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_ 런치의 시간 _ 이소담 옮김 _ 북포레스트 _ 에세이 _ 일본 에세이 _ 일본 만화]
작가는 1969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이다. 진솔함과 담백한 위트로 진한 감동을 준 만화<수짱 시리즈>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으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후에도 가족 만화와 여행 및 일상 에세이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폭넓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 내용은 책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에서 가져온 것이다. 여러 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나는 이 작가를 아주 좋아한다.
런치의 시간은 작가가 잡지 <소설 현대>에 연재한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연재기간 중에는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휩쓸렸던 시간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 어려웠던 시간에도 점심시간은 작가와 함께 했고 작가와 우리를 지켜왔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책과는 달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마치 책을 거꾸로 읽어가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이런 경험은 분명 익숙해지고 무뎌진 감각을 다시 새롭게 대할 수 있게 해준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다른 것이 된다. 아마 점심이라는, 식사라는 것도 그럴 것이다. 어떤 것이든 의미가 담기면 나에게 특별한 것이 된다.
마스다 미리의 작품을 읽다 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다. 이야기의 주제가 특별하지 않고 조금은 가벼워도 뭔가를 새롭게 느끼기엔 충분하다. 큰 사건 없이 일상이 유지되는 영화도 있는 것과 같이.
사실 나는 큰 사건이 없이 일상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모습만 나와도 왠지 안심이 되곤 한다. 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어려운 책과 어려운 책의 사이에서 쉬게 해주고, 다음 책을 읽을 힘을 축적해주는 것 같다. 마치 휴식과도 같이.
그러고 보면 나는 뭔가를 먹거나, 뭔가를 감상하러 간 자리에서 휴식과 같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본 적이 별로 없다. 작가가 런치를 즐기러 들른 공간 중에서는 미술관도 있는데, 작가는 원래도 미술관에 도착하면 차부터 마시고 싶은 쪽이라고 한다. 조만간 미술관에 가게 되면 차부터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에 전시를 일부러 아주 느린 속도로 봐야지.
언젠가도 이 작가에 대해 그렇게 쓴 기억이 있다.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부러운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 부럽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더구나 이 작가는 내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게 만든다.
[문장수집]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는 건 자그마한 행복 같지만 아주아주 자그만 것은 아이다. 오히려 아주아주 큰 행복이지 않을까? / 5p
나폴리탄은 나폴리에 없는 요리라고 들은 적 있어요. / 14p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나폴리탄. / 뭐가 들어갔는지 기억 못 하지만, / 무엇이 담겨 있었는지는 기억합니다. / 15p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 24p
할머니의 부업 덕분에 1엔보다 작은 돈의 존재를 알았던 그날 / 17p
스테이 홈인 나날, 원래부터 집이 곧 직장이어서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것은 익숙합니다. / 18p
아무튼, / 사람의 선의를 표현하기 어려운 세상이라고 실감하며 / 규메시를 먹었습니다. / 33p
모스버거가 있으면, 전 세계 사람을 초대할 수 있겠어. / 35p
그건 마치 / 인간의 마음 같아요. / 밖에선 보이지 않는 가슴 안 / 타인의 가슴속이 보인다면 / 상처받는 일이 줄어들까요? / 아니면 훨씬 더 늘어날까요. / 44p
나아가 시간의 흐름이나 / 인생을 생각합니다… / 48p
타인과 접촉하지 못하고 안으로 파고드는 나날. / 즐거운 일도 줄어들었지만 / 번거로운 교제 관계나 / 귀찮은 모임도 없다. / 52p
폭우도 강풍도 없다. / 그래도 / 새로운 별을 발견하지 못한다. / 53p
급식 당번 날에 그 치즈가 나오면 / 당첨인 치즈를 슬쩍 좋아하는 아이에게 줬어요. / 55p
당시 저는 급식을 그리워할 미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 꿈에도 물랐답니다. / 57p
기름도 소금도 자제한 직접 만든 볶음밥으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아드레날린이 / 몸 안을 맴돌았습니다. / 64p
아무래도 안 좋은 일에 휘둘리는 것에 또 화가 났습니다. / 68p
불분명하게 쌓여가는 매일의 응어리. / 그런 맺힌 것에 기름을 조금 부어 연소시키고 싶어져요. / 그게 ‘매운 음식’의 역할일지도 모릅니다. / 69p
아마 한 장 더 먹어버릴 제 미래가 눈에 보였습니다. / 73p
긴 세월이 지나자 감사해야 할 일이 보여요. / 그건 / 어른이 된 것의 풍미 아닐까요. / 87p
어느새 남은 인생이 더 짧아져서 / 아마도 멕시코는 가지 못하겠죠. / 102p
부엌 탐험으로 만나고 싶은 것은 가정의 행복한 미소를 만들어내는 아무것도 아닌 요리. / 104p
전 세계의 이름 없는 가정 요리를 / 저마다 자기 집에서 먹을 수 있는 / 그런 세계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 107p
그 런치는 전날 밤부터 시작했습니다. / 108p
사람이 없는 3교시 쉬는 시간의 학생 식당 / 거기에서 먹은 빵은 청춘의 맛이라고 할 수 있겠죠. / 113p
게다가 이 죄책감. / 114p
수박 샌드위치가 과일 샌드위치의 종착역인지도 모릅니다. / 119p
먹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 / 123p
‘집과 정원’은 의류브랜드 ‘미나 페르호넨’에서 운영합니다. / 135p
메인, 디저트, 커피까지 달리고 / 주변 사람들을 둘러봤는데 / 지금 이곳에는 / 고민이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 실제로는 저마다 고민을 떠안고 있더라도 / 한 장의 사진처럼 아름다웠습니다. / 141p
원래도 미술관에 도착하면 차부터 마시고 싶은 쪽이에요. / 144p
나왔습니다. 샤오룽바오! / 먼저 숫가락에 살포시 얹기. / 만두피를 찢어 육즙이 나오게 하기. / 숟가락 안의 작은 우주. / 양념에 먼저 찍어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 147p
혼잡한 시간을 피해 조금 늦은 런치. / 먹고 싶은 것을 먹는 행복은 / 자그마한 행복 같지만 / 아주아주 자그마한 것은 아니고 / 아주아주 큰 행복이지 않을까. / 149p
닫혔던 기억의 상자가 희미하게 열리는 순간이 있었는데, / 그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는 절대 열리지 않는 상자였던 것이 분명해요. / 154p
미래의 햄버거도 처음 한 입은 분명히 두근거리겠죠. / 161p
‘행복’이 고체가 됐어! / 169p
내일 런치로 뭘 먹을까. / 1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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