양병원에 있는 피터를 만난 후에 그가 풀어야 할 문제들은 점점 늘어난다. 수수께끼같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주인공은 점점 더 피터의 인생과 가까워지게 되고 집 속에 숨어있는 비밀들을 알아가게 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건축가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집과 건축물들이 마치 건축가의 프로젝트처럼 잘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 흐름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간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공간은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가 확대되어 적용되어 있기도 하고, 또 어떤 공간은 외부의 소리와 빛을 모아서 한 공간에 뿌려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야기의 공간들은 모두 정교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건 아마도 이 이야기의 바탕이 실제로 있었던 일과 공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주인공의 탐험은 더 흥미롭게 전개된다. 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아무리 기본적인 뼈대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건축과 디자인처럼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을 향하는 일이다. 그 길의 끝에는 항상 사람이 있고, 과정에도 사람이 있어야 더 잘 만들 수 있게 된다.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의미와 지속은 덤이다. 

 


나는 이 에세이 (저자 소개에서도 대형서점의 분류에서도 이 책을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분류하고 있다.) 에서 1인칭 시점의 매력을 느꼈다. 주인공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느껴져 몰입하기에 좋았다. 하지만 모든 1인칭 시점의 글들이 이렇게 작동하지는 않는다. 

 


건축가가 쓴 소설. 건축가가 주인공인 소설. 건축가의 시선으로 쓰인 소설… 이 건축가들처럼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나도 나만의 이해를 사람들에게 즐거움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의미와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나게 되어 아주 즐거웠다. ‘보이지 않는 집’이라는 제목은 정말 잘 지은 제목이라 생각한다. 


 

 


[문장수집]


건축가는 건물을 만들지만, 완성 후에는 집주인에게 열쇠를 주고 떠난다. 요리사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만, 정작 그는 제때 식사를 할 수 없다. 기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만들지만 자신의 이야기는 잘 쓰지 않는다. 어쩌면 세상의 수많은 직업들이 바로 이런 바보 같은 모순 속에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뛰어들었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그저 서비스일 뿐이다. / 20p


어찌나 먼지가 많은지 마치 먼지로 만든 계단 같았다. / 27p


그를 처음 만났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가 나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내 귀를 빌려달라고 했다. / 42p


예전에 독일에서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폐허가 된 채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저택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사라지고 건물 내부 지붕과 벽이 파괴되어 그 사이로 빛이 들어와 내부에 있음에도 외부에 있는 것 같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건물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다. / 54p


우리는 흔히 통로 혹은 복도, 길은 사람만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물길도 길이고 바람 골도 길이다. 세상 만물이 지나는 길, 길은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상이 무엇이든 흐르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숲 속을 걸을 때도 가끔 멈추어 지나가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하곤 한다. 그것은 우리가 바람이 다니는 길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바람 길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옮겨 주는 길도 존재하는 것이다. / 80p


그녀는 세상에는 말로 하기보다 직접 보아야 하는 것이 많고 직접 보는 것보단 눈을 감고 느껴야만 하는 것들이 더 많다고 했다. / 85p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요함이 천천히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얼마 만에 느끼는 고요함인가. 그동안 나는 왜 허둥지둥 바쁘게 살았나? 뭘 위해서 살았나? 내 삶의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지도 못하는 인생이 정말 내 것인가? 오랜만에 이런저런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 106p


다른 하나는 ‘생각’이다. 사람의 생각은 경계가 없고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와도 같다. 그리고 그 생각을 잘 정제해 실현하면 위대한 작품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인간의 생각은 위험한 도구이기도 하다. / 112p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고 그러자 그 빛줄기들이 내 손에 스며들었다. 온실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오로라 빛을 잡으려고 너도나도 손을 허공에 휘젓고 있었다. 순간 우리는 마치 붉은 보석 속에서 살고 있는 영혼들 같았다. / 142p


1921년 6월 15일 / 며칠을 고민해도 풀리지 않던 현관 콘셉트가 떠올랐다. 그것도 샤워하고 있다가 떠올라서 수건을 대충 두르고 뛰어나와, 복도에 엎드려서 몸에 묻은 물방울을 마룻바닥에 떨어뜨리면서 콘셉트 스케치를 끝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은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나기 전에 적어 놔야 잊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쁘게 잘 써야지’라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생각의 가장 순수한 상태인, 어떤 장식이나 기교도 없는 거친 글과 그림으로 가야 한다. / 267p


아나톨의 일기는 점점 더 알아보기 힘든 글씨체로 변해 갔다. 읽기가 매우 어려웠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녀만의 세상에서 자신의 아들을 만난 이야기는 아마도 우리 세상의 글씨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영혼이 쓴 글이기 때문에 이 세상 글씨 같지 않은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 / 283p


1923년 4월 26일 / 피터를 안고 있는 그녀를 위해 뭔가 해결책이 필요했다. 많은 고민 끝에 집의 모든 벽에다 끌과 망치로 아주 작은 홈을 팠다. 그리고 아나톨은 이 홈이 난 벽을 손으로 만지면서 지나다녔다. 홈이 끝나는 부분 앞에는 가구가 있었고 홈이 직각으로 올라가면 계단이 있다는 표시였다. / 317p


프랑스와가 제게 알려 준 것이 있습니다. 건축가가 조금 부족한 공간을 만들면 거기 사는 사람이 나머지를 추억과 사랑으로 채운다는 겁니다. 그때 바로 건축이 완성되는 겁니다. / 325p


세상의 모든 불편해 보이고 부족한 것들은 어찌 보면 깊은 사연을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 3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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