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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노먼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 책 리뷰

by ianw 202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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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노먼 _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 _ 김보미 옮김 _ 유엑스리뷰 _ 디자인 _ 예술 대중문화 _ 디자인 이론]

 

 


도널드 노먼은 사람과 기술의 상호작용에서 특별한 즐거움을 느낀다. UX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으며 <비즈니스 위크>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실제로 전 세계 거의 모든 UX 디자인 교육기관과 디자인 전문회사들이 그의 이론을 배우거나 따르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와 노스웨스턴 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미국 예술과학 아카데미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펠로우이자 미국 국립공학아카데미 회원이다.  대표 저서로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 심리학> 등이 있다. / 작가 소개 중에서 /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 책


서문에서부터 기존의 도널드 노먼의 책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왠지 모르게 빅터 파파넥이 느껴지는 문장들이 이어지고 이어서 곧 등장한다. 파파넥은 <인간을 위한 디자인>에서 “산업디자인보다 더 해로운 직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현실 세계, 즉 서구 국가들의 화려하고 값비싸며 자원 낭비적인 디자인이 아닌 자원이 거의 없는 곳을 위한 디자인을 지지했다. 도널드 노먼은 파파넥의 주장과 유사하지만 그가 지적하는 실질적인 문제는 좀 더 깊은 곳에 있다.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 책


우리는 디자인된 세계에 살고 있다. 디자인된 세계란 곧 인위적인 것들로 채워진 곳이다. 우리는 이렇게 디자인된 것들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받아들인다. 도널드 노먼은 이런 현상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변화는 의심으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그 동안 인간이 만들어온 사회와 문화, 도구, 관습, 다양한 측정의 도구, 전반적인 시스템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각각의 효용성과 그 뒤에 숨어있는 한계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한다.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 책


사실상 우리가 접하고 있는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행동이라고 작가는 주장한다. 인간의 행동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 디자인과 디자이너는 사람들 사이의 인터페이스, 즉 인간과 인간, 인간과 행동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디자인은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의 필요와 이해를 중점으로 하는 핵심분야다. (64p) 평생을 디자인과 인간의 행동연구에 헌신한 작가의 이러한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 책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인간의 소비와 활동은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책에 ‘인류 중심’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시대상황에 따른 디자이너들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 중심 Humanity-Centered’전에는 ‘인간 중심 Human-Centered’라는 지배적 용어가 당연한 접근법으로 받아들여졌다. 저자는 인간 중심 디자인이 인류 중심 디자인의 부분집합이라고 생각한다. (215p)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 책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인간들의 구조물을 목격하고 있다. 인간들이 만든 구조물은 물리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그 둘의 공통점은 인간을 닮아 모두 나약하며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디자인이 내용의 중심에 서 있긴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대한 작가의 통찰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인간 본성의 특성은 복잡한 것 보다 간단한 설명을 추구한다. 그래서 스스로 인식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 결과 거짓 정보를 퍼뜨려 사회를 희생시키면서 권력과 통제 그리고 이익을 얻으려는 폭군들의 목소리를 듣고 믿는 것이 종종 더 쉽고 설득력 있게 들린다. (281p) 우리는 지금도 주위에서 폭군들의 목소리를 따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 책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왔던 것들을 다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지구와 인류를 망치는 것들에 대한 너무나 자세한 설명과 긴 내용이 조금 힘들 수는 있다. 경계를 넘나들고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주장을 만날 수도 있다. 읽다가 조금 힘들어지면 조금 속도를 늦추고 쉬어 가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작가가 인류에게 말하는 것 중에 그런 태도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 책


당연한 말들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당연한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당신이 디자이너든 디자이너가 아닌 어떤 사람이든.

 

 

 


[문장수집]


우리는 다양성과 자연스러움을 선호하지만, 삶을 방해하지 않는 한해서만 그렇다. / 12p


우리가 디자인하는 모든 것들, 즉 인위적인 모든 것들은 행동과 행위 방식을 바꾼다. 우리가 디자인을 통해 뭔가 변화시킨 것처럼 디자인 역시 우리가 행동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세계를 디자인하고 세계는 다시 우리를 디자인한다. / 13p


기후변화를 해결하려면 그 증상에 대처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이 존재 방식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에 사는 우리의 생활 방식이 문제이며, 지구의 자원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삶을 편안하게 하고 향상할 권리가 우리 인간에게 있다는 허황된 믿음이 가장 큰 문제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모든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더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 16p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은 현대성의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제공한다. ‘현대성은 글로벌 자본의 신속한 이동, 위성을 통한 이미지 전송, 즉각적인 글로벌 의사소통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대성은 보이지 않는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기업에서부터 공교육의 문화적 편견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야만적인 불평등을 정의하게 되었다.’ / 31p


파파넥의 주장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그는 전문 디자이너를 비판하는 오류를 범했다. 디자이너도 산업혁명의 피해자일뿐 그것이 초래한 해악의 원인이 아니다. / 33p


파파넥 역시 문제가 아니라 증상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 문제는 과학과 기술, 이성적인 사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반면, 사람과 인류 그리고 자연은 강조하지 않는 현대성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것은 좋고 오래된 것은 나쁘고 열등한 것으로 여겨졌다. 현대성은 또한 소비주의의 철학이기도 하다. 과학이나 공학 그리고 응용 기술은 잘못될 수 없다는 개념이며, 디지털이나 물리적 사물, 회사나 조직의 지속적인 구축이 ‘진보’이고, 진보로 정의되는 것은 ‘옳다’는 개념이다. / 34p


새와 동물은 날씨 패턴에 따라 이주 시기를 정하고, 식물 역시 달력이 아닌 날씨에 따라 계절적 변화를 조절한다. / 41p


계절의 구분 방식이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이 정확성과 확실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지역 날씨의 특이성이나 동식물의 행동이 지배하는 시스템의 불확실성을 질색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인위적인 범주를 강요한 것이다. / 43p


행위에 대한 이런 미묘한 통제는 ‘어포던스 Affordance’라는 개념을 반영한다. 어포던스라는 용어는 원래 1966년에 인지심리학자 J.J. 깁슨 J. J. Gibson이 환경(세계)과 행위자(사람, 동물, 기계) 사이의 행동 가능한 특성을 언급하기 위해 고안한 말이다. 다시 말해, 어포던스는 관계다. / 48p


2008년 나는 어포던스의 인지를 관계 자체와 개념적으로 분리해 볼 것을 제안했다. 그 신호(지각된 어포던스)를 기표 Signifier라고 부르고, 관계성 자체를 ‘어포던스’라고 명명했다. 적절한 기표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천 가지의 새로운 사물들과 적절하게 상호작용하게 만들어준다. / 48p

 

스티키Sticky라는 용어는 소비자가 제품에 할애하는 시간을 말한다. 예를 들어 상점이라면 상점 내부에 오래 머물면서 탐색과 질문을 비롯하여 상품을 구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 57p


인류의 삶은 과학적 측정 도구와 산업적 필요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산업은 세계의 경제이론과 재료, 장비, 운송, 노동 비용을 지불하기 위한 화폐의 필요성에 의해 통제된다. 이 모든 것이 법률, 규정, 관습 등 인위적인 절차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이 통제권을 가진 자들은 종종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규칙과 절차를 정의하며 다른 사람들은 이러한 인위적이고 상당히 자의적인 절차를 따라야만 한다. / 59p


자연은 생물학적인 것이며, 생물학적이란 디지털이 아니라는 뜻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이진법적이지 않다. 여름이 갑자기 가을이나 겨울이 되지는 않으며, 그 사이에는 미묘한 상태가 수없이 존재한다. 식물과 동물 종의 차이도 명확한 경계가 있지 않으며, 단계별로 나뉜다. / 62p


대부분의 기술전문가는 동일 분야나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의 다른 전문가에게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는 데 익숙하여, 동료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대화가 비전문가에게는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모든 분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 73p


생산성에 대한 논의 어디에도 품질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보자. 이러한 측정은 생산품의 품질과 작업자의 삶의 질을 모두 무시하며, 생산품을 늘리고 그 수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지지속적으로 더 ‘효율적’일 것을 요구한다. / 79p


인간의 행동에 관한 한, 복잡한 활동을 측정이라는 추상적인 것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이 손실된다. 여기서 측정은 사람들에게 목표를 잃게 만들고 맥락과 복잡성, 개인이 성격과 숨겨진 동기 및 보상책이 상실되거나 종종 의도적으로 무시하게 된다. / 80p
하지만 우리가 실험실이 조심스럽게 통제된 인위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로 들어가면 그 과학성은 붕괴되고 만다. 실제 행동은 상황에 민감하며 각 개인의 역사에 상당히 좌우되기 때문이다. / 84p


허버트 사이먼은 현재 행동경제학이라고 불리는 분야에서 최초로 활동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의사결정에 대한 연구로 197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 그는 사람의 기억력과 정신적 계산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이를 ‘한정적이고 제한된 합리성’이라고 불렀다. 그의 말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없으므로 ‘만족화 Satisfice’ 하게 된다. 사이먼은 ‘만족시키다 Satisfy’와 ‘충분히 Suffice’를 결합하여 이 단어를 만들어냈는데, 충분한 정보가 없는 대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 충분히 좋은 것을 선택한다는 의미다. / 89p


소비자는 가장 비싼 모델의 기능들을 갖고 싶지만, 가격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중간 모델은 가장 저렴한 모델보다 더 많은 기능을 가지고, 가장 화려한 모델보다는 낮은 가격이다. 따라서 자신들이 더 비싼 모델의 존재로 인해 조작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중간 제품을 구매(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했는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면서) 하게 된다. / 90p


마케팅이 인간 행동에 대한 뛰어난 이해력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조종하는 능력은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것으로 여겨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상업 세계에서는 이를 칭송하며, 마케팅 담당자들은 승승장구 하고 있다. / 91p


GDP에는 세 가지 주요한 결점이 있다. 첫째, 가지가 높을수록 좋지만 많은 해로운 요소의 비용이 그 수에 포함된다. 둘째, GDP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측정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셋째, 매우 복잡한 일련의 측정을 하나의 값으로 축약하려고 한다. / 101p


한 국가의 가치를 측정하는 데 더욱 인기 있는 두 가지 대안 지표는 GPI genuine Progress Indicator와 HDI Human Development Index 다. GPI는 경제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혜택을 제공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시도로, 환경 및 사회적 요소와 사회적 기여도의 측정을 포함한다. HDI도 사회적 가치를 조사하기 위한 유사한 시도다. / 103p


이야기는 때떄로 독특한 행동을 보이는 세상을 탐구하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이야기꾼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인간의 경험은 목표와 제약, 극복해야 할 장애물, 그리고 사건과 행동의 인과관계를 갖춘 일관성 있는 서사를 형성한다. / 126p


측정은 사실을 제공하고, 이야기는 의미를 부여한다. / 132p


사후에 판단하는 것은 선견지명보다 훨씬 쉽다. 인과관계는 까다로운 문제다. / 186p


사람들이 어떤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순간, 그 시스템은 곧바로 더 복잡해진다. 이러한 관계는 과학자들을 좌절하게 만드는데, 그들은 신중하게 디자인할 뿐 인간 행동의 다중적이고 복잡한 시스템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 195p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상당 부분 우리가 자신의 행동을 복잡하고 세계적인 시스템의 일부라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 196p


오늘날 디자이너는 대량 소비시장을 위한 제품을 맞춤 제작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받는다. ‘인간 중심’이라는 문구는 보다 큰 문제와 특정 사회 집단에 대한 선입견 및 편견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져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지 못한다. ‘인류 중심’이라는 문구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의 기술적 시스템을 고려한 디자인을 강조한다. 디자인은 물리적 제품의 제조, 사용 및 폐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민감하게 다루어야 한다. 물리적 제품과 비물리적 제품 모두에 대해 디자인은 공정성과 형평성 그리고 편견 및 선입견에 대한 영향을 다루어야 한다. / 215p


나는 인간 중심 디자인이 인류 중심 디자인의 부분집합이라고 생각한다. / 215p


인류 중심 디자인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는 앞서 언급한 인류 중심 디자인 원칙 중 다섯 번째가 핵심이다. 즉, 공동체와 함께 디자인하고, 공동체에서 가능한 한 많은 지원을 받아 디자인한다. 이러한 관행은 종종 ‘함께 디자인하고 지원받으며, 대신해서 디자인하지 않는다’로 간략화된다. / 222p


2015년에 출판된 만치니의 책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 : 사회 혁신을 위한 디자인 입문서>에서 그 제목은 그가 이 분야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 책의 마지막 쪽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디자인 연합에서 디자인 전문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중략) 다양성을 기르며 환경, 사회, 및 문화적 재앙에서 우리를 구할 수 있는 집단 디자인 지성을 구축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겠는가? / 225p


이러한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는 접근이 쉬워야 한다. 많은 사람에게 도구tool라는 단어는 망치나 톱, 삽과 같은 물리적인 장치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많은 사전에서도 도구를 어떤 작업을 수행할 때 손에 들고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이는 너무 제한적인 정의다. <케임브리지 어드밴스드 러너스 사전 및 유의어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도구는 ‘원하는 일을 도와주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도구는 절차, 템플릿, 조직 구조를 비롯해 심지어 신용카드일 수도 있다. / 226p


여기서 말하는 민주화란 ‘모든 사람에게 (어떤 것을) 접근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 230p


이렇게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흔한 물건을 수리하거나 참신하고 새로운 장치로 바꾸는 사람들의 창의성은 세계 각지의 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사람들은 이런 기술을 ‘브리콜라쥬 Bricolage’라고 부르며, 이런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브리콜레르 Bricoleur(손재주꾼)’나 ‘브리콜루즈 Bricoleuse(목공일을 하는 사람)라고 부른다. / 231p


디자인 업계는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쓰고 있을 때, 피터 존스 Peter Jones와 크리스텔 반아엘 Cristel Van Ael이 그들의 새로운 책 <복잡한 시스템을 통한 디자인 여행 : 시스템 디자인을 위한 실행 도구 Design Journeys through Complex Systems : Practice Tools for Syhstmic Design>를 보내주었다. / 256p


디자인 전문가가 덧붙일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 대답의 일부는 디자인의 주요한 약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이다. 약점이 무엇일까? 디자인은 디자인 과정 자체를 제외한 다른 내용적 전문성을 거의 가지지 않는다. 이 점이 어떻게 가장 큰 강점이 될까? 디자이너들은 해결책을 섣부르게 제안하거나 문제를 방해할 사전 지식이나 선입견이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 소환되면, 디자이너들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배워야 한다. 그들은 관련된 주제별 전문가를 찾아 협력 관계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해당 전문 분야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기 때문에, 종종 ‘바보 같은’질문이라고 여겨지는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 왜 바보 같은 걸까? 전문가에게 그런 질문은 너무 뻔해서 어떤 지적인 사람도 그런 질문을 절대 하지 않기 때문이다. / 276p


피터르 얀 스타퍼스는 디자인X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디자인 관점과 전통적인 분석가의 관점 차이는 동일한 행동을 설명하는 데 사용하는 언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통적인 분석은 시스템 오류를 설명하는 데 있어 종종 ‘주의 부족’이나 ‘절차 미준수’와 같은 말로 인간의 실수를 탓한다. 그렇게 되면 해결책은 훈계나 재교육이 된다. 그러나 디자이너들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원인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의 증상일 뿐이다. 디자인 관점에서 적절한 해결책은 인간 행동의 근원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여 그 원인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 278p


왜 변화가 그렇게 어려울까? 사람들은 변화를 원치 않는다. 특히 사는 방식을 변화하는 것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이미 존재하는 사회에 태어나 다른 삶의 방식을 경험하지 못할 때, 그 사회의 오래된 믿음과 행동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합리적으로 보여서 거의 의문을 제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변화를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의 기저에는 인간 인지의 근본적인 속성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은 자연스럽게 간단한 설명을 추구하다. 즉, 사람들은 인식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 결과 거짓 정보를 퍼뜨려 사회를 희생시키면서 권력과 통제 그리고 이익을 얻으려는 폭군들의 목소리를 듣고 믿는 것이 종종 더 쉽고 설득력 있게 들린다. 사람들은 보통 단순하고 선형적인 논리를 사용하고 장기적인 결과가 아닌 즉각적인 결과를 고려한다. 어떤 사고방식은 교육을 통해 극복될 수 있는 반면, 어떤 사고방식은 선형적이고 단순한 인과관계에 대한 믿음처럼 일상적인 사건과 행동을 처리하는 데 너무나 효과적이어서 모든 행동에 명백한 원인이 있는 건 아니라고 설득하기 어렵다. 다중루프, 비선형성, 시간 지연 그리고 동적 구조를 거쳐서 지속적으로 변화를 겪는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어떤 사건이나 변수가 현 상태를 초래했는지를 정확히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 280p


그러나 인간의 행동은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므로 예측은 언제나 어려울 것이며, 그 예측 역시 각 개인의 고유한 역사에 의존하고(즉, 경로의존성), 상황에 대한 각 개인의 해석에 의존할 것이다. 게다가 인간의 행동과 결정은 다양한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물이며, 그중 일부는 의식적으로, 일부는 잠재의식적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결정 시스템은 종종 서로 반대되는 결론에 도착한다. 인간의 감정 시스템은 신념과 행동을 통제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는 인지 시스템과 상반될 수 있다. 감정은 신체 전체에서 화학적으로 작용하여 신경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꾼다. / 281p


심지어 느린 성찰적 사고의 단계도 전통적인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논리는 철학자와 수학자가 만든 인공적인 추론 방법이기 때문이다. / 282p


감정적으로 빠른 반응 시스템은 주로 시간이 제한된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활성화된다. / 느린 반응 시스템은 우리가 기분이 좋은 상태일 때, 문제를 신중하고 주의 깊게 생각할 시간이 있는 상태에서 활성화된다. / 283p


복잡한 사회기술체계는 종종 ‘사악한 문제 Wicked Problem’, 다시 말해 불명확한 난제로 표현될 수 있다. 1973년에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디자인 교수 호르스트 리텔 Horse Rittel과 도시계획 교수 멜빈 웨버 Melvin Webber에 의해 정리되었다. 우리가 지금 다루려고 하는 복잡한 사회적 문제들은 ‘사악할 정도로 복잡한 난제’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아직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적이지 않은 건 아니다. 이 난제들은 만족스러운 답이나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황을 개선하는 건 가능하다. / 352p


삶의 가장 중요한 측면 중 많은 것이 쉽게 측정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인류 중심 디자인의 핵심은 인류의 필요에 집중하는 것이다. / 3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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