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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게 유타카 [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채우지] 책 리뷰

by ianw 2025.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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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게 유타카 _ 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채우지 _ 이지수 옮김 _ 바다출판사 _ 에세이 _ 일본에세이]

 

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채우지 책


작가 마쓰시게 유타카는 고독한 미식가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배우다. 메이지 대학교 문학부 재학 중에 연기를 시작해 1986년 니나가와 유키오 극단에 입단했다. 2012년부터 10년 동안 드라마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의 주연 이노가시라 고로 역을 맡아 현대인의 고독과 해방감을 정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연기해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감독, 각본, 주연을 맡으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형무소 안에서>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크로우즈 제로1,2> <리틀 디제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사랑> <히키타씨! 임신이예요> 등 총 70여 편의 영화와 <허니와 클로버> <심야식당 1,2,3> <중쇄를 찍자!? <오늘의 네코무라 씨> 등 80여 편의 드라마에서 다양한 역할을 연기해 왔다. 2018년부터 2년간 <선데이 마이니치>에 연재한 에세이 <연기하는 자의 헛소리>와 단편소설을 엮어 첫 단행본을 출간하였으며, <당신만의 소를 쫓아가라> <먹는 노트> 등 저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 작가 소개 중에서 /

 

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채우지 책


배우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직업이다. 그래서 배우의 삶을 덤덤히 써 내려간 작가의 글을 읽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음식이 함께 한다. 음식은 생각보다 우리 삶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음식은 분명 행복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래서 행복과 삶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배우와 음식은 잘 어울린다.

 

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채우지 책


어떤 사람은 자기의 의사와 관계없이 특정한 음식을 못 먹도록 설계되어 있는 사람도 있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인데 우유를 마시면 꼭 탈이 난다. 나중에 이 증상이 유당불내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의 글 중에는 자기 전에 우유를 데워서 천천히 음미하는 즐거움에 눈 떴다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는 음식을 잘 음미하고 있는가. 또는 삶을 잘 음미하고 있는가. 

 

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채우지 책


음식을 대하는 방식은 또한 속도와 관련이 있다. 음미라는 말에는 이미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와 음식이라는 대상에 대한 집중과 진지함이 담겨있다. 음미하면 더 잘 즐길 수 있다. 음식도 삶도 마찬가지다.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면 못 보고 못 느끼며 지나가버리는 것들이 많아진다. 이 작가의 연기와 그의 글이 차분한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것은 음식과 삶이라는 연속적인 소재를 잘 전달하는 유리한 요소이다.

 

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채우지 책


음식 외에도 글씨, 화장실, 게임과 같은 다양한 소재들이 함께 등장한다. 소재들은 주인공, 작가의 과거로부터 현재에 걸친 것들이다. 이런 소재들에 대한 작가의 의견을 통해 우리는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더 이 배우에게 다가갈 수 있다. 이를테면 이 배우는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이 담긴 DVD나 블루레이를 일부러 보지 않는다. 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볼 계획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스스로 자신이 무의미한 반성을 하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적이다. 어떤 때는 무뚝뚝해 보이기도 한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거짓말을 하기 싫어하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채우지 책


책의 후반부에는 단편들이 여럿 실려 있다. 에세이와 이런 형식이 이어지는 것은 조금 독특한 구성이다. 배우로서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흥미롭게 읽어나가게 된다. 

 

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채우지 책


뭔가 문학적이면서 뜻깊은, 마음에 남을 법한 문장이나 내용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솔직하고 가끔은 실소를 짓게 하는, 적당히 건조하면서도 아주 작은 재미 정도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배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더. 나는 최근 개봉한 이 배우의 영화도 보고 싶어 졌다. 

 

 

 


[문장수집]


돈가스를 베어 무는 상상을 해본다. 먼저 관능을 자극하는 건 돼지기름이다. 맛국물은 달착지근해야 한다. 감칠맛 나는 부드러운 간장, 육즙을 흠뻑 빨아들인 튀김옷, 그 속에 들어있는 고기. 그리고 밥, 밥, 밥. 싹싹 그러모아 우적, 우적. / 13p


대사 대신 카레로 꽉 들어찬 내 머릿곡은 이미 모든 고유 명사가 어딘가 날아가 버리고 없단 말이야. / 19p


그로부터 몇 년 뒤, <양들의 침묵>이라는 영화 속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앞으로 선풍을 일으키게 될 그 시절의 ‘앤서니 아무개’가 있었다. / 26p


사춘기 이후 이보다 더 크면 곤란하다며 우유를 끊었던 나지만, 최근 우유를 데워서 자기 전에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는 즐거움에 눈 떴다. 이보다 더 줄어들지는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 30p


컬링 드라이어, 컬 브러시, 비밀의 이발료, 이 2종 신기를 촬영장에 항상 가지고 다니며 로케 현장의 환경, 앞으로의 날씨, 바람은 부는가, 땀을 흘리는가 등등 모든 상황을 감안해 맡은 역할에 어울리는 머리로 세팅한다. 그 고생 탓에 흰머리도 늘어간다. 돌이켜 보면 이런 곤란한 머리카락으로 잘도 몇십 년이나 배우를 해왔다. / 33p


아무리 집의 거실을 잘 꾸며서 보여줘도 손님을 화장실에서 환멸시키기란 쉬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틈만 나면 화장실 청소 귀신이 된다. / 40p


처음에는 드라마가 유명하지 않아서 거절당했지만 요즘은 방송 뒤의 혼란이 우려되어 거절당한다. 지금이야 아시아 각국에서 가이드북을 손에 들고 몰려올 정도이니, 나도 한 번 더 먹고 싶은 식당은 방송 전에 몰래 재방문하는 수밖에 없다. / 49p


입는 것, 신는 것, 몸에 걸치는 여러 가지 것들을 빌리는 데서 시작하는 이 직업. 상황에 따라서는 거지 분장을 하고 온종일 지내는 경우도 있다. 그런 물건이 몸에 닿으면 내 피부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인지 호텔 욕조에서 격렬하게 긁게 된다. / 63p


영화 촬영 현장에서도 필름이 돌아가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롤링, 액션”하는 구령에 맞춰 연기를 시작하긴 하지만, 기록 매체는 회전roll 따윈 안 한다. / 솔직히 말해, 컷 하나가 짊어지는 무게감이 사라졌다고나 할까. / 66p


그 뒤 사누키 우동의 전무후무한 쫄깃쫄깃 유행을 거쳐, 이제는 하카나 부들부들 우동의 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하카타 우동은 부드러워서 입술로도 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탄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 69p


영화보다 게임의  변화가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며, 젊은 시절 언젠가는 <스타워즈> 제작진에게서 출연 제안을 받지 않으려나 상상했던 중년의 남성은 그 시리즈의 마지막까지 연락이 오지 않아 눈앞의 가상 세계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한다. / 70p


이런 분위기 깨는 발언에 실망하시더라도 어쩔 수 없지만, 무의미한 반성은 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과거의 작품은 일절 보지 않는다. / 75p


비하인드 영상 말인데, 그런 무대 뒷모습 같은 건 관객에게 보여줘서는 안 됩니다요. / 요즘은 그걸 담기 위한 메이킹 카메라 때문에 촬영 대기 시간에도 마음 편히 쉴 수가 없다. / 그럴 때는 방송 금지 용어와 업게 폭로담을 큰 소리로 연발해 영상을 못 쓰게 만든다. 그로써 스테프들은 물러나지만, ‘정말이지 미움받는 할배가되었구나’하며 자기혐오에 빠지고 말았다. / 76p


그대가 꼭 친구라고 할 수 없고 사진도 언제나 찍히는 쪽이라고 할 수 없다. / 77p


벤치에서 일어나 가볍게 옷 주름을 펴고 자세를 잡는다. 지극히 자연스럽게 피사체의 자세를 취하자 나에게 스마트폰을 건낸다.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분수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나는 찍는 쪽이었다. 순간적으로 혼동해서 다른 버튼을 눌러버린 탓에 스마트폰이 멈췄다. 쓴웃음을 지으며 남자에게 달려가 조작 방법을 다시 알려 달라고 청한다. 자의식에서 솟아난 겨드랑이 땀이 셔츠를 타고 흐른다. / 77p


나타난 것은 텅 빈 그릇. 이미 국물의 흔적은 없다. 이건 뭐냐는 질문에 순간적으로 “앞접시입니다”라고 대답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오되게 얻어맞는다. / 82p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모닥불을 둘러싸고 인생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주마. / 86p


젊은 상대역 배우가 두세 번 거듭해서 위로했다. “진짜 괜찮습니다. 젇 잘 그러거든요.” “닥쳐, 너랑 같은 취급하지 마. 대여섯 번째에 조감독이 물을 가져왔다. “바깥 공기 좀 쐬고 오실래요?” 너 이 자식, 반쯤 웃으면서 말하지 마. / 94p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것을 기회 삼아 불상의 거의 정면에 앉았다. 딱히 뭘 하지 않는 채로 그저 시간만 흘러간다. 무슨 말을 한 것 같기도 하과, 무슨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 98p


“그 텅 빈 안쪽에 여러 가지가 들어가게끔 되어 있어서, 형씨 같은 사람의 푸념도 잔뜩 넣을 수 있다우. “ “아아.” “그래도 말이지, 다른 사람이 오면 다시 텅 비거든. 또 얼마든지 들어가는 거라우. 참말로 신통허지요. 어떤 사람 말로는 우주 같다더만. 교토를 벗어나 본 적도 없는 나는 우주라 혀도 잘 모르겄지만.” “우주, 인가요.” /101p  


도로에 짓눌린 나를 향해 괴한들은 입을 모아 “이제 끝났어요”라고 말한다. 뭐가 끝이야, 끝낸 건 너희들이잖아. / 날뛰는 바람에 떨어진 번호표가 손에 쥐어져 있었다. 천천히 살펴보자 거기에는 숫자가 아니라 ‘P’ ‘A’ ‘C’ ‘E’ 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 “페이스메이커, ……인가.” 힘없는 목소리가 한숨과 함께 새어 나왔다. / 126p


모쪼록 용서해 주세요. 책값은 못 돌려드리지만 악의는 없습니다. / 1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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