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번 파터르 _ 디자인 정치학 _ 이은선 옮김 _ 고트 _ 디자인 _ 예술 대중문화 _ 디자인이론 색채]
지은이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디자이너로 정의, 평등을 목적으로 하는 내러티브를 만든다. 주로 리서치를 통해 저널리즘과 디자인간 관계를 규명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첫 번째 책으로 바야흐로 다국어 및 다문화 환경을 맞닥뜨리고 소통하게 된 수많은 디자이너가 숙지해야 할 논쟁적인 시각자료들을 정리한 아카이브다. 다양한 학제간 작업으로 국제상 다수를 수상한 그는 현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가르친다. / 저자 설명 중 /

이 책의 목차는 그래픽디자인의 구성요소에 따라 편성되어 있다. (작가) 언어와 타이포그래피, 색상과 대비, 이미지와 사진, 상징과 아이콘, 그리고 인포그래픽의 순이다.

1장 ‘언어와 타이포그래피’에는 문자의 생성과정으로부터 시작해 현대 세계 문자들의 양상, 각 문자들의 기원과 그로부터 오는 형태적 차이, 의도적인 문자들 사이의 층위 (대문자와 소문자 등), 지역과 문화권에 따른 문자적 사건들이 포함되어 있다.

2장 ‘색상과 대비’에서는 우리가 색을 인식하는 원리의 발전사, 색채와 심리의 관계, 색상과 문화, 각종 색의 의미, 무의식적인 색의 고정관념 등에 대하여 다루고 있으며, 3장 ‘이미지와 사진’에는 원근법, 문화적 차이, 책임감 있는 이미지, 이미지의 해석에 관여하는 것들, 선전에 사용된 이미지들과 문화의 허락없는 도용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4장 ‘상징과 아이콘’에는 아이소타입, 상징에 담긴 의미, 로고타입, 장애인 상징, 아이콘에 담긴 불평등, 시각문화의 차이 등을 다루고 있으며, 마지막 5장 ‘인포그래픽’에는 식민주의와 지도 제작, 인포그래픽의 조작, 선택 설계 등의 주제가 다뤄진다.

작가가 수집한 대부분의 기록들은 작가의 말처럼 논쟁적이다. 다분한 의도를 담고 있는 이 다양한 이야기들은 ‘디자인 정치학’이라는 책의 제목과 잘 어울린다. 우리는 이 책에 담긴 기록들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특권일 수 있으며,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깊은 고민없이 쓰여지고 무심코 소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의 비판적인 관점이 모두 옳다고 볼 순 없지만 생각해볼 여지는 있다. 우리는 모든 현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위치에 있지만 조금씩 더 바른 시선으로 옮겨갈 수는 있다. 어떤 상징이 불순한 지점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반대의 방향으로 작동할 수도 있는 것과 같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과 현상에 대한 다소 지나치거나 억지스러운 해석도 있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관측한다는 측면에서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작가에 따르면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글을 읽은 수 있으므로 세계 인구의 85%에 해당하는 사람이며, 이 책을 구입한 당신은 하루 소득이 10달러 이상인 세계 인구의 20%안에 드는 사람이고, 소수가 누리는 특권인 고등교육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문장수집]
커뮤니케이션은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불안한 과정이다. 미스커뮤니케이션의 근간에는 우리가 보편적인/객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으니 상대방이 이해하리라는 기대가 깔려있다. 디자인에서 객관성과 보편성을 기대하는 것은 서구사회의 디자인교육에서 가르치는 모더니즘디자인의 원칙이이기도 하다. 이 책의 목표가 바로 이런 기대가 틀렸음을 밝히는 것이다. / 2p
최초의 문자언어는 알파벳(표음문자이자 음소문자)이 아니라 제각각 그림이나 생각을 표상하는 그래픽 심벌을 썼다. 이집트의 상형문자와 같은 표어문자가 모든 글자의 시초다. 사회가 좀 더 복잡해지자 필요한 심벌이 많아졌기 때문에 표어문자는 실용성이 떨어졌다. 문자에는 의미에 말소리와 심벌이 덧붙여졌다. 그림과 문자를 결합해서 심벌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단어들이 만들어질 수 있게 됐다. 문자는 점점 더 표음 방식으로 자리 잡았고, 음절을 표현하는 심벌은 점차 개별적인 말소리인 음소를 표현하게 되었다. / 13p
로마자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문자다. 로마자는 기원전 800년부터 존재한 초기 그리스 문자에서 조정되어 나왔다. / 16p
중국 문자는 전 세계를 통틀어 사용 인구가 가장 많은 언어이고 표어문자다. 표어문자는 각 문자가 음이 아니라 단어를 뜻한다는 점에서 알파벳이나 아브자드와 다르다. / 기본적인 상형문자를 결합해 회의문자라는 새로운 상징을 만들 수도 있다. 예컨대 나무를 뜻하는 문자를 합쳐 숲을 뜻하는 문자를 만드는 식이다. / 21p
지사문자는 뜻을 상징하는 문자다. 예컨대 중국어에서 위와 아래, 그리고 1,2,3에 해당하는 문자가 여기에 속한다. / 22p
한자는 소리와 뜻, 이렇게 두 가지 용도로 쓰일 수 있다. 문자에 어떤 뜻을 담고자 했는지 짐작되도록 표음문자와 상형문자를 하나로 합친 것이 형성문자다. / 22p
디자이너들은 먼자 아랍 문자의 기원이 로마자와 다르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아랍 문자는 캘리그래피에 근간을 두어, 로마시대 대문자 Roman capital 처럼 구조가 건축적이지 않다. / 38p
히틀러는 블랙레터를 좋아하지 않았다. 1933년에 정권을 장악한 나치당은 블랙레터가 독일의 유산이라며 이를 공식 글자체로 지정했다. 뉴 타이포그래피와 바우하우스 디자이너들은 퇴폐주의자로 낙인찍혔고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체포되거나 외국으로 망명했다. 히틀러는 딱히 블랙레터를 좋아하지 않았고 유디트 샬란스키 Judith Schalansky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오히려 푸투라 Futura를 좋아했다. / 46p
북유럽에서는 수세기 동안 블랙레터가 쓰였다. 신문 헤드라인과 맥주 로고를 보면 2차 세계대전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유럽 흘림체 레터링의 유구한 전통이 감지된다. / 49p
두 종류의 알파벳을 쓰면 차별의 단서가 생기고 층위 체계가 만들어진다. 단어와 이름이 대문자로 쓰이는 과정을 보면 극명하게 알 수 있다. 개념 간의 역학 관계, 힘의 위치, 인간관계도 대문자 사용 여부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 식민주의 시대에는 백인 White 이라는 단어가 대문자로 시작되는 하나의 계급이었고 흑인 black은 첫 글자가 소문자였다. 왕, 영주, 대통령, 교황, 황제는 모두 첫 글자가 대문자였던 반면, 농부, 노예, 농노는 소문자로 표기했다. / 55p
1925년에 모더니스트 디자이너들은 대문자의 세계를 없애고 싶어 했다. 바우하우스의 교사 라즐로 모홀리나지 Laszlo Moholy-Nagy 는 대문자가 권력, 권위, 전통과 결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 58p
소문자가 그래픽디자이너들에게 인기를 얻은 것은 효율성과 심미성, 전통 파괴의 측면 때문이었다. / 59p
헬베티카는 1956년에 디자인됐지만 출발점은 1920년대 뉴타이포그래피 운동의 원칙이었다. 19285년 얀 치홀트는 “모든 개인적인 특징에서 자유로운, 우리 세대를 대변하는 글자체”를 언급했다. 모든 글자체 중에서 산셰리프 계열이야말로 “우리 시대와 영적인 코드가 맞는 유일한 글자체”라고 했다. / 60p
조판과 인쇄업계에서는 1500년대부터 Lorem ipsum 로렘입숨 으로 시작되는 더미 텍스트를 쓰고 있다. 기원전 1세기에 키케로가 쓴 라틴어 원문을 유럽어와 비슷해 보이게 제작한 것이다. / 더미 텍스트는 실질적인 내용 없이 디자인을 판단할 때, 고객들이 아무 상관 없는 텍스트를 읽느라 주의 산만해질 일 없이 타이포그래피의 형태와 구조를 체크하고자 할 때 유용하다. 텍스트에 맥락과 구조를 부여해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 타이포그래피의 용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미 텍스트는 확실히 묘한 도구이다. / 65p
광수용체에는 세 종류의 원추세포가 있다. 청색 원추세포는 단파장, 녹색 원추세포는 중파장, 적색 원추세포는 장파장 담당이다. 이 셋이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범주의 색상을 맡고 있다. / 78p
이론상으로 인간의 눈은 750만에서 1000만의 색조를 구분할 수 있다. (guity-novin.bigospot.com:2014) 남성 인구의 8퍼센트, 여성 인구의 0.5퍼센트가 색맹이다. / 78p
산업에서는 CMYK나 RGB와 같은 표색계가 실용적이지만, 서로 다른 색상을 구분하고 색상 카테고리를 만드는 일은 문화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는다. / 메소아메리카의 마야와 잉카에는 남다른 색상 카테고리가 있다. 마야에는 청록색과 초록색 사이의 색상을 부르는 이름이 있어서, 옥과 터키석으로 모자이크 장식된 물건을 지칭하는데 이 단어를 썼다. / 79p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창백한 대리석과 청동 조각사은 수세기 동안 아름다움의 기준이었다. 그런데 서구 조소의 이 미학적 정수는 착각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2000년대에 과학자들이 적외선, 엑스레이, 자외선 스캔을 통해 이 조각상들이 원래는 화사한 컬러로 칠해져 있었음을 증명해냈다. 자세한 내용은 trackingclour.com을 참고하기 바란다. / 81p
색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전반적인 색채론과 맥을 같이한다. 괴테는 [색채론] (1910) 에서 아이작 뉴턴의 논리적인 접근에 반론을 제기하며 색채현상을 강조했다. 괴테와 실러는 색상에 특성을 부여했느데, 빨강은 아름다움, 노랑은 훌륭함, 초록은 유용성, 파랑은 세속성과 연결짓는 식이었다. 1900년대 초반에 등장한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도 보편적인 감정을 색과 연결했고, 바실리 칸딘스키는 바우하우스에서 학생들에게 이 이론을 가르쳤다. / 88p
가장 유명한 색채심리 검사는 1940년대에 막스 뤼셔 Max Luscher가 여러 색상의 카드에 피험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측정한 것이다. 심리학자가 이 검사 결과를 보면 피험자의 성격을 해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피험자가 색상자체에 반응한 건지 색상에 부여된 문화적 의미에 반응한 건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 해석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문화적인 배경과 성장과정, 그리고 개인적인 선호가 색을 해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88p
파란색 약은 우울증 치료제로 쓰일 때, 빨간색 약은 흥분제로 쓰일 때 효과가 배가된다. / 89p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흔여덟 개 언어에, 열한 개의 기본 색상을 지칭하는 단어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한 색상에 부여된 의미는 언어 간에 전혀 다를 수 있다. 색상에 부여된 문화적 의미를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검은 색은 여러 나라에서 애도를 뜻하지만 검은 책표지나 검은 포스타가 항상 죽음을 상징하지는 않는다. 중국에서는 신부가 빨간 옷을 입지만 다른 여러 나라에서는 최근 들어 신부가 흰 옷을 입기 시작했다. 색상에 부여된 문화적 의미는 고정되지 않고, 매 순간 달라진다. / 90p
영화 [스타워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는 금발의 백인 주인공이다. 사악한 상대역인 다스 베이더는 검은 옷을 입는다.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벌어진 일인지 몰라도 검은색과 흰색의 선악 대립 구도는 요즘도 시각언어 도처에 존재한다. 시각커뮤니케이션에서 이런 고정관념에 동의하는 것은 식민주의적인 인종 해석을 반복하는 처사가 된다. / 101p
1950년대, 1960년대, 1970년대에 쓰인 코닥 필름은 피부가 흰 사람들 위주였고, 여러 인종을 담는 데에는 부적합했다. 흑인과 백인을 한 컷에 넣으면 둘 중 한 명은 너무 밝거나 너무 어둡게 찍혔다. 프랑스의 영화감독 장뤼크 고다르는 1977년에 모잠비크에서 촬영 당시 인종차별적인 코닥 필름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 108p
원근법으로 입체감을 만드는 기법은 13세기 이탈리아에서 개발됐다.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이 어떤 이미지를 마주하는 순간, 세상의 중심에 서게끔 된 것이다. 이런 경험은 우주 안에서 인간이 위치를 인식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원근법의 등장으로 만물의 척도가 더는 신이 아니게 되었고, 원근법 등장 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반발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 117p
사회가 점점 다양한 문화로 채워지고 있으니 이제 디자이너들은 독자가 동일한 시각언어와 가치관을 공유한다고 지레짐작해서는 안된다. / 문화를 아우르는 시각커뮤니케이션에서 관건은 시각정보 해석 능력, 즉 이미지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시각정보 해석 능력은 문해력과 마찬가지로 학습을 통해 습득된다. 이 능력은 경험이나 얼마나 많은 이미지를 접했는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문화적 배경일 것이다. 문화마다 이미지를 서로 다르게 읽는다. 시각정보 해석 능력의 차이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오해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문화권에서 벌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동네에 사는 두 이웃 가에 벌어질 수도 있다. / 120p
문화는 당연히 국경을 넘나들지만 동일한 비율로 이동하지는 않는다. 160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는 서유럽 문화가 스스로 우월하다고 선포하며 다른 문화는 발달 초기이거나 발달이 덜 된 것으로 분류했다. 문화는 진화하는 것으로 간주됐고 그 정점에 서유럽 문화가 있었다. / 146p
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츠 Franz Boas는 이와 같은 문화진화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문화는 보다 높은 단계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사람과 생각이 상호작용으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문화라는 렌즈를 통해 다른 문화를 바라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 146p
문화 도용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변방 문화의 요소들이 고유의 맥락 안에서 존중받거나 공표되지 않아서다. 주류 문화에서 이걸 훔치고 재가공하고 팔자 갑자기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 152p
1920년대 초, 빈의 철학자 오토 노이라트 Otto Neurath 는 국제그림글자교육기구 (International System Of Typographic Picture Education, 아이소타입)라는 그림글자를 만들었다. 그림으로 된 상징을 통해 정보를 널리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노이라트는 “누가 봐도 세부가 명확한 그림은 문자의 한계로부터 자유롭다. 그렇기에 국제적이다.”라고 했다. 아이소타입 아이콘을 디자인하는 데 쓰인 기법(디테일을 제외하고 실루엣으로 표현했다.)은 이후 수십 년 동안 아이콘 디자인의 기준으로 군림했다. 아이소타입의 한 가지 원칙이 있다면 단순화한 형태를 사회의 모든 계층이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 157p
평화의 상징은 1958년네 영국의 텍스타일 디자이너 제럴드 홀텀 Gerald Holtman이 영국의 핵군축 운동을 기념해 반들었다. N과 D에 해당하는 (Nuclear Disarmament, 핵폐기) 깃발 신호를 기반으로 디자인했고 절망에 빠진 인간을 형상화하기도 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베트남 반전 운동과 핵무기 폐기 시위를 거치며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심벌로 발전했다. / 159p
동그라미는 태양, 달, 자연의 주기와 계절을 상징하는 데 쓰였다. 네모는 닫힌 공간을 뜻하고, 고대 중국에서는 땅의 바깥쪽 모서리를 의미했다. 화살표는 기원이 수렵과 채집문화다. 어딘가를 겨냥하는 화살은 전 세계적으로 방향의 심벌이 되었다. 십자가는 기독교의 심벌로 채택되기 전에 이집트에서 생명이나 삶을 뜻하는 상형문자로 쓰였다. / 161p
[이해한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안드레아스 프글레상은 이미지 해석이 교육을 통해 습득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단언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그림을 해석하는 교육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날마다 다양한 이미지를 접할 수 밖에 없는 사회에서는 이런 교육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이미지를 접할 기회가 거의 또는 전혀 없는 경우에는 이미지를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 161p
그늘이 춥고 불쾌한 이미지기에 첫 번째 이미지를 보고 추운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오른쪾 표정을 고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그늘이 시원하고 좋은 것이기 때문에 왼쪽을 고를지 모른다. / 174p
지도가 세계를 객관적으로 또는 과학적으로 묘사한다는 발상은 근거 없는 사회 통념이다. 지도는 도표의 특성상 현실을 단순화하며, 제작자와 사용자에게 사회적, 생태학적 책임감이 수반되지 않는 권력을 손에 쥔 듯한 느낌을 부여한다. 일부 지역에 색을 칠하거나 타이포그래피에서 크기를 다르게 하는 것과 같은 사소한 부분들이 정치적으로는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를테면 어떤 도시의 이름을 지도에서 생략하면 그곳이 무관심 지역이라는 뜻이 되고, 반대로 이름과 세부사항, 기타 정보를 추가하면 중요한 지역이라는 방증이 될 수 있다. / 183p
세계를 정확하게 옮겨놓은 지도를 찾는다면 빈켈트리펠이 안전한 선택지다. / 187p
데이터 시각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눈금을 조작하는 것이다. 그래프의 하단을 생략하면 증가나 감소폭을 극적으로 늘릴 수 있다. / 197p
연관이 없는 두 개의 데이터를 나란히 배치하면 인과관계가 있는듯한 착각을 유도할 수 있다. 타일러 비건은 서로 전형 연관이 없는데도 놀라우리만치 비슷한 데이터를 한 세트로 묶어서 그래프를 만든다. 예를 들면 미스 아메리카의 연령과 김, 뜨거운 수증기나 뜨거운 물체로 저지른 살인 건수를 비교하는 식이다. 그의 유머러스한 접근을 보면 그래프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인상을 풍기기가 얼마나 쉬운지 알 수 있다. / 200p
그래프에 입체감을 부여하면 그럴듯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정보 해석에 영향을 주게 된다. 도표를 왜곡하는 한 가지 수법이 정보와 무관하게 원근을 가미하는 것이다. 아래 원 그래프를 보면 둘 다 25퍼센트를 표시했지만 원근감 때문에 오른쪽 그래프의 검은 부분이 더 커 보인다. / 202p
서식디자인의 기본은 권위다. 서식디자인을 할 때는 가독성과 기능성만 신경쓰면 되는게 아니라 알맞은 권위를 풍길 색상, 그래픽 요소, 글자체를 골라야 한다. 서식은 권력 구조를 매우 직접적으로 시각화한다. 서식 디자이너는 선택 설계자가 된다. 선택 설계자는 독자들에게 보일 선택지를 신중하게 선정하고, 독자가 결정에 이르기까지 관여하는 요소들을 정리한다. 사람들은 서식의 권위에 민감하고, 선택 설계는 교묘히 조작되기 쉽다. 훌륭한 선택 설계자는 서식디자인을 통해 좀 더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 / 206p
다크 패턴 / 선택 설계의 세계에서는 사용자의 의지가 배제된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다크패턴이라는 방법이 동원된다. 특히 UX(사용자 경험) 디자인에서 이런 전략이 쓰이는 경우가 많다. / 2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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