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릴 지브란 _ 예언자 _ 오동성 옮김 _ 정일모 그림 _ 나마스테 _ 에세이]
정돈되지 않은 기분이 드는 날의 연속이었다. 급하게 차분해지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스스로를 더 성급하게 만들어 해야 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하는 일들은 왠지 모르게 마음에서 떠나있어서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이런 현상의 이유는 아마도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던 목표들은 흐려지고 미래는 더 불투명하게 느껴졌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책을 보는 것, 또는 글을 쓰는 것이다. 항상 우리에게 여행을 부추기는, 독서를 선택해 본다. 운이 좋게도 명상하기에 좋은 책을 만났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들이 더 눈에 띄는 것처럼 책을 읽다 보면 내가 고민하고 원하는 것에 가까운 문장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그 문장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믿고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라는 이야기들이다. 문장들은 지금의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게 하고, 어서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라고 말한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거나 환경이 변할 때 쯤이면 나는 항상 마음의 몸살을 앓았다. 이는 원래도 소심했던 성격에다 그동안의 실패와 그로 인한 외상들이 범벅되어 만들어진 더 소심한 성격때문인데, 이 마음의 몸살은 빨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과 함께, 지금이 다른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도 하곤 했다.
다행히도 책은 감정에 불을 지피기도 하고 너무 뜨겁다 싶으면 물을 부어주어 식히기도 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다. 책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적당한 온도를 유지시켜 알이 부화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준다. 특히 예언자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면서도 그 동안 무뎌져 있던 감정의 선을 다시 다듬어준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예언자는 제목처럼 예언자가 사람들에게 삶을 이루는 다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문장이 아름답고 시적인 표현들이 많아서 중간중간 머무르고 생각들을 곱씹어보기에 좋다.
옮긴 이는 20대에 처음 이 책을 만나고, 5년이 지나서 또 한 번, 그리고 20년 후에 총 3번의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삶의 연결성을, 새롭게 느끼는 감정과 묵어있던 것의 부활과, 설레임을 느꼈다고 한다. 사람과의 만남처럼 책과의 만남도 운명적이다. 그리고 한 번의 만남에 그치지 않고 그 다음으로 연결되는데, 이런 현상들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오랜만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연결된다.
뻔한 이야기지만 매일 들어도 좋은 생각들과 말이 있다. 좋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것만 하기에도 시간은 모자란다. 조금 더 힘을 내 봐야겠다. 책은 우리에게 여행을 부추긴다.
[문장수집]
나는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 나의 열망은 돛을 한껏 펼치고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그대들의 아이들은 그대들의 아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그대들을 통해 왔지만 그대들로부터 온 것은 아니니 그들은 그대들과 함께 있지만 그대들에게 속한 것은 아니다.
그대들은 아이들과 같아지려고 애쓸 수는 있으나 그들을 그대들과 같이 만들려 하지 말라.
짐승을 죽일 때 마음을 다하여 이렇게 말하라. “그대를 죽인 것과 같은 힘으로 나도 죽임을 당할 것이고 나 또한 먹히리니, 그대를 내 손으로 오게 한 운명이 나 또한 더 힘 있는 손으로 인도하리라. 그대의 피나 나의 피는 하늘의 나무들을 자라게 하는 수액일 뿐이라.”
삶은 진실로 열정이 없을 때에 어둡고 모든 열정은 깨달음이 없을 때에 맹목적이며 모든 깨달음은 일이 없을 때에 쓸 데가 없고 모든 일들은 사랑이 없을 때에 텅 빈 것이라. 그리고 그대들이 사랑으로 일할 때, 그대들은 스스로를 만나고 또 다른 이들과 연결되고 결국에는 신에게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사랑으로 일하는 것은 그대들이 만든 모든 것에 그대들만의 영혼의 숨결을 불어넣는 것이니.
바람은 큰 참나무라 해서 작고 가는 풀잎에게 보다 더 달콤하게 속삭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만일 그대들이 포도를 투덜거리며 짠다면 그대들의 불평은 포도주에 독으로 스며들 것이다.
그대들의 기쁨은 가면을 벗은 슬픔이니 그대들이 웃음이 올라오는 바로 그 우물에 때로는 그대들의 눈물이 가득 찼었다.
그대들은 옷을 덜 입고 맨살을 더 드러내어 햇볕과 바람을 만나야 하리니, 삶의 숨결은 햇살 안에 있고 삶의 손길은 바람 속에 있기 때문이다.
떠나지 못하고 남은 빛은 또 새로 오는 빛의 그림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대들이 공허한 시간을 때우려고 친구를 찾는다면 무엇이 친구를 위한 것인가? 언제나 차고 넘치는 활기찬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친구를 찾으라.
받는 것이 뿌리의 일이듯이 나누는 것은 열매의 일이기 때문이다.
아니다. 아름다움은 강하고 두려운 것이어서 마치 사나운 비바람처럼 우리 발아래 대지와 머리 위 하늘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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