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구만 스튜디오 _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_ 더퀘스트 _ 만화 _ 에세이 _ 한국에세이]
조구만 스튜디오는 조디와 벤이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하고, 무언가를 만드는 곳이다. 조디는 오늘도 깊은 곳으로 간다. 들판, 숲속, 강, 어떨 때는 광산까지 매일이 삽질이다. 이 과정이 결코 쉽진 않지만 또 마냥 힘들지만은 않다. 벤은 조디가 가져온 것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이런저런 계획을 짜며, 나아갈 방향을 정한다. 이렇게 조구만 스튜디오는 자알 굴러간다고 한다. / 작가 소개 중에서 /
주인공 공룡 브라키오는 그림을 그리고, 밤을 자주 새고, 생각이 많은 초식공룡이다. 그냥 놀고 먹고 싶지만 아쉽게도 초능력이 없어서 그러지 못한다. 그래도 일도 열심히 하고 쓸데없는 짓도 하면서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 마치 우리처럼.
어린아이가 고사리손으로 힘을 주어 그린 듯한 비뚤어진 선이 편안하다. 요즘에는 책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이런 선으로 그린 그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아마도 그건 사람들이 이제서야 완벽하지 않은 것들이 가진 평온함을 알아차리기 시작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는지, 일상의 사물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달라진다. 브라키오는 평범한 우리처럼 고민하고 사유하며 나름의 삶을 해쳐나간다. 비록 공룡이지만 그 모습이 우리와 너무나 닮아 있어서 정감이 간다.
작가는 바로 브라키오 그 자신인 것 같다. 작가는 브라키오의 입을 빌려 자기의 일상을, 창피했던 것을, 미안했던 것을, 자기가 생각하는 장점과 단점을, 수많은 실수들을 지나 자신이 자신감을 찾게 된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렇게 무해한 콘텐츠들을 좋아한다. 귀여운 것들은 당연히 힘이 세고, 무해한 것들 역시 생각보다 강하다. 이런 내용으로 채워진 책들(특히 만화)은 좀 더 길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어쩔 수 없이 길을 잃고, 상처받고, 넘어지고 또 다시 일어선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아쉽게도 초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가고 있다고, 너의 존재는 소중한 것이라고 브라키오는 말한다. 생각이 많은 초식공룡의 말이 위로가 된다.
[문장수집]
나는 나를 둘러싼 이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곳에서 작은 조각들을 모아 왔더라고요. 그리고 그 작은 조각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일상의 조각들을 그림과 글로 엮었습니다. / 9p
빗방울이 바다 표면에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 / 그럴 때면 나는 튀겨지는 것만 같아. / 아주 노릇노릇하고 바삭바삭하게 튀겨진 새우튀김이 되는 느낌이야. 이왕이면 가장 맛있는 새우튀김이 되고 싶다. / 카레 위에 얹혀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 23p
마음을 정리하기는 너무나 여러운 일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하는 것이다. / 28p
아침에 나는 아주 달큰하면서도 뭉글뭉글한 단호박 스프와 식빵을 먹게 될 거다. 그때의 기분을 기대하며 잠이 든다. / 43p
나는 빨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공룡이 되어버린 건가? /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 빨래도 누군가의 전문 분야다. / 48p
유난히 외로운 날이 있다. / 57p
거문고의 줄은 너무 팽팽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아야 고운 소리가 난다. 수행도 너무 강하면 들뜨게 되고, 너무 약하면 게을러진단다. 수행을 알맞게 해야 몸과 마음이 어울려 좋은 결과를 얻는거야. / 64p
어느 주말 낮, 디플로가 결혼식에 갔다가 기습적으로 집에 왔다. 식장에서 꽃을 나눠줬는데 예뻐서 나에게 주고 싶었다고 했다. 나는 꽃다발을 든 이플로에게 ‘왜 세상 사람들은 내 시간을 존중해주지 않냐’며 연극을 하는 것마냥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 76p
하지만 이내 깨닫게 되었다.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었지만, 특별히 못하는 것도 없었다. / 자신 있는 것을 찾았다. / 나는 / 뭐든지 잘할 자신은 없지만 아주 못하지 않을 자신은 있다. / 82p
우리는 종종 어떤 사람의 빛나는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멋있는 순간의 그 사람을 인식하며 내 인생에 들이게 된다.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이 내 인생에 들어올 때는 안 좋은 부분(혹은 내가 싫어하는 부분)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 그 사람의 완벽한 모습만을 가질 수는 없다. / 85p
‘누군가를 어떻게 저런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졌다. / 110p
그렇게 만나 노는 게 재밌어서 지금도 같이 논다. 앞으로도 같이 오는 게 재미없을 때까지 오래오래 같이 놀고 싶다. / 120p
또 늦잠을 잘 수도 없다. 개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많지 않아 시중을 들어야만 하는 운명이 된다. 산책을 하다 똥을 싸면 예쁜 조약돌이라도 되는양 주워야 하고, 집에 돌아가면 어르고 달래서 발을 닦아줘야 한다. / 143p
이 모든 불편과 귀찮음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개와 함께 산다. 우리가 서로 주고받는 사랑의 크기는 귀찮음과 슬픔을 뛰어넘고 있으니까. 너의 우주와 나의 우주가 이렇게 연결이 됐으니까. / 143p
너는 아름답고 소중한, 온 세상의 다이아몬드를 다 가지고도 살 수 없을 만큼 값진 존재야. 삶이 언제나 탄탄대로일 수는 없으니 가던 길을 조금씩 수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대로 값진 인생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환경과 조건이 어떠하든지 여전히 숨 쉬고 살고 있다면 이 세상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믿어도 좋아.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가치를 깨닫는거야. / 150p
수백 번, 어쩌면 천 번도 넘게 함께 밥을 먹었는데 말을 하고서야 서로가 이해가 됐다. 그 다음부터 둘은 평화로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 디플로는 브라키오의 마음을 생각해 브라키오의 한 입을 계획하고 식사를 했다. 브라키오는 디플로가 먹을 서너 입 정도의 밥을 접시 한 켠에 미리 덜어뒀다. 서로의 음식을 바꿔 먹었고 맛이 어떤지 이야기했다. 조금씩 서로가 변해갔다. / 159p
초역세권인 그런 한옥에 살고 싶다. / 틈만 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파티를 열어 /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 즐겁기만 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의 담벼락 안에서 / 186p
오리백조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 아무 것도 되지 않아도 된다. / 우리는 모두 오리백조다. / 192p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별의 잔해입니다. / 나는 별이 죽고 폭발하면서 흩뿌려진 별가루로 만들어진 존재였다. / 내 몸은 하나의 우주다. / 우리 모두 각각의 우주다. / 235p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책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책 추천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만화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에세이 한국에세이
#만화 추천 #에세이 한국에세이 추천 #요즘 읽을 만한 만화 #요즘 읽을 만한 에세이 한국에세이 #조구만스튜디오 #브라키오 도시공룡 일상탐험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동이즘 이동우 [스토리텔링 우동이즘의 잘 팔리는 웹툰 웹소설 이야기] 책 리뷰 (10) | 2025.05.02 |
---|---|
스티븐 웨스트랜드 [하루 한 장 컬러의 법칙] 책 리뷰 (6) | 2025.04.30 |
정혜윤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책 리뷰 (2) | 2025.04.25 |
도널드 노먼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 책 리뷰 (4) | 2025.04.23 |
이가라시 다이스케 [리틀 포레스트] 책 리뷰 (4) | 2025.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