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버디 [나는 왜 따뜻한 대화가 힘들까] 책 리뷰
[로베르트 버디 _ 나는 왜 따뜻한 대화가 힘들까 _ 비즈니스북스 _ 자가계발 _ 화술 협상 _ 대화 화술]
지은이 로베르트 버디는 40년 넘게 수천 번의 인터뷰와 취재를 진행한 저널리스트이자 방송인이다. 감성지능을 활용한 의사소통 전문가이기도 하며 경영코치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대중과 소통해 온 저자는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서로 잘 이해하고 협력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왔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간 방송인과 경영 코치로서 경험한 저자의 사례들을 모은 책으로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과 인간관계에 만연한 이성 중심의 일방적인 소통이 삼성 중심의 쌍방적인 소통이 되는 데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 저자 설명 중에서 /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소통과 대화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는 살면서 쉽게 말이 통한다고 느껴지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그런 현상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얕은 수준의 소통을 넘어 진정한 대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 이론에 의하면 우리의 뇌는 죽을 때까지 현재의 욕구에 적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갈지는 우리의 욕구와 결정에 달려있다. 우리 뇌가 삶을 개선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풍요롭게 하는 해결책에 몰두할 경우, 우리 뇌는 정말로 그러한 방향으로 발달한다는 것이다. (31p)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변하기로 마음먹는다면 지금보다 나은 방법으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
뇌의 능력에서 좋은 소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뇌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 좋은 대화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 뇌는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택적이고 집중적으로 걸러낸다. 이런 특성을 이해하면 상대와 나 모두 대화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수 있고 더 나은 소통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더 나은 대화를 위해 작가는 여덟 가지의 방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대화는 머리가 아닌 마음을 쓰는 일이다. 우리는 소통의 목표를 파악해야 하며, 동시에 친절하고 상냥해야 한다. 상대와 나의 관련성을 찾아야 하고 서로의 욕구를 생각해야 한다. 말에는 서사를 부여해야 하고, 서로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필요할 때 침묵해야 하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이 방법은 목차의 순서와 제목을 참고한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갑자기 우리가 상식처럼 당연히 여기던 지식의 정 반대편을 만나는 순간이 온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순간을 몇 번 만났는데 대표적인 순간에 만난 문장은 다음과 같다. ‘그런데도 우리는 인간이 행동하고 인식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인 감정에 주의를 잘 기울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을 ‘이성적’의 반대 개념이자 부정적인 어떤 것으로 생각한다. 감정을 부정하는 태도는 우리 사회에, 특히 경제 세계와 직업적 행동에 아주 뿌리 깊게 내려져 있다.’ (55p) 우리는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입 받아왔다. 하지만 작가의 의견은 좀 다르다. 감정은 인간 행동의 가장 중요한 동기이며, 모든 관계는 감정에 의해 형성된다. 그래서 우리는 ‘감성지능’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소통한다. 의미 있는 이야기는 서사가 된다. 서사는 우리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서사에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사는 잘못된 행동이나 악행을 정당화할 수 있는 좋지 않은 기능을 하기도 한다.) 모두가 자기만의 서사를 통해 말한다. 그런 것들은 쌓여서 행동패턴이 되고, 이야기들은 우리의 소통을 형성한다.
우리에겐 제대로 된 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보다 바른 소통이며 명확한 목표에 초점을 맞춘 대화다. 이런 깊이 있는 대화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바른 소통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나는 작가가 알려주고 싶어하는 것이 개인과 개인, 개인과 대중간의 대화를 넘어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이라고 이해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각 장마다 중복되는 부분들이 다소 있지만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라 여러 번 강조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이 책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 개인은 물론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나면 뭔가 말투도 조금 더 나긋나긋해지고 친절해지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런 느낌이 드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따뜻하게 대화하고 싶은 사람, 따뜻하게 사람들을 이끌고 싶은 사람, 사회 초년생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이 책은 비즈니스 북스의 도서 증정 이벤트를 통해 받아볼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마련해주신 비즈니스 북스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이다. 이런 기분 좋은 배려 역시 좋은 소통의 토대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문장수집]
이 책에서 저자는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이 해내는 엄청난 성취를 이루었다. 바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모범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 것이다. 이는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다. / 8p
인간은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구성하며 이를 언어로 소통하는 유일한 생명체다. 이 능력은 어떤 고등생물도 가지고 있지 못한 호모 사피엔스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 14p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소통하기가 힘들었던 모든 사람에게 다소 불만스러운 마음이 있긴 하지만, 그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들은 종종 우리에게 최고의 스승이 되어준다. / 18p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 이라고 불리는 이 과정은 최근 과학사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다. 이 이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 뇌는 죽을 때까지 현재의 욕구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뇌과학자 게랄트 휘터 교수는 여든의 나이에도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한 노인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만약 이 노인이 매력적인 중국 여성을 만나 중국에서 함께 살게 된다면,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중국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 30p
물론 사람들과 나누는 모든 교류가 ‘형태를 변화시키는 상호작용’이 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모든 교류가 장기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바꾸지는 못한다. / 33p
다시 말해 대화는 종종 우리의 뇌 구조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우리의 인간관계까지 바꾼다. / 34p
인간의 뇌는 무척 이성적일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 뇌는 제공된 정보를 걸러내는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에게 감정적으로 와닿는 정보만이 필터를 통과한다. / 45p
인간은 매우 감정적인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경험하는 모든 상황을 자신의 기억과 경험, 삶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인식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은 객관적인 현실이 아니라 완전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현실이다. / 47p
뷔르츠부르크 대학의 학자들이 텍스트가 낭독되는 방식에 따라 피험자의 기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 David Hume의 매우 복잡한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텍스트를 읽어주었다. 이떄 한 번은 밝고 친근한 억양으로, 또 한 번은 아주 슬픈 억양으로 낭독했다. 피험자들은 글이 낭독되는 동안 손으로 하는 단순 작업들을 수행해야 했다. 이 단순 작업이 텍스트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방해 요소가 되기는 했지만 감정적인 분위기는 잘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 밝고 친근한 버전을 들은 피험자들은 더 행복해했으며, 슬픈 버전을 들은 피험자들은 우울한 낭독 분위기에 기분이 나빠졌다. / 50p
‘감정적으로 굴지 마!’라는 말을 들어봤거나 해본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 이러한 비난은 ‘인간답게 굴지 마!’라는 말처럼 들린다. 우리가 ‘이성적’인 사람이 되려고 소통에서 감정을 배재한다면 이는 인간 행동의 가장 중요한 동기를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55p
사람들은 똑똑한 사람의 말이 아닌 친절한 사람의 말을 듣고 싶어한다. / 81p
우리가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 굳은 표정을 짓는 것은 부정적인 경험이 남긴 상처의 표현이다. / 88p
그러므로 상대의 ‘관련성 필터’를 통과하려면 상대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관련성을 인지하는 것은 이성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이 보여준 반사작용과 훨씬 더 유사하다. / 117p
안타깝게도 우리는 종종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두 가지 모두에 대해 매우 비슷한 정도의 절박함을 느낀다. 심지어 욕망에 어떤 서사를 부여해 그것을 우리의 실제 욕구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필요한 것’으로 합리화한다해도 그 핵심은 여전히 욕망일 뿐 실제 욕구가 되지는 못한다. / 132p
감정지능적 소통은 자신과 상대에게서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구분하고 실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을 의미한다. / 133p
서사, 즉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우리의 가치관을 형성하며, 우리의 학습 경험을 분류하고, 삶에 맥락과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자. / 유발 하라리 Yuval Harari는 자신의 저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서사의 기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좋은 이야기는 나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나의 지평을 초월해야 하지만, 반드시 사실일 필요는 없다. 이야기는 순수한 허구일지라도 정체성을 부여하고 내 삶에 의미가 있다고 느끼게 해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가 우리를 위해 하는 일이다. 즉 이야기는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를 느끼게 해준다. / 157p
서구의 강한 엔터테인먼트 문화에 영향을 받은 현대 사회는 소통의 영향력에 대해 완전히 왜곡되고 비현실적이며 비효율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경험과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우리의 메시지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대신, 우리가 머릿속에 넣어둔 ‘오락적 서사’에 의지한다. / 161p
자기 생각이 ‘지혜’가 아니라 그저 자기 생각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다른 사람의 시각과 자신의 시각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자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바보가 아니라면 누가 바보일까? / 171p
소통에서 위계를 없앤다고 해서 당신이 무시를 당하거나 자리를 위협받을 일은 없다. 오히려 자신을 더 낮출수록 당신은 더 강해진다. 겸손은 강하고 자존심 있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임을 기억하라. / 183p
그러니 완벽을 추구하려고 노력하지 마라. 당신의 마음 속 동기를 따르고, 자기 성찰과 작은 실천에서 변화가 이미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당신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당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일을 추구하라. / 280p
개인의 인식은 결코 어떤 것에 대한 완전한 그림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저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 지에 대한 ‘개별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는 우리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 303p
결국 감정지능적 소통의 큰 비밀은 행복을 찾는 것에 있다. 이는 이 책(그리고 다른 모든 책)이 당신에게 알려줄 수 없는 비밀이다. 왜냐하면 이 비밀을 찾기 위해서는 당신 스스로가 자신의 흔적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비밀을 찾기 위한 유일한 단서가 있다. 바로 주변 사람들과의 공존과 유대감에 그 해결책이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서로 대화하는 방식 속에 그 답이 있다는 것이다. / 3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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