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터 람스 _ 최소한 그러나 더 나은 _ 위즈덤하우스 _ 예술 _ 대중문화 _ 디자인]
설명이 필요 없는 디자이너,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애플 최고 디자인 책임자였던 조너선 아이브가 존경하는 디자이너로도 유명한 디터 람스의 책이다. 디터 람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브라운이라는 기업을 빼고 이야기하긴 힘들다. 그만큼 서로 큰 영향을 주고 받았고 오래 머무른 곳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기업, 디터 람스가 몸담았던 브라운의 주요 제품 디자인이 발전한 과정을 풍성한 사진과 그의 글을 통해 보여준다.
디자인계에서 전설적인 기업의 역사를 더듬으면서, 그 기업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인 디터 람스 개인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되는 것은 덤으로 얻게 되는 재미다. 디터람스의 태도와 관심사는 목가구 장인이셨던 할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원래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건축사무소에서도 일했었다. 또한 그는 브라운이라는 기업을 전혀 몰랐음에도 동료와의 내기로 지원서를 내고 우연히 브라운사에 몸담게 되었었다.
디자인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결코 디자이너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현에 필요한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회사 경영진의 통찰과 태도이다. 디터 람스는 꽤 좋은 태도를 가진 경영진과 운 좋게 만날 수 있었던 듯 하다. 좋은 팀웍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브라운의 제품들은 주로 외형적인 아름다움으로 설명되지만, 이 책에 소개되는 프로젝트 중에는 기능적으로도 시대적으로도 획기적인 것들이 있다. 디자인의 진정한 힘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다.
1950년대의 디자인임에도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어 보인다. 오늘날에도 충분히 통할 것 같은 모습이다. 바른 원칙에 의해 고도로 정제된 디자인은 시대의 흐름을 이겨낸다. 수많은 브라운 가전이 전체 디자인에 별다른 변화 없이 수십 년간 생산 및 판매되고 있다. (31p 참고) 그들의 원칙이 바로 책의 제목이다. ‘최소한 그러나 더 나은’
이 책은 디터 람스, 미니멀리즘 디자인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선물이 되어줄 것 같다. 디터 람스는 우리가 다시 순수함으로, 단순함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현재, 이 사회에서 노인은 물론 젊은이도 쓰기 힘든 키오스크를 만들곤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디터 람스의 강의는 분명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그를 인도할 것이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좋은 원칙은 항상 유효하며 우리가 조금 더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된다.
[문장수집]
디자인이란 모든 문화와 사회적 상황을 실체화하는 거울이다. 그런 만큼 디자인 담론 패러다임은 항상 변화하기 마련이며, 그렇기에 포스트모더니즘 이래로도 계속 변해왔다. 확장된 세계화 시대이니 오늘날, 제품의 유용성과 내구성의 역할은 예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 한편으로는 세상의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의 수가 끊임없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내게 디자인은 사치품을 사도록 자극하는 술책이 아니라 복잡하고 어수선하면서도 매혹적이며 개방된 세상에서 지향점과 태도를 담은 체계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 핵심은 이 세상을 모든 사람이 살아갈 가치가 있는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가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있다. 2013년 12월, 명예교수 겸 명예박사 디터 람스 / 5p
이 원칙들은 방향 설정과 이해를 돕는 도구로서 세월의 시험을 이겨냈다. 하지만 이는 절대적 법칙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문화와 기술이 점점 발전함에 따라 좋은 디자인을 구성하는 개념 또한 계속해서 진화하기 때문이다. / 6p
하지만 미적 특성에 관해 논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사람마다 같은 단어를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에 시각적인 무언가를 말로 논의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둘째, 미적 특성은 미묘한 차이와 정확한 색조, 엄청나게 다양한 시각적 요소가 이루는 조화와 섬세한 평형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경험으로 훈련된 높은 안목이 필요하다. / 6p
리처드 모스의 글에 이어 나는 브라운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 네 번째 ‘원칙’, 즉 지속성을 덧붙이고 싶다. 필수적 기능 측면에 집중하고, 질서와 조화에 신경을 쓰고, 부수적이고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면 극도로 간결한 제품 디자인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이런 디자인은 모든 유행을 넘어 존재하며 본질을 돋보이게 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브라운 가전이 전체 디자인에 별다른 변화 없이 수십 년간 생산 및 판매되는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 / 31p
이렇게 오랫동안 색상 사용을 자제했던 것은 브라운의 핵심 디자인 철학 중 하나, 즉 오랜 기간에 걸쳐 자주 사용되는 가전은 최대한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결과였다. 가전은 뒷전으로 물러서서 주변 환경에 조화롭게 녹아 들어야 한다. 강렬한 색상 악센트는 거슬리거나 신경 쓰일 수 있지만, 제품에 색상을 거의 쓰지 않으면 사용자는 자기 취향에 맞게 환경을 디자인할 수 있고, 나중에 원하는 대로 변화를 주기도 더 쉬워진다. / 62p
그 당시, 아니 지금까지도 내가 스스로 디자인한 가구시스템에 담긴 가치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무엇일까? / 그건 바로 단순함과 절제가 아닐까 한다. 시스템 책장에 책을 가득 꽂으면 책장 자체는 거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나는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이다.”라는 다소 모순적인 문장으로 표현했던 마음가짐을 토대로 모든 가구를 디자인했다. 이 절제된 디자인의 목표는 나, 그리고 생각이 비슷했던 동료 디자이너들이 양산한다고 비난 받았던 몰 개성한 황량함이 절대 아니다. 우리 목표는 ‘물건’의 지배에서 벗어난 자유다. / 134p
이런 공간 구성은 내 디자인의 근본 취지인 단순함, 본질, 개방성을 잘 드러낸다. 물건들은 존재감을 뽐내거나 무대를 독차지하거나 뭔가를 제한하지 않고, 뒤로 가만히 물러난다. / 143p
내게 작업이란 일반적 의미에서의 디자인이라기보다는 생각에 잠기기와 책 읽기, 말하기에 가깝다. 디자인이란 무엇보다도 생각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 145p
바깥에서 우리 세상을 관찰하며 우리가 세상에 해놓은 짓을 보는 누군가가 있다면 틀림없이 인류와 삶에 대해 이와 똑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 겁니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지?” / 150p
디자인을 삶의 모든 영역에 일관성 있게 적용하려면 공공 영역 전체에도 같은 수준의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삶의 질 향상, 디자인을 통해 이로움을 얻는 생활은 우리 사회 각계 각층에서 디자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가능해집니다. / 1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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