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 _ 이다의 도시관찰일기 _ 반미 _ 에세이 _ 시 _ 그림에세이 _ 테마에세이]

지은이 이다는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비정규직 예술노동자로 소개된다. 포항에서 태어나 청소년기 내내 쉬지 않고 다이어리를 썼으며 대학에서 신학과 문예창작학을 전공했다. 개인 홈페이지와 SNS를 오랫동안 운영하며 일상에서 포착해낸 아이러니와 유머, 소소한 깨달음이 담긴 일기와 작품들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지은 책으로 [이다의 허접질] [무삭제판 이다 플레이] [이다의 작게 걷기] [걸스 토크] [기억나니? 세기말 키드 1999]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가 있다.

이 책은 글과 그림이 함께 있어 그림 에세이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려면 뭔가를 관찰해야 한다. 뭔가를 관찰하기 시작하면 관심이 생기고,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뭔가를 관찰할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관찰하기에는 너무나 빨리 움직이는, 그래서 아직 어떤 모양인지도 알 수 없는 허상의 속도를 따라잡는데 온 마음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를 대신하는 그녀는 기왕 관찰하는 김에 또 많은 것들을 수집하고 있는데, 그녀가 모으고 있는 것은 대부분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다. 너무 오래되거나 하찮아서 우리의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은 것들. 그런 것들은 대부분 너무나 사소하고 가벼운 것들이어서 금방 잊혀지기 좋다. 고맙게도 그녀의 수집품 목록에는 물성을 가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모두가 포함되어 있다.

그녀가 사물을 대하는 방식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또 비슷하지 않다. 누구의 관찰도 똑같을 순 없다. 다만 그녀도 우리처럼 감정은 오락가락한다. 인류에를 상실하게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미운 감정과 보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둘 사이의 간극과 같이. 우리도 종종 이런 순간을 마주하지 않는가.

작가의 평범하고도 평범하지만은 않은 일상을 뒤쫓다보면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 그건 내가 직접 하진 않았어도 오늘도 뭔가 살기 위해 주변을 탐색했다는 원시인간의 습성이 남아 있어서 일수도 있다.

이 책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까지 나는 당분간은 단절된 사건에 머무르지 않고 전체적인 맥락에 대해 가늠해볼 수 있을지 모른다. 흔해 보이는 물건과 현상에서 흔하지 않은 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거기에다 덤으로는 오래된 문방구와 맛집이 포함된 몇 곳의 방문예정 리스트를 얻었다.

그리고 작가처럼 언제 어디에서 갑자기 만나게 될 붕어빵집을 대비해 잔돈을 준비하고 다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수집]
이런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것을 열심히 본다. / 12p
관찰하면 관심이 생긴다. 관심이 생기면 이해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내가 존재하는 이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고 싶다. / 15p
붕어빵 대비 잔돈 / 16p
오늘 바깥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 클레이 워커 레슬리의 자연관찰일기 p.25 / 어른이라 별로 안 궁금해도 궁금한 척 하다보면 익숙해짐. / 17p
하지만 골목에 붙어 있는 경고문은 언제나 말을 한다. 여기서 이런 일이 있었고 나는 너무 화가 난다고, 내가 화내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내 마음을 이해해 달라고, 정의를 구현하고 싶다고. / 어쩌면 나는 경고문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수집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도시의 닫힌 문 밖으로 터져나오는 절절한 호소와 감정들을 말이다. / 27p
현관에 들어서는데 건물 앞에 활짝 핀 노란 꽃 화분이 있다. 아래엔 메모도 붙어 있다. “꽃이 피었어요. 같이 보고 싶어 잠시 여기에 둡니다.” 천사가 다녀갔나? “같이 보고 싶어서”라는 말이 머리를 때린다. 이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 40p
그렇다. 이건 작은 여행이다. 유리문 하나만 넘으면 어떤 사람이 오랫동안 만들어놓은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 / 51p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대단히 인류애적인 행동이다. 공감 능력, 인간관계를 파악하는 지능, 현재 상황을 추정해 미래를 예측하는 사고력 그리고 이타심이 합쳐져야 한다. / 74p
누군가는 이 빵 봉투를 보고 이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난감함을 헤아렸을 것이다. 그리고 기사님에게 분실물로 전달했다. 내가 빵 봉투를 되찾는 순간, 기사님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남이 빵을 다시 찾든 말든, 빵을 백 개를 먹든 말든 자신과는 아무 상관 없고 자기 배가 부르지도 않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나의 기쁨에 동조했다. 그 누구도 빵 하나 나눠 받지 않았는데 다들 흐뭇해 보였다. / 되찾은 빵을 먹으며 전의를 불태운다. 누가 뭐 잃어버리기만 해봐라. 똑같이 돌려줄 테다. 이 기쁨을 분명히 되갚아줄 것이다, 하고. / 79p
인간의 관찰력은 먹이와 생존을 위해 발달했다. 농경사회 전 인간은 어디에 먹을 것이 있는지 내내 찾으며 돌아다니는 것이 일상이었다. / 95p
동행인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면 단골이 분명하다. / 97p
밖으로 풍경이 스쳐지나간다. 버스는 역시 이게 좋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풍경이 바뀌다니! / 131p
역시 버스는 삶을 지탱하는 고귀한 노동공간이 맞다. / 135p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난 왜 이걸 봐버렸을까. 따끈따근 김이 나는 곤드레밥에 집중해도 모자랄 마당에 남의 겸연쩍은 일화를 처음부터 지켜본 것이다. 나라도 가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야 하는건가? 이 에피소드의 맥락은 오직 나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안다. 그룹 B와 그룹 C는 어르신의 사정을 알 길이 없다. / 모든 사람에게는, 또 이야기에는 맥락이 있다. 하지만 타인은 전체가 아닌 짧은 부분만 볼 수 있다. 20회짜리 드라마에서 17회 초반 십 분만 보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나도 저렇게 남을 오해한 적이 많이 않았을까? 사실은 멀리서 내려다본다면 전체 매각은 그런게 아닐때가 많지 않았을까? / 156p
관찰을 할 때는 나 자신이 중요하지 않다. 그 것이 관찰의 핵심이다. 그러나 평소의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 관찰은 언제나 새롭고,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 돌아가는 길도 제법 즐거울 것이다. / 168p
요즘 도시에서는 원한다면 한마디도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 우린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남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밥을 먹고 물건을 사고 길을 헤매지 않고 집에 돌아올 수 있다. / 175p
제인 구달의 책 [희망의 이유]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모든 사람은 중요하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역할이 있다. 모든 사람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제 이 말에 공감한다. / 191p
에이미 추아의 책 [정치적 부족주의]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현대에 살지만 뇌는 아직 부족사회에 머물러 있다. / 2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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