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_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 _ 이소담 옮김 _ 티라미수 _ 에세이 _ 일본에세이]
작가 마스다 미리는 1969년 오사카에서 출생했다.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진솔함과 담백한 위트로 진한 감동을 준 만화 ‘수짱’시리즈가 수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으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주요 작품으로는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 <귀여움 견문록> <생각이 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 등이 있다. / 작가 소개 중에서 /
이 에세이 집은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홀로 도쿄에 상경했던 시절의 이야기이고, 2장은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가 한창일 때의 일상이 담겨 있으며, 마지막 장에는 다소 긴 에세이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신문이나 다양한 매체에 소개된 글을 모은 것이다. 그리고 새로 쓴 에세이도 포함되어 있다.

도쿄에 처음 상경한,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아가씨에게는 많은 것들이 생소하고 어렵다. 도쿄라는 새로운 도시에 적응하면서 일감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위엔 분명 작가에게 힘을 주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잘 발견하고 마음에 담는 것도 특별한 재주다. 작가에겐 그런 재주가 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만이 자신의 인생을 잘 꾸려 나갈 수 있다. 우리의 하루는 작고 사소한 것들에 의해 구성된다. 미래는 이런 하루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우리는 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유 없이 좋아지는 것들도 있다.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서 좋아지는 것들도 있다. 작가가 좋아하는 것들은 대부분 후자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꽤 오랫동안 좋은 형태로 남아있다.

비상식과 몰상식이 판을 치는 시대일수록 이런 글들은 더 빛난다. 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이 글을 쓴 시기에는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덮쳤던 시기도 포함되어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되곤 했다. 이번 작품은 특히 그런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 그건 아마 이렇게 유명한 작가도 오랜 시간 어렵고 힘든 시기를 거쳐서 꿈을 이루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일지 모른다.

책을 읽는 중간에 병원에 갈 일이 있어서 외출을 했다. 대학병원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꽃을 든 사람들이 하나씩 늘어나더니 진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에는 그 수가 늘어났다. 덕분에 버스 안에서 모두 꽃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도 좋지만, 이런 날도 좋긴 하다. 누군가 뭔가를 마감하거나, 시작하는 날. 그리고 그 날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모이는 날.

세상에는 생각보다 즐거운 것들이 많다고 작가는 말하는 것 같다. 우리의 하루를 눈부시게 만들어주는 건 우리들이다.
[문장수집]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려고 오사카에서 도쿄로 상경하려고 합니다. 월세 예산은 7만 엔이고 3층 이상인 집을 찾아요. / 15p
아줌마는 처음 만난 내게 집 열쇠를 건네고 “보고 오구려”라고 말했다. 그게 지금도 감격스럽다. 도쿄에서 처음으로 나를 믿어준 사람이었다. / 17p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려고 상경했다고 하자 그가 물었다. / “일 줄 데는 있고?” / “없어.” / “어떻게 먹고 살려고?” / “어떻게든 되겠지.” / 21p
맨션 입구에는 관리인실이 있었다. 관리인은 키가 크고 빼빼 마른 아저씨였다. 매일 저녁이 되면 퇴근을 하는데 주민인 내 눈에는 어디 외출하는 것처럼 보였다. / 28p
그리고 나는 밤을 손에 넣었다. / 33p
갓 상경해서 아무것도 없이 외톨이였던 나날이 지금도 그립다. 그건 마치 미술 시간에 새하얀 도화지를 받고 들뜨는 기분과 비슷했던 것 같다. / 53p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도쿄에 왔다. 이 사람들은 음악이구나. 똑같잖아. 날이 밝아와 밖으로 나오면 의레 도쿄의 공기가 맛있게 느껴졌다. 원룸으로 돌아온 후에도 한동안 음악이 온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 70p
그러나 우리 어른 군단은 혼자 고개를 숙이고 견뎌야만 한다. 그건 견디는 연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언젠가 내 인생을 마감할 때 같이 따라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 94p
드레스 차림의 선생님이 무대에 등장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났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사랑해온 사람들이겠구나, 하는 경외심에서 흐른 눈물이었다. / 96p
거기에는 작은 자유가 있었습니다. / 100p
사이는 중요하다. 이제야 깨달았는데 인간人間이라는 한자에도 ‘사이 간 間’이 들어가지 않나. 음악도 마찬가지다. 간주가 있다. 그건 역시 필요하니까 존재하는 게 분명하다. / 101p
라면을 다 먹고, 간식으로 달콤한 빵을 사고, 간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후 집으로 향했다. / 좋은 날이다. 완벽하다, 하고 생각했다. / 107p
미모사 빛 저녁놀.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이 좋다. 노을도,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 저 앞의 도로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있자면 나의 실패 따위는 잊힌다. 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을 이길 수 있는 건 없을지도 모른다. / 109p
오사카에 상경해 내 그림을 들고 출판사에 영업하러 다니던 그 시절. 어떤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싶을지 생각하다가 ‘응원하고 싶어지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아주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영업하러 갔다.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연기함으로써 용기가 생겨났다. / 121p
밤은 다정하다. 밖에 나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자기 가치를 높여라! 이렇게 재촉하지 않는다. / 133p
거길 활성화하는 음식, 이미 알아냈을까? 밝혀진 게 있다면 매일 그걸 볶아서 먹고 싶은 심정이다. / 135p
선생님에게 칭찬받지 못해도 좋아하는 게 정말로 좋아하는 거다. / 그걸 안 건 한참 시간이 지난 후다. / 140p
그래도 이제는 어쩔 수 없다. 인생은 앞으로만 나아갈 뿐, 과거의 내게는 편지를 보낼 수가 없다. / 165p
하지만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선글라스를 사서 써봤더니 편안해서, 잘나가지 않는 나지만 개의치 않고 쓰기로 했다. / 166p
소스와 파래의 구수한 gid. 빌려 온 영화를 보며 무알코올 맥주와 함께 다코야키를 먹었다. 저렴하게 얻은 행복을 곱씹었다. / 167p
진짜다. 색이 다양하다. 고단샤문고 서가 앞에 팔짱을 끼고 섰다. 모처럼이니까(뭐나?) 무라카미 하루키 씨와 같은 색으로 하자! / “노란색으로 해주세요”라고 메일을 보냈다. / 176p
세 번째 소포는 엄마가 보냈다. 고급 나이트크림이 들어 있었다. / “부자가 된 기분이 들꺼야. 후후후.” / 동봉된 편지에 적혀 있었다. / 182p
무리하고 싶지 않은 것과 노력하지 않는 것은 조금 다르다. 노력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노력하는 것은 때때로 즐겁다. 그러나 무리하는 건 괴롭다. 무리하는 건 언제나 즐겁지 않다. / 197p
최근 즐거웠던 일 6 / 해 질 무렵, 길고양이가 어떤 집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 현관의 방범등이 번쩍 들어와서, 고양이에게도 센서가 반응하는구나 싶어 즐거워졌다. / 203p
야구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응원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동경한다. / 209p
쉰 살이 넘어도 사람은 뭔가 시작할 수 있구나! / 211p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 ‘마음’에는 무게가 있다. 뭔가를 참으면, 참는 것에 대해 평소보다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 … / 이 ‘마음’에 실제로 무게가 있어서 그만큼 몸무게에 반영된다거나? /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세기의 발견이다. 세기의 발견을 했을지도 모르는 나는 그 ‘마음’을 줄이기 위해 기름진 것 멀리하기를 멀리했다. 그날 밤, 나는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았다. / 233p
쓸쓸하고 고요했다. 왜 이런 광경에 매료되는 걸까? 밤의 상점가나 밤의 초등학교. 그런 것에도 역시 끌린다. 같은 곳인데 낮의 얼굴만 정답처럼 여겨진다. 어느 하나만이 전부는 아닌데. / 255p
나중에 물어봤다. 그때 왜 내 책을 선택하셨어요? / “그야 이 사람이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썼지요.” /2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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