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 앨봄 _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 _ 공경희 옮김 _ 살림 _ 소설 _ 영미소설]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글에서 빠뜨리지 않은 내용이 있다. 일부러 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연결에 대한, 그 신기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나누면 우리는 서로 연결된다. 하나의 주제는 또 다른 주제로 이어지고 연결된다. 같은 공간에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쌓일 수록 우리는 더 촘촘히 연결된다.
에디는 놀이공원 ‘루비가든’의 늙은 정비사이다. 에디는 놀이공원과 함께 늙어왔다. 어느날 에디는 망가진 놀이기구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다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그 뒤의 사후세계에서 다섯 명의 사람을 만난다. 그들은 모두 에디의 인생에서 무엇인가로 연결되어 있던 사람들이다. 에디는 다섯 번의 만남을 통해 지난 삶을 돌아보며 인생의 의미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나는 가끔 기회가 있을 때면 예전에 살던 골목을 둘러보곤 한다. 우리 가족이 살던 집도, 강아지도,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살았던 옆집도 이제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렇게 환경은 변했지만 그 골목에 있으면 예전의 감정이 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마치 에디의 천국처럼 내 머리속에서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터와 동네에 있던 놀이터와 길들이 재생된다. 그럴 때면 이내 가슴이 따듯해지는데, 사람의 기억이란 참 신기해서 지난 일들을 꽤 아름답게 채색해주곤 한다.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이 천국의 많은 색들과 만나는 것도 재미있다. 묘사도 구체적이고 이야기 속의 상황과 주인공의 감정과도 잘 어울린다.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이런 표현을 할 수 없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작가들은 아마 머리 속에 그린 그림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가려고 하는 방향은 같은 것이 아닐까.
김영하 작가는 그의 산문집 ‘읽다’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책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개개의 책은 다른 책이 가진 여러 힘의 작용 속에서 탄생하고 그 후로는 다른 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나는 이 말을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존재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먼저 이 길을 지나간 사람에게는 존경을, 지금을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고마움을, 그리고 앞으로 길을 이어갈 사람들에게는 축복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세상에 사소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싶진 않다. 그런 이야기들은 너무 자주 한 것 같아서 오히려 가볍게 느껴진다. 다만 사소한 것들이 사소하지 않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면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 다시 이 책을 펼쳐봐야겠다. 아마도 자주, 여러 번 그런 과정을 거듭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따듯한 책을 만났다. 마음이 차분하게 정돈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가볍게 쉬어가는 느낌이라 더 좋았다. 책을 읽는 내내 이 내용이 영화화 된다면, 감독만 잘 만난다면 참 예쁜 영화가 되겠다 싶었다. 검색해 보니 이미 2004년에 영화가 나와있었다.
[문장수집]
모든 마지막은 시작이기도 하다.
타인이란 아직 미처 만나지 못한 가족일 뿐이라네.
낭비된 인생이란 없네. 우리가 낭비하는 시간이란 외롭다고 생각하며 보내는 시간뿐이지.
난 자네를 쐈네. 그리고 자네는 뭔가 잃었지만, 또 뭔가를 얻었지.
어린 시절에는 어떤 아이든 깨끗한 유리 같아서 보살피는 사람의 손자국을 흡수하게 마련이다.
분노를 품고 있는 것은 독이에요. 그것은 안에서 당신을 잡아먹지요.
조는 10년 전 심장마비로 죽었는데, 전날 플로리다에 있는 콘도미니엄을 구입했다.
에디는 살면서 오랫동안 신을 피해 살았고, 나머지 시간은 신이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지냈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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