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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혁 [소설 쓰고 앉아 있네] 책 리뷰

by ianw 2025.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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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혁 _ 소설 쓰고 앉아 있네 _ 해냄 _ 인문 _ 독서 _ 글쓰기 _ 소설쓰기 _ 창작]

 

소설 쓰고 앉아 있네 책


지은이는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에서 인문사회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 단편소설 <체이서>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중급 한국어> <고잉 홈>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등을 썼고, <라이팅 픽션>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등을 번역했다. 대학에서 글쓰기와 소설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 책


작가는 매일 밤낮으로 온 마음을 다해 읽고 쓰는 사람을 생각하며 썼다고 한다. 어떤 일이건 처음 시작하려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자세하게 궁금해한다. 그리고 먼저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자신이 처음에 고민했던 것들을 잊어버린다. 이 책에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궁금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들까지도 담겨 있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 책


무엇이든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것과 실재로 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글쓰기 역시 그렇다. 이 책은 그런 간극을 좁혀주는 좋은 글쓰기 안내서다. 작가의 안내는 아주 친절하고 구체적이다. 알려주고 싶어하는 작가의 진심과 정성은 덤이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 책


글을 쓰기 위한 공간, 영감을 받는 방법, 작가로서 책을 읽는 방법,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법, 이야기에 깊이를 부여하는 방법 등 작가가 되기 위한 거의 모든 방법이 적혀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잘 전해지는 이유는 그 자신의 작가가 되기 위한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경험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 책


글쓰기는 마치 우리의 삶과 같다. 서두른다고 해서 빠르게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느리다고 해서 뒤쳐지는 것도 아니다. 가끔은 멈춰서 때를 기다려야 하고,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항상 우리가 세상을 보는 관점과 시점을 고민한다. 모든 글에는 작가의 관점과 작가가 설정한 시점이 함께 담긴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 책


누구나 노력을 기울이면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당연히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글쓰기가 그냥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라 나 자신과, 그리고 세상과 연결되는 감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래, 작가의 글에서 건져 올린 문장으로 글을 마친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 책


대신 저는 무미건조한 상태에서 지금 눈앞의 글과 상황이 만들어내는 유무형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합니다. 이를테면 키보드에서 나는 소리, 쓰고 있는 문장의 리듬, 밤공기속 소음, 시계의 초침 소리, 인물들의 대사, 노트북 팬 돌아가는 소리, 소설 속 장면에서 만들어지는 청각적 디테일…… 글쓰기라는 ‘사건’의 안팎에는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음악이 존재하고, 저는 그것을 듣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 음악이 듣고 싶어서 밤늦도록 글을 쓰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60p)

 

 

 


[문장수집]


우리에겐 수많은 점과 완결되지 않은 단어들과 부서진 문장들이 있고, 우리는 흩어진 삶의 파편을 모아 빛나는 보석을 만들어낼 것이다. 바로 지금부터. / 책날개 / 


우리는 평생 다리가 네 개인 의자를 만들어온 사람을 가리켜 장인匠人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의자가 박물관에 전시되는 예술 작품이 되지는 않아요. 예술이 되려면 기본적인 노동과 기술에 어떤 특별한 상상력과 고유성이 더해져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다리가 열일곱 개인 의자를 만드는 것처럼요. / 20p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하고, 연습과 훈련을 반복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면 좋아질 수 밖에 없어요. 우리가 가진 (우리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재능은 이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절대적인 방향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계속해서 나아진다는 그 방향을요. / 24p


좋은 작가란 긍정적인 의미에서 직장인과 같아요. 매일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장소에서 일정하게 쓰고, 일정하게 좌절하고, 일정하게 고치는 사람만이, 그 길고 건조한 무채색의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마침내 좋은 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 29p


영감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를 찾아옵니다. 때론 한강을 건너는 버스 안에서, 누우려고 막 불을 끈 직후에, 지하철의 환승 통로에서, 욕실에서 샤워를 하거나 거리에서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그럴 때마다 아마추어는 영감을 흘려보내고, 프로를 붙잡습니다. 그리고 잘 씻어서 소분한 뒤 우리 내면에 있는 냉장고에 저장해 두는 것이지요. 그것이 유일한 차이입니다. / 35p


하지만 세상의 모든 진실이 그렇듯 정답은 심심하고 김빠지는 곳에 있기 마련입니다. / 작가는 어디에서나 씁니다. / 39p


우리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겐 수많은 점과 완결되지 않은 단어들과 부서진 문장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힘이 셉니다. 연결만 하면 돼요. / 58p


글 쓰기 좋은 날은 없습니다. 내가 글을 쓰는 날이 좋은 날입니다. / 67p


중세부터 쓰인 이 영어 단어의 본래 뜻은 ‘안에서 보는 것 inner sight’이자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 sight with the eyes of the mind’ 입니다. 소설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기 위해 고안된 형식이라는 대전제를 생각해보면 너무나 잘 들어맞는 말 아닐까요? 우리가 주인공의 안으로 들어가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순간 우리에게는 ‘인사이트’가 찾아옵니다. / 따라서 우리가 쓰는 이야기는 우리의 평범함이 실은 위장된 비범함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 100p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눈높이의 세상은 언제나 특별할 게 없지요. 하지만 그 세상을 드론의 눈으로 수직 높이에서 바라본다면? CCTV의 눈으로 구석 어딘가에서 바라본다면? 새로운 시선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마치 수직 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은 언제나 경이롭고 CCTV 속 세상에는 수상한 사람들만 가득한 것처럼요. 바라보는 지점 point of view 이 모든 것을 바꿉니다. / 124p


소설가는 ‘거리를 조절함으로써’ 혹은 ‘이야기에 알맞은 거리를 찾아냄으로써’ 이야기를 소설로 바꾸는 사람입니다. 이것이 바로 소설적 허구화, 혹은 서사적 형상화라는 이론적 개념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입니다. / 136p


구슬의 양과 질의 문제가 아니라 구슬 간의 연결이 더 중요합니다. 물론 그 구슬들이 꿰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움직여야 하겠지만요. 소설 공학적으로 이 꿰는 행위의 핵심 요소는 시간과 인과입니다. / 143p


뇌에서 생성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존재와 분비 기능은 우리의 뇌가 ‘이야기를 보고 듣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장려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 150p


우리는 위험한 것, 깨진 것, 실패한 것, 괴로운 것, 아픈 것, 부서진 것, 망한 것, 죽은 것을 말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의 생존에 도움을 주니까요. 뇌는 우리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 것만이 의미있다과 여기고 이를 더 듣고 보고 배우자는 뜻에서 도파민을 분비합니다. / 155p


우리의 주인공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거나, 어떤 것을 몹시 두려워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 158p


인생에서 100퍼센트는 (오렌지주스를 포함하여)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에는 불순물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완벽한 날, 좋기만 한 일, 무조건 나쁜 것은 없죠. ‘섞여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때로(대개는 자주) 섞여 있는 요소들은 상반되거나 모순됩니다. / 170p


핵심은 엇갈리는 것입니다. 어떻게 엇갈리게 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희극을 만들고 싶다면, 외면적 목표를 좌절시키고 내면적 목표를 성취시키세요. 비극을 만들고 싶다면 반대로 하면 됩니다. / 172p


하지만 대체로 이런 방식의 이야기는 실패하기 쉬운데, 여기에는 엇갈림이 주는 서사적 카타르시스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깊이는 없고 추락만 있는 셈이니까요. 진정한 깊이는 동화처럼 우리를 구름 위로 날게 하거나, 우울한 엔딩처럼 끝없는 구덩이 속으로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모순과 역설과 어긋남 속 어딘가 새로운 곳에 우리를 도착하게 해줍니다. / 175p


‘정석’이라는 것은 일종의 규칙이자 표준이고,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어길 수도 있습니다. 시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통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기억하세요. 룰을 아는 사람만이 나중에 룰을 어길 수도 있습니다. / 180p


디테일에는 언제나 구체적인 좌표가 있습니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에는 없는 것들이죠. / 186p


에세이 [햄릿과 그의 문제들 hamlet and his problem]에서 앨리엇은 객관적 상관물을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련의 사물, 상황, 사건”이라 정의합니다. 그는 예술의 형태로 감정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이 객관적 상관물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193p


할 수 있는 데까지 디테일을 늘려봐야 합니다. 디테일 쓰기도 일종의 연습이고 훈련이거든요.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정작 필요할 때도 할 수 없습니다. 잘했든 못했든 일단 많이 해본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는 그중 무엇이 꼭 필요했고 무엇이 그렇지 않았는지 판별할 수 있습니다. / 200p


우리에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실제로 오가는 말들, 불완전하고 종잡을 수 없으며 온전히 이해 불가능한, 그래서 오해와 분란과 갈등을 일으키는 진짜 ‘대화’가 필요합니다. / 221p


작가의 지나친 개입은 언제나 독자를 불편하게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224p


소설에서 인물들이 나누는 모든 대화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이어야 합니다. 표면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이면으로 읽을 수도 있어야 해요. 말한 내용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말하지 않은 내용 역시 존재해야 합니다. 정말로 말하고 싶은 것은 대개 말해지지 못하는 법이니까요. / 226p


문제는 괄호 안에 들어갈 글자였는데요. 그가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두 글자가 바로 ‘밀 퇴 推와 두드릴 고 敲 였던 것이죠. / 250p


내가 쓴 글에 너무 골몰해 있으면 글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거울에 얼굴을 너무 들이밀어서는 안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완성된 초고와 물리적, 시간적으로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 252p


윌리엄 포크너는 말했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죽여라 Kill your darings” 내력벽 Bearing wall 이란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벽을 말하는데요. 그러니까 작가가 보기에 가장 잘 쓰였고 가장 중요하고 가장 영감의 원천인 부분을 지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소설의 최종 목표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끝까지 말하지 않는 데 있으니까요. / 254p


어떤 작가들은 가능한 결말의 목록을 쭉 나열해 두고 위에서 두세 번째까지를 걸러낸다고 합니다. 그런 결말은 뻔한 결말이기 쉽기 때문이죠. 다르게 말하면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할수록 새롭고 신선한 결말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입니다. 금방 떠오르는 생각은 남들도 할 수 있는 생각이니까요. / 255p


언젠가 우리는 모두 이야기가 될 거예요 / 마거릿 애트우드 / 2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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